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홍근 “열어놓고 판단”…지방선거 위기감 속 지도부서도 출마론 고개
▶ 李측 “당내 여론 충분히 전달”…당내 반대는 부담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를 향해 보궐선거 등판을 요구하는 당내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다.
그간 이 전 지사의 보궐선거 출마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 온 지도부에서까지 급속히 출마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안팎에서는 거듭된 요청에 결국 이 전 지사가 '결단'을 하지 않겠느냐는 예측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에서 "지방선거 상황이 많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에 지난 대선에서 이 전 지사를 지지했던 분들의 마음을 다시 결집하는 것이 중요한 전략"이라며 "이 전 지사가 직접 출마해달라는 인천이나 수도권, 또는 전국의 요구들이 있기에 그 부분을 열어놓고 지도부가 판단해보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날 당 전략공천관리위원장인 이원욱 의원이 차출을 고려한다고 말한 데 이어 이번에는 지도부에서 출마 가능성을 직접 언급한 것이다.
이성만(인천 부평갑)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 전 지사가 인천에서 역할을 맡아준다면 박빙의 선거에서 확실히 승기를 잡을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본다"며 "승리를 위해 이 전 지사의 큰 결단과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등판을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이날 비대위에서 6·1 지방선거와 함께 열리는 보궐선거 지역구 7곳 가운데 4곳의 공천을 확정했지만, 성남 분당갑과 인천 계양을 등의 공천은 보류했다.
분당갑과 계양을은 이 전 지사의 등판 가능성이 점쳐지는 지역구라는 점에서, 지도부 역시 차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현영 대변인은 이 전 지사의 공천을 논의했느냐는 질문에는 "오늘 논의되지 않았다"면서도 "빠르게 논의를 진행해야 하는 만큼 이번 주와 다음 주에는 나머지 후보들에 대해 검토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첫째로 본인의 결심이 우선 서야 하고, 실제로 당의 요구가 얼마나 있는지도 봐야 한다"며 "당의 의견이 모이는지가 정리된 뒤 당이 본인에게 강하게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등판론이 급격히 커지는 배경으로는 무엇보다도 새 정부 출범과 맞물려 열리는 지방선거의 판세가 불리하다는 점이 꼽힌다.
이른바 '검수완박 정국'을 거치며 당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박빙 양상인 경기도지사 선거를 제외하면 승부처인 수도권에서도 승리를 점치기 어려운 형국이다.
대선에서 0.73%포인트 차이로 석패한 이 전 지사가 선거 전면에 등판해 지지층의 결집을 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경찰이 성남FC 의혹과 관련한 재수사에 속도를 붙이는 등 이 전 지사를 겨냥한 사정 드라이브가 가시화되는 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당의 최대 자산인 이 전 지사가 보복성 수사로 흠집을 입는 일은 막아야 한다는 이른바 '방탄조끼론'이다.
이 전 지사는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다만 그간 이 전 지사의 보궐선거 출마에 강한 반대 입장을 보여 왔던 측근 그룹에서도 태도가 변화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7인회'의 핵심 멤버인 한 의원은 통화에서 "당 안팎의 여론을 충분히 전달했다"며 "여론은 반반인 것 같다. 결국 이 전 지사가 고민하고 결단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 전 지사의 마음 역시 출마 쪽으로 기우는 것 같다는 해석도 주변에서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오는 10일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고 나면 그간 미뤄 둔 지방 방문 일정 등을 소화하며 감사 인사를 할 예정인 만큼 그에 앞서 8∼9일께 지도부의 요청과 이 전 지사의 결단 등이 이어질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이 전 지사가 출마를 결심한다면 지역구는 거주지가 위치한 분당갑보다는 계양을이 더 유력하게 꼽힌다.
이 전 지사와 가까운 한 의원은 "분당갑에서는 이미 김병관 전 의원이 출마 의사를 밝혔지 않느냐"고 말했다.
분당 민심이 불리한 만큼 자칫 보궐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정치적으로 치명상을 입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치적 근거지를 포기하고 인천에서 출마할 명분이 없다는 점과 당내 반대 여론 역시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은 부담이다.
특히 계양을이 서울시장에 출마한 송영길 전 대표의 지역구라는 점에서 지난해 당내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이심송심' 논란이 재연돼 이낙연계 친문과의 갈등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친문 의원은 "누가 봐도 직을 가지고 서로 도와주는 품팔이인데, 품팔이는 서민들이 하는 것이지 힘 있고 가진 사람들이 해서는 안 된다"며 "자칫 당까지 위험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친문계 일각에서는 이 전 지사와 송 전 대표 사이의 '밀약'이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인천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은 이날 오후 시당위원장인 유동수 의원의 주재로 이 전 지사의 계양을 출마에 관해 논의했지만, 이 자리에서도 찬반 입장이 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유 의원은 자리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의견 일치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찬성하시는 분들은 (인천시장 선거와 연계해 필요하다는) 여론이 있고, 반대하시는 분들은 큰 판에서 볼때 어떤 영향이 있느냐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미 이원욱 의원이 인천 지역구 의원들에게 연락해 찬반을 파악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이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분당갑에 전략공천할 경우 '빅매치'를 통한 선거 흥행 및 지지층 결집이 필요하다는 논리에 따라 이 전 지사도 분당갑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도 거론된다.
민주연구원장인 노웅래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이 전 지사가 나와 지방선거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어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한편, 대선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새로운 모습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당도 이 전 지사도 5년 뒤 정치적 재기를 위해 어떤 것이 더 바람직한지 최종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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