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은 홍보에 적극 활용…미국은 “접근권 보장 안됐다” 지적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 최고대표 [로이터=사진제공]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의 중국 방문(현지시간 23∼28일) 이후에도 신장(新疆) 위구르족 인권 탄압 문제를 둘러싼 중국과 서방의 갈등 완화는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중국은 바첼레트의 방문을 자국 인권 논란 해소의 기회로 삼으려는 태세인 반면, 미국 정부와 인권단체 등은 중국의 선전 공작에 놀아난 '맹탕 방문'이었다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 바첼레트 본인도 "조사 아닌 소통 기회"…인권 논란 실체 접근 못한 듯
바첼레트 방중 첫날인 지난 23일 BBC 등 서방 언론은 신장 수용소 주요 시설 및 수감자 2천884명의 신원 등과 함께 중국 당국이 탈출을 시도하는 수감자를 사살하도록 지시했다고 보도하면서 바첼레트와 중국 정부를 동시에 압박했다.
중국 정부가 신장에 주로 위구르족을 대상으로 하는 재교육 시설을 설치해 운용해왔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 시설에 대해 서방은 무슬림인 위구르족을 공산당에 충성하도록 교육하는 사실상의 수용소라고 비판하지만, 중국 당국은 일부 현지 주민의 극단주의 사상 오염을 막기 위한 직업교육·훈련센터라고 주장해왔다.
바첼레트 대표는 중국 방문 마지막 날인 28일 방중 결과를 설명하는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이른바 직업 교육·훈련센터의 후신인 '카슈가르 부속 학교'를 방문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바첼레트 대표는 "이번 중국 방문은 인권 정책에 대한 조사가 아니라 중국 정부와 소통하는 기회였다"면서 직업 교육·훈련센터들에 대한 전면적 접근을 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일명 직업 교육·훈련 센터에서의 위구르족 인권 유린 의혹과 관련, 권위 있는 유엔 고위 인사가 부분적으로나마 상황을 직접 파악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조사'와는 선을 그은 것이다.
◇ 바첼레트 방문 중국은 적극 홍보…미국 정부·인권단체는 부정 평가
중국은 바첼레트 대표의 이번 방문을 '중국식 인권'을 선전하는 기회로 삼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 25일 바첼레트 대표와의 온라인 회견에서 "중국 인민의 인권은 전례 없는 보장을 받고 있다"며 "개발도상국에는 생존권과 발전권이 가장 중요한 인권"이라고 말했다.
또 마자오쉬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28일 기자들의 취재에 응하는 형식으로 "상호 존중하고 진솔하게 대하는 정신에 입각해 광범위하고 깊은 교류를 했다"고 바첼레트 대표의 이번 방문을 평가했다.
마 부부장은 ▲ 중국 인권의 발전 경로에 대한 이해 증진 ▲ 전 세계 인권 거버넌스에 대한 중국의 입장 천명 ▲ 중국과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간의 협력 강화 ▲ 진정한 신장의 면모 체험 등을 바첼레트 방문의 성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마 부부장은 "일부 서방 국가가 정치적 목적으로 인권최고대표의 방중에 대해 간섭하고 폄훼했는데 그들의 음모는 모두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미국 정부와 인권단체는 이번 방문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8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중국 당국이 바첼레트 대표의 방문에 부과한 조건들은 인종 청소와 인도주의에 반하는 범죄들이 계속되고 있는 신장을 포함한 중국 내 인권 환경에 대한 완전하고 독립적인 평가를 불가능하게 했다는 점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바첼레트 방중 기간 인권 상황을 파악하는 데 충분한 접근권이 보장되지 않았다면서 "그녀의 방문을 제약하고 조작하려는 시도들"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케네스 로스 사무총장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에서 "바첼레트 대표는 자신의 조용한 밀실 대화가 중국 정부의 (인권 관련) 탄압 완화를 끌어낼 정도로 충분히 설득력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회의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또 dpa통신에 따르면 위구르족 망명자 모임인 '세계위구르회의'는 "바첼레트의 방중은 중국이 자신들의 반인권 범죄와 위구르족에 대한 인종 청소를 숨기는 선전 기회가 됐다"고 비판했다.
◇ 중국과 서방의 신장 인권 갈등 지속 전망
신장 위구르족 인권을 둘러싼 중국과 서방의 갈등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수용소 등 인권 탄압 논란에 대해 일부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리스트의 싹을 미연에 잘라야 한다는 '국가안보'상 필요를 거론하고, 서방은 그것을 '인종 청소 시도'로 규정하는 '평행선' 대치가 계속 이어질 공산이 큰 것이다.
다만 중국과 유엔 간의 인권 문제 관련 소통 채널을 만들기로 한 것은 작은 진전으로 평가된다.
바첼레트 대표는 "유엔과 중국은 소수민족의 권리, 반테러와 인권, 법적 보호 등 다양한 사안에 대한 후속 논의를 위해 실무그룹을 구성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신장 인권 논란을 둘러싼 중국과 서방의 거대한 인식차 속에 양측 사이에는 공방만 있을 뿐 실질적 대화는 없었다.
만약 바첼레트 방문 이후 실무그룹이 실제로 구성됨으로써 유엔이 국제사회를 대표해 중국에 계속 문제를 제기할 통로가 생긴다면 그 자체가 견제 장치가 될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실무그룹의 논의 대상에 '반테러'도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인권 옹호와 테러 방지 사이에서 논의가 공회전을 거듭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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