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자제재·전략자산 배치·군사대비태세 조정 통해 억지력 강화
▶ 대화원칙도 유지하며 北호응 촉구…北핵실험시 정책변화 가능성
북한이 올해 들어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대한 도발 수위를 점층적으로 높여가고 있어 미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올해 들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해 탄도미사일을 잇따라 발사해온 북한은 지난달 25일(이하 한국시간) ICBM를 비롯해 3발의 탄도미사일을 한꺼번에 발사한 데 이어 5일엔 8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동시다발적으로 발사하며 한반도 긴장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의 외교적·군사적 역량이 유럽에 치중된 가운데 북한이 도발 수위를 올려감에 따라 미국도 이에 상응해 일단 대북 압박과 제재의 고삐를 더 죌 것으로 전망된다.
탄도 미사일 발사 자체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인데다가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감행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는 점을 감안, 북한에 더이상 선을 넘지 말라는 메시지를 동맹국과 함께 발신해왔다는 점에서다.
미국은 대북 압박과 별개로 여전히 대화에 열려있다는 원칙도 강조하고 있으나, 북한이 2017년 이후 처음으로 핵실험이라는 메가톤급 도발까지 할 경우 미국의 대북 정책이 더 강경하게 변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국무부는 4일(미국시간)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입장을 묻는 연합뉴스의 서면 질의에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은 모든 국가에 위협이 되며 지역의 평화와 안보를 훼손한다"고 거듭 경고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는 다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대한 북한의 노골적이고 반복적인 위반을 규탄하고 모든 관련 안보리 결의에 따른 의무를 함께 준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방한중이었던 성 김 대북 특별대표도 5일 서울에서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긴급 회동을 하고 북한의 도발이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점을 확인하면서 북한의 긴장 고조 행위를 규탄했다.
오는 8일 서울에서 진행되는 한미일 3국 외교차관협의회에서도 미국은 동맹국인 한국, 일본과 함께 북한의 도발에 대한 선명한 메시지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한미일 3국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북한의 ICBM 발사에 대응해 이례적으로 공동성명을 내고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강력히 규탄하면서 북한에 비핵화 협상 복귀를 촉구한 바 있다.
미국은 이와 함께 이달 중하순으로 전망되는 박진 외교부 장관의 방미 계기에도 한국과 함께 북한에 도발 중단과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강력한 메시지를 발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북핵 문제에 대한 외교적 대응 차원에서 한미일 3각 안보 협력도 강화하고 있고, 한일 양국도 적극 공감하고 있는 만큼 이런 노력은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에서의 안보 문제 대응을 위해서는 한일 양국이 과거사 문제를 넘어서서 협력해야 한다는 게 미국의 입장이다.
여기에는 지역 패권 경쟁 차원의 대중(對中) 포위 전략에 더해 북한 문제에 대한 중국의 협력을 견인하기 위한 대중 압박 측면도 있다.
미국이 지난달 26일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 결의안에 대한 표결을 밀어붙인 것도 이런 차원이다.
과거에는 중국과 물밑 협상을 거쳐서 만들어진 결의안을 올렸으나 이번에는 상임 이사국인 중국·러시아의 거부권 행사가 분명해지자 표결을 강행, 부결 책임을 중국과 러시아에 돌리는 방식으로 전략을 바꿨다.
미국은 안보리를 통한 다자 차원의 추가 제재가 불발된 다음 날인 지난달 27일 독자 제재를 발표하면서 대북 제재를 강화했다.
나아가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강화 방침에 따라 군사적인 대북 압박 수위도 높였다.
핵 추진 항공모함인 레이건호까지 참여한 한미 연합훈련이 최근 오키나와에서 진행된 것이 그 상징적인 장면이다. 미국 항공모함전단이 한국군과 양자 훈련을 한 것은 지난 2017년 11월 이후 4년 7개월만이다.
이와 함께 전략폭격기인 B-1B(랜서) 4대가 괌에 도착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미국 전략 자산의 전진 배치도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미국의 군사적 측면의 대응은 북한의 도발 수위에 상응해서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며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관측된다.
비례적 대응을 통해서 한반도의 긴장 수위가 불필요하게 높아지는 것을 피하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은 북한의 도발에 대한 압박·제재 강화와는 별개로 여전히 인도적 지원 및 대화에는 열려있다는 입장도 유지하면서 북한의 호응을 촉구하고 있다.
미국의 이같은 노력은 북한의 7차 핵실험 차단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분석이다.
북한이 핵실험 도발까지 할 경우 안보 상황과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는 만큼 경고와 유화의 메시지를 동시에 보내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미국이 외교 수단과 전략 자산을 활용한 다자·양자적인 차원의 최고 수준 대응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많다.
실제 미국은 외교 채널을 통해 한국, 일본 등과 북한의 도발에 대응한 여러 가지 '옵션'에 대해 의견 교환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성김 대북특별대표는 지난 3일 서울서 진행된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회담에서 북한의 핵실험 준비를 언급한 뒤 "(미국은)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단기적, 장기적으로 적절히 군사대비태세를 조정하고 동맹을 보호하기 위해 방어력과 억제력을 강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의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동은 대가가 따를 것이며, 국제사회가 일상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핵실험에 나선다면 미국 정부로선 '북한의 불법행동에 대한 대가'까지 언급했다는 점에서 향후 대북정책의 무게중심이 압박과 제재로 쏠릴 것으로 보인다.
이는 바이든 정부가 지난해 대북 정책 검토 이후 밝힌 이른바 '조율되고(calibrated) 실용적인 대북 접근'이 강경하게 변화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미국 내 일각에서는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접근이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를 막는데 실패한 오바마 정부의 이른바 '전략적 인내'의 재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런 만큼 바이든 행정부는 '오바마 행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정책적 차별화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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