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규 10집 음반 ‘소리’ 발매 “공백 이렇게 길어질지 몰라…재데뷔하는 느낌”
(서울=연합뉴스) 가수 이수영이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구름아래소극장에서 열린 열 번째 정규 앨범 ‘소리(SORY)’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노래요? 제게는 행복이더라고요. 처음 녹음하기 위해 녹음실에서 목을 푸는 순간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피가 도는 느낌이었어요."
가수 이수영(본명 이지연)의 노래를 떠올리면 추억이 묻어난다. 1990년대 후반, 혹은 2000년대 초반을 살아온 많은 이들이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마음을 달랬고 위로받았다.
특유의 창법과 서정적인 감성으로 '휠릴리', '라라라', '아이 빌리브'(I Believe), '스치듯 안녕' 등 발표하는 곡마다 잇달아 히트시킨 이수영은 그 시절 '발라드의 여왕'이었다.
이수영이 다시 한번 가슴 절절한 노래로 대중 앞에 선다. 무려 13년 만에 내놓는 정규 음반이다.
이수영은 17일(한국시간) 서울 마포구 구름아래소극장에서 열린 정규 10집 '소리'(SORY) 발매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관심 가져주신 것만으로도 감사드린다. 정말 재데뷔하는 느낌"이라고 컴백 소감을 밝혔다.
그는 "데뷔 후 10년 동안 총 9장의 정규 음반을 냈다. 정말 달릴 대로 달려온 나였는데 9집 이후에 결혼하고 시간이 지났다. 이렇게 13년이라는 공백이 생길 줄 나도 몰랐다"고 털어놨다.
오랜만에 내놓은 이번 음반은 이수영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담았다.
정규 9집 '대즐'(Dazzle) 이후 13년이라는 공백기 동안 그가 느낀 '미안한'(sorry) 마음을 오롯이 목소리에 담아 진솔하게 풀어냈다. 모든 곡이 완성되기까지 3년이 걸렸다고 한다.
"이전 음반에서는 노래를 잘하려는데 집중했던 것 같아요. 그러나 이번에는 온전히 내 목소리가 어땠는지 찾아가는 여정이었어요. 나뿐 아니라 우리들의 소리를 담아야겠다고 생각했죠."
디지털 싱글이나 미니 음반 등 음악의 호흡이 짧아진 요즘 그가 정규 음반을 내면서 부담은 없었을까.
"13년 동안 가수를 그만둘까 생각을 안 해봤을까요? 그런데 기회라는 게 항상 있지는 않았어요. 단 한 번도 음반 작업을 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은 적이 없었고 최선을 다했지만 잘되지 않았어요."
그는 "지금 회사를 5년 전에 만났는데 그날부터 내가 버는 돈의 일부분을 떼서 적금을 들었다. 지난 5년간 착실하게 적금을 준비하면서 버텼고 3년 전부터 준비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음반을 하면서 적금 3개를 깼다"며 웃기도 했다.
타이틀곡 '천왕성'은 이수영에게 꼭 맞는 곡이다.
태양처럼 특별한 존재로부터 사랑받고 싶지만, 멀찍이 떨어져 찰나의 순간에만 닿게 되는 애절함을 천왕성에 빗댄 이 곡은 이수영 고유의 장르인 '오리엔탈 발라드' 분위기가 묻어난다.
이수영은 곡을 쓴 안예은과의 작업을 "찰떡같이 즐거웠다"고 떠올리며 "내가 잘 할 수 있는 목소리를 바탕으로 동료 가수들, 후배들을 믿고 잘 따라서 여기까지 왔다. 즐겁게 하다 보니 10집이 완성됐다"고 말했다.
이 밖에 지난날을 잊고 싶지만 놓고 싶지도 않은 마음의 이중성을 혓바늘에 빗댄 '덧', 스스로 외톨이를 자처하는 이들에게 본질적인 사랑을 이야기하는 '방문을 닫고' 등도 음반에 실렸다.
후배 가수인 이진아, 멜로망스 정동환 등도 '발라드 선배'의 귀환 작업에 힘을 보탰다.
두 곡을 작사한 김이나는 "20대에 한 번쯤 서러운 이별 안 해본 사람이 어디 있었을까, 이수영은 그런 모두의 목소리였다"며 "이제는 이별만 아니라 삶 전반에 대한 노래를 들려달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수영은 이번 음반은 그를 믿어주는 팬들과 동료들 덕분에 가능했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팬들이 '10대 때부터 기다렸는데 벌써 서른이 다 됐다.', '군대에서부터 기다렸는데 어느덧 애 아빠가 됐다.'고 했는데 눈으로 볼 수 있는 CD 음반을 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말했다.
오랜만에 무대에 오른 이수영은 벅찬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소속사와의 갈등, 결혼과 출산 등을 거치며 보낸 시간이 생각난 탓일까. 그는 이날 간담회에서 첫인사로 '반갑습니다'라고 다섯 음절을 말한 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수영이 "처음부터 눈물이 난다. 갱년기인가 보다"라며 너스레를 떨자 간담회 사회를 맡은 친구 박경림은 그의 어깨를 다독이면서 '기쁜 날'이라며 분위기를 띄웠다.
"예전에는 음반만 내면 선 주문이 10만 장씩 들어왔는데 CD를 이렇게 안 사는 줄 몰랐어요. 이번에 1천 장만 찍었는데도 불안하네요. '스밍 총공'(스트리밍 총공격) 한 번만 부탁드려요." (웃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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