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기분열식 등 전통 행사…콘서트·퍼레이드에 영국 유명인 총출동
▶ 여왕 건강 주목…브렉시트·코로나19 이후 사회 통합·활기 계기될까
버킹엄궁 앞에 내걸린 영국 국기 ‘유니언잭’ [로이터=사진제공]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즉위 7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6월 2일(이하 현지시간)부터 5일까지 영국 전국에서 화려하고 성대하게 펼쳐진다.
실제 즉위일은 2월 6일이지만 여왕 공식 생일 행사와 합쳐서 '플래티넘 주빌리'라는 명칭으로 함께 치른다.
◇ 영국 문화자산 총동원…나흘 연휴 전국이 축제로 들썩
여왕은 4월 21일생인데 공식적으론 6월 둘째 주 토요일에 기념식을 해왔다. 조지 2세 때부터 날씨가 좋은 여름에 행사를 치른 관례를 따른 것이다.
영국 정부는 '플래티넘 주빌리'를 국가적 행사로 키우고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임시 공휴일을 지정해 나흘 연휴를 만들었다.
첫 주요 행사는 2일 오전 런던 중심부인 세인트 제임스 파크 인근에서 개최되는 '군기분열식'(Trooping the Colour)이다.
왕의 생일을 기념하는 260여년 전통 근위대 공식 축하 퍼레이드로, 이번엔 군인 1천200명, 군악대 수백명, 말 240마리 등이 동원된다.
이어 여왕과 주요 가족들이 버킹엄궁 발코니에 나와서 인사를 하고 이때 공군 전투기의 공중분열식이 하늘을 장식한다.
저녁에는 영국 내 2천여 곳과 영연방 수도에서 불을 밝힌다. 버킹엄궁 앞에선 영국 토종 나무 350개로 구성된 70피트(21m) 높이의 거대한 나무 모양 조형물 '트리 오브 트리즈'(Tree of Trees)에 불이 켜진다.
3일엔 런던 세인트폴 교회에서 감사 예배가 있다.
4일엔 BBC 주최로 버킹엄궁에서 영국의 내로라하는 유명인들이 총출동하고 관객 2만2천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콘서트가 개최된다.
퀸, 엘튼 존, 듀란 듀란, 다이애나 로스 등 가수, 데이비드 베컴, 에마 라두카누 등 운동선수, 뮤지컬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 등이 직접 혹은 화상으로 출연한다.
마지막 날인 5일엔 전국 곳곳에서 차량 통행을 막고 동네 주민들이 모여 먹고 즐기는 '빅 주빌리 런치'가 예정돼있다. 스카이뉴스 등에 따르면 신청이 1만6천 곳이 넘는다.
이날 오후엔 여왕 재위기간 영국의 모습을 보여주는 퍼레이드가 웨스트민스터 성당에서 버킹엄궁까지 이어진다.
대관식 때처럼 웨스트민스터 성당 종이 울리고, 여왕이 대관식 때 실제 탔던 황금 마차(Golden state coach)가 20년 만에 거리에 등장한다.
퍼레이드에는 군인 1천800명을 포함해서 약 1만명이 참석하고 마지막 콘서트에는 에드 시런과 클리프 리처드 등이 공연을 한다.
여왕의 결혼식 장면에선 곡예사들이 거대한 4단 웨딩 케이크를 굽는 모습이 나오며 영연방의 화합을 반영하기 위해 인도 영화를 뜻하는 '발리우드'의 음악이 나온다.
◇ 영국인들의 여왕 사랑…국민 통합·재도약 계기 노린다.
'플래티넘 주빌리'는 세계 역사를 통틀어 한 손에 꼽힐 정도로 긴 재위 기간에 영국인의 정신적 지주로서 자리를 지켜온 여왕에게 축하와 감사를 보내는 의미를 담고 있다.
96세 고령인 여왕의 노고를 기릴 기회가 생전에 더 없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영국인들은 이번 행사를 더 각별하게 여기고 있다.
정부로선 안팎으로 영국의 저력을 뽐낼 무대이기도 하다.
이 행사를 계기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우크라이나 전쟁을 겪으며 갈라지고 침체한 사회 분위기가 되살아나기를 바라고 있다.
내국인 소비 확대와 관광객 유치를 통한 경기부양 효과도 기대한다. 더 타임스는 최근 '플래티넘 주빌리'가 63억7천만파운드(약 10조원) 규모 경제효과를 낼 것이라는 전망을 보도했다.
지금 영국에선 국기인 '유니언잭'이 런던 시내뿐 아니라 동네 구석구석에 펄럭이며 대영제국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각자 집 앞이나 자동차에 '유니언잭'을 달아뒀고 하다못해 부동산도 매물 사진 대신에 '유니언잭'과 여왕 사진을 걸어놨다.
슈퍼마켓에는 쿠키나 장식품 등 왕실 기념품을 가득 진열해놨고 서점에는 여왕 관련 책과 잡지를 눈에 띄게 모아놨다. 학교에서도 다양한 프로그램에 아이들을 동참시켰다.
이번 행사를 앞두고 큰 걱정거리는 여왕의 건강이었다. 여왕은 작년 가을에 하루 입원한 이래로 코로나19, 거동불편 문제 때문에 대외활동이 위축됐고 의회 '여왕연설' 같은 주요 일정조차 불참했다.
최근엔 다소 나아진 모습이지만 각 행사 참석 여부는 임박해서나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플래티넘 주빌리'를 치르고 나면 여왕 이후에 관한 논의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 영국인들은 여왕을 향한 애정과 신뢰는 굳건하지만 찰스 왕세자는 다른 눈으로 보고 있다.
앤드루 왕자의 미성년자 성폭행 의혹 등으로 왕실의 도덕적 이미지가 크게 손상된 가운데 물가 급등으로 생활이 팍팍해짐에 따라 세금으로 호의호식하는 왕실 가족을 향해 부정적인 여론이 크게 부각될 수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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