點(점)이란 글자는 뜻을 나타내는 부분 黑(검을 흑) 변에 음을 나타내는 부분 占(점령할/점칠/얼룩질 점)이 합쳐진 형성자(形聲字)이다. 영어로 Point(점)라는 뜻이다.
우리말의 ‘점'이라는 단어 한 글자는 “어떤 점이 마음에 들어, 고기 한 점만 줘라, 얼굴에 점이 생겼다” 처럼 몇 가지 서로 다른 뜻으로 쓰이고 있다. 읽을 때는 모두 점(Point)이라고 읽는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인생이란 엄밀히 말하면 소수점(Decimal Point)을 의미한다.
따라서, 인생이란 직선도 아니고 곡선도 아니다. T자도 아니고 S자도 아니다. 가산점도 없고 반환점도 없다. 단지 소수의 부분과 정수(整數)의 부분을 구획하기 위하여 찍는 점에 불과하다. 소수점 이하 반올림이나 사사오입도 없다. 순간이나 찰라보다 더 짧다.
인생여백구과극(人生如白駒過隙)을 줄여서 ‘백구과극(白駒過隙)’이라는 말이 있다. “인생은 백마가 달려가는 것을 문틈으로 내다보는 것처럼 빨리 지나간다”는 뜻이다. ‘삼국지’에서 촉나라 장수 강유가 덧없는 세월을 안타까워하는 대목이다.
인생은 참 짧다. 인생은 정말 짧다. 인생이 짧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말이 있다. “지금 이 시간이 가장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자. 시간을 헛되이 낭비하지 마라. 진실하지 못한 사람에게 시간과 에너지를 쏟지 마라. 후회하지 않을 보람 있는 일을 하라.”고 말한다.
아포리즘(Aphorism)이란 깊은 진리를 간결하게 표현한 말이나 글, 격언, 금언, 잠언, 경구 등을 의미한다.
아포리즘을 최초로 사용한 히포크라테스는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며, 기회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경험은 믿을 수 없으며, 판단은 어렵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과연 예술의 생명은 길까? 따지고 보면 인생도 짧거니와 예술도 거기 못잖게 짧다. 예술이 길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 될 수도 있다. 인생도 짧고, 예술 뿐만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 낸 것과 창조해낸 것들은 모두 짧다. 인간의 수명보다 길 뿐이다. 이 세상에서 무한대로 끝 없이 긴 것은 오직 신(神)이 만인에게 공짜로 주는 햇빛, 물, 공기, 토양 밖에 없다.
잠시 소풍 왔다가 떠나는 인생. 백 년도 다 채우지 못하고 가는 인생. 베풀며 살고, 남에게 상처주지 않고 오장육부 편하게 사는 것이 좋은 인생일 수도 있는데 그게 어디 쉬운 일이고 내 맘과 뜻대로 이루어지는가? 인생은 하나의 소수점에 불과한데 어떻게 살아야 참되고 진실된 삶을 마치고 지구를 떠나야 할지 나이테가 늘어 갈수록 고민은 더 깊어 간다.
윤리를 중심 문제로 하고 욕망을 억제하여 자연의 법도에 따를 것을 주장하는 후기 스토아(Stoa) 철학을 대표하는 철학자이자, 정치인, 사상가, 문학자이며, 로마제국의 황제인 네로(Nero)의 스승으로도 유명한 세네카(Lucius Annaeus Seneca)는 인생의 짧음과 마음의 평정에 대하여 책으로 엮어 펴냈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하고 만족할 만한 삶을 살아가기를 원한다. 자신의 삶에 만족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남들이 보기에 번듯한 집과 직업을 가진 사람들. 삶을 즐기고 있다는 것을 뽐내기라도 하듯 경쟁적으로 여행을 하는 사람들. 모두 자신들의 삶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것 처럼 보인다.
세네카는 이런 공허한 삶은 의미가 없다며 따끔하게 지적한다. 지나친 욕심과 쓸데없는 일로 인생을 허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네카는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마음의 평정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언제 어디서든 마음의 평정만 유지하라.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래 사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알찬 시간을 보내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세네카가 말하는 마음의 평정은 스스로의 삶에 만족하게 만드는 중요한 키워드다. 짧은 인생을 쓸데없는 일로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세네카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스스로를 위해 아낌없이 바치라고 말한다. 글에 담긴 세네카의 철학과 진리는 2천 년이 지난 지금도 커다란 울림을 준다.
인생살이란 ‘패키지 딜(Package Deal; 일괄 거래)’이다. 기쁨·슬픔·즐거움·괴로움… 한 묶음으로만 팔지, 따로따로 팔지 않는다. 어떤 인생이든 꾸러미를 하나하나 풀어서 들여다보면 건질 게 있다. 모든 인생은 다 저 마다의 색깔이 있고 고통이 있고 희망이 있고 행복과 슬픔이 있다. 크기와 시기와 모습은 다를지라도 인생의 본질은 같다. 인생의 짧음을 한탄할 필요는 없다. 인생을 마감하는 순간이 아닌 현재에 충실하고 현실을 직시하면서 살면 된다.
소수점같은 짧은 인생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소수점 이하의 인생이 되지 않도록 앞으로 삶의 방향도 재점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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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모 / 워싱턴산악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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