일반인들의 대부분이 배심원 재판에 대한 막연한 지식은 가지고 계신다. 배심원 제도는 미국외의 국가에서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제도이다.

즉 정부나 판사가 아닌 일반 시민에게 중요한 결정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는 미국형 민주주의 기본 철학에 기반을 둔 제도인 것이다.

그리고 가주에서도 주 헌법 제1조 16항에 의해 모든 민사 사건에서 배심원재판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물론 가주 외에도 모든 주에서 배심원 재판을 주 헌법으로 보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거의 3년만에 처음으로 지난 5월말 필자도 배심원재판의 민사 소송에서 변론을 하게 되었다. 펜대믹 이후 처음, 감개무량하다고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많은 소송에서 본인은 원하지 않았는데 왜 배심원 재판이 진행이 되는 지 궁금해하시는 분이 있다. 그 경우는 상대방이 원하였기 때문이다. 배심원 재판은 소송 당사자 중 어느 한쪽이 원할 경우 상대방의 의사에 상관없이 채택이 된다.

잠정 배심원의 법원 출두 통보는 주로 가주차량국 (DMV)또는 카운티 유권자 등록 명단에서 무작위로 선택이 되었기 때문이다. 위에 언급한 필자의 소송에서는 그 무작위로 선택된 잠정 배심원 중에 50명이 해당 소송의 잠정 배심원으로 또한 무작위로 선택이 되어 현 재판이 진행되는 재판정에 배정이 되었다.

가주 민사소송에서의 배심원 재판은 일반적으로 12명의 배심원이 결정을 내린다. 그리고 무작위 선택이 되어 본 법정에 배정된 50명 중에서 12명의 배심원과 대체 배심원 2명을 선택하는 과정이 또한 배심원 재판의 중요 과정 중의 하나이다. 그리고 그 선택 방법이나 과정은 판사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일단은 대부분 판사가 잠정 배심원들 중에 배심원으로서 역할을 할 수 없는 이유가 있는 경우 그 이유에 대한 개별적인 상담을 한다. 그 과정에서 영어를 못하여, 학교에 출석을 하여서 또는 건강 등 여러 이유로 잠정 배심원들이 제외된다.

그리고 나머지 배심원들에게 판사와 담당 변호사들이 여러 질문을 하여 배심원들의 공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파악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배심원들이나 가족의 직업, 성향, 그리고 해당 사건에 관련된 편견 등의 여부를 파악하여 최대한 공정한 배심원을 선택하기 위한 질문과 답변의 과정을 거친다. 그 과정은 주로 구두로 진행되나 서면의 질문서를 이용하기도 한다.

위의 과정을 거쳐서 잠정배심원들에 대한 검토를 한 후 판사 또는 담당변호사들은 잠정 배심원들 중 여러 이유를 적용시켜서 또는 이유 없이 일정 배심원을 제외시킬 수 있다. 필자의 배심원 재판의 경우 판사가 원고와 피고에게 각각 8명의 배심원을 제외시킬 수 있는 제한을 두었다. 그리고 각 변호사는 배심원 들과의 질문과 답변 또는 그 외의 이유를 토대로 배심원들을 제외시켰다. 판사가 숫자에 제한을 두는 이유는 제한이 없다면 각 변호사가 본인에게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배심원을 선택하기 위하여 필요이상의 시간을 허비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선택된 배심원 중 9명 이상이 한쪽에 동의를 하여야 법적으로 유효한 최종 판결이 난다. 예를 들어 7 대 5로 판결이 나누어질 경우, 재판은 무효가 된다. 적어도 일주일 이상이 소요되는 거의 모든 배심원 재판의 경우 이러한 무효의 판결은 판사와 당사자들 모두에게 허탈한 결론이다. 그 긴 소송을 다시 되풀이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배심원의 판결은 소송 시작 그리고 말기 부분에 판사가 배심원들에게 읽어주는 해당 사건에 적용되는 법률을 근거로 한다. 물론 판사가 읽어주는 내용은 이미 판사와 담당 변호사가 치열한 논의를 거치어 합의한 내용이다.

그리고 배심원들은 그 법률을 기준으로 소송 당사자들의 법적 잘잘못을 판단하는 것이다. 많은 배심원 재판에서 필자가 느끼는 것은 배심원들의 책임감 수행의 자세이다. 공정하고 정확한 판단을 내리고자 하는 배심원들의 진지한 자세는 미국 민주주의를 유지시키는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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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일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