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구 멍청아! 1센티도 안되는데 거기도 못 넘어가서 청소를 못하냐? 이 바보야! 거실과 주방 턱에 걸려서 멈춰있는 우리집 내 친구 로봇청소기에 소리친다.
난 정말 몰랐다. 무엇이든 내가 겪어 보기 전에는 입바른 소리를 함부로 하면 안된다. 장애인 휠체어가 덜컹거리며 낮은 턱을 가까스로 넘어가거나 아니면 턱이 없는 곳으로 멀리 빙돌아 갈 때도 넘어갈 방법이 없어 지나가던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때도 참 고마운 일이네 하며 그저 그런줄 알았다.
때로는 장애를 가진 가족을 만나면 어색하지만 친절하게 도울 수 있는한 도우면 그런대로 괜찮은줄 알았다. 아니었다. 그건 아니다. 아무리 작은 턱이라도 없애서 우리와 똑같이 지낼 수 있어야 하고 무엇이든 턱을 없앨 수 있다면 서슴없이 나서야겠고 그런 일들을 하는 도우미들에게도 어떻게든 응원과 후원을 보내려고 한다.
다른 이를 대할 때도 상대방이 나에게 걸려 넘어지는 마음의 턱이 되지는 말아야한다. 별것이 아닌 다리수술로도 이렇게 불편한 게 많은데 몸과 마음으로 수없이 많은 턱을 만나게 되는 이들에게 그동안 나는 어떻게 해왔는가? 이제부터라도 무슨 말과 행동을 하든 함부로 가볍게 이런 거쯤이야 라고 하지 말아야겠다.
몇년째 잠을 못자서 수면제를 먹는다는 친구와, 의욕없어 우울해져서 병원에 다니는 친구에게 뭔가 아는 것처럼 니네들이 고생을 덜해서 덜 피곤해서 그런거야! 먹고 살기 바쁘면 바닥에 닿기만 하면 잔다고 하던 나는 참 지지리도 못났다
꼬마장군같이 밥 잘먹고 사계절 반팔만 입던 튼튼한 나는 망할놈의 코로나로 2년을 허무하게 보내면서 걷기와 수영을 했음에도 내 무릎은 망가졌고 운동이나 여행을 할 수가 없었다. 이제는 체력이 떨어져 지금은 긴팔에 폭신한 기모바지를 입고 돌침대는 한여름에도 따뜻하게 돌아간다. 결국 친정엄마와 똑같은 나이에 나도 무릎 인공관절수술을 하게되었다. 먼저 한 쪽을 하고 재활치료를 하고 다른 쪽도 해야하는 기나긴 여정이다. 그래도 그리하면 그동안 미루어왔던 그리스 터키도 가고, 한국도 가고,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성야고보 성당까지도 조금은 걸어볼 계획이다.
워낙 주변에 수술한 이도 많고 대부분 잘 걸어다닌다며 내게 화이팅을 보내주었다. 겁과 엄살 많은 나는 모든 이의 기도속에 수술을 하고 하반신 마취가 풀리지 않아 온가족을 애태우며 입원을 하고 다음날 초주검이 되어서 남편품에 안겨서 돌아왔다.
삼일이 지나 선생님 말은 잘 듣는 모범생인 나는 물리치료사를 따라 잘 참고 그런대로 잘 따라하려고했다.
그런데 불편한 내가 되어보니 온갖 것들이 마음에 안들고 짜증이 난다. 보조 워커를 사용해서 걷기 연습을 시작한 날 마루를 돌아 부엌에 가려는데 문턱에 걸려 걸을 수가 없었고, 워커를 들려고 하니 극심한 통증이 나를 때린다.
정말 제대로 수술한 게 맞나? 아니 이렇게 아플 수가 있는거야? 다른이들은 어떻게 참았을까? 수술한 엄마에게 아파도 참고 의사가 굽힌대로 굽혀보라고 정없이 내뱉던 딸년은 똑같은 길을 가고있다.
그래도 나는 온갖 투정 다 받아주는 남편과 알뜰살뜰 다정하게 먹이고 씻겨주는 올케도 있는데 울엄마는 혼자서 얼마나 아픔을 참고 밤이 되면 더욱 아픈데 긴밤을 홀로 뒤척였을 엄마에게 정말 부끄럽다.
이번에 직접 겪어보니 여러 가지가 바뀌어야겠다. 언덕위에 이층집은 노래가사에나 써먹어야겠고, 그냥 평지에 차에서 내려 아무런 막힘없이 들어가는 집이 좋고, 복도와 문들은 언제라도 휠체어를 돌릴 수 있게 조금씩 넓어야겠고, 집안에는 아주 작은 턱도 없어야 하고, 여차하면 매달릴 손잡이 난간도 있어야 하고, 욕조나 샤워커튼이 없이도 욕실안에서 아무데서나 샤워도 할 수 있고 볼일도 볼 수 있는 물청소가 쉬운 한국식 욕실이 그리워졌다.
밥먹고 머리 감고 샤워하는게 이렇게 감사해야 하는 일이고, 2주만에 의자에 앉아 컴퓨터에 글을 쓰는 게 이렇게 허리 아프고 엉덩이가 쑤시는 걸 진작에 알았어야 했다.
그래도 세월이 약이라고 처음 일주일은 진통제를 마구 먹어도 미치도록 아프더니 이제는 시뻘건 피멍도 조금씩 사그라들어서 처음으로 샤워를 하고 정신나간 여자처럼 이상하게 꽃단장하고 풀어헤친 모습으로 비틀거리며 성당엘 다녀왔더니 기분이 좋아졌다.
재활운동을 틈틈히 해서 우리집 마의 13계단을 오르내리기도 하고 다음주에는 나를 기다리는 텃밭에 나가서 의자에 앉아 지팡이를 흔들며 잔소리를 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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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희 / 전 한국학교 교사,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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