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석 목사는 1956년 충남 당진에서 태어났으며 20살이 넘어서 처음 교회에 나가게 됐다. 예수 믿는 사람의 아름다움에 매혹돼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으나 이어 신앙인의 추함에 분노하게 됐다. 그리고 다시 그 아름다움을 회복하기 위해 뒤늦게 목회자의 길을 걷게 됐다. 직장생활을 접고 감리교신학대를 졸업했으며 청파교회 전도사, 이화여고 교목을 거쳐 1997년부터 서울의 청파교회 담임목사로 사역하고 있다. 다수의 저서와 방송을 통해 일반 대중과 소통하고 있으며 설교 동영상은 10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 성공은 사회적 지위이자 행복의 척도가 아닐 수 없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더 갖지 못한 것에 불행을 느끼고 점점 커가는 욕망을 쫓아 치열한 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러나 결코 채워지지 않는 욕망의 끝에서 점점 자신을 잃고 다른 이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만 늘어날 뿐이다. 이러한 욕망의 쳇바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김기석 목사는 “내려놓을 때 비로소 편안함을 느낄 것”이라며 “소중하게 생각했던 많은 것들도 사실 별것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주 와싱톤사귐의교회(담임목사 김영봉) 부흥회 강사로 초청된 김 목사는 지난 25일 본보를 방문해 교회와 바른 신앙인의 모습 등 미처 못 다한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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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함께 교인들의 모습에 실망하는 사람들도 많다. 무엇이 문제인가?
▲신앙생활의 보람은 하늘의 빛을 일상으로 가져오는 것이다. 신앙생활은 일상과 깊이 연결돼 있으며 일상에서 재해석 돼야 한다. 나쁜 종교는 신의 능력을 이용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바른 신앙생활은 과시가 아니라 그 분의 빛을 비추어 나를 성찰하고 평화를 만드는 길로 나아가는 것이다. 교회에 열심히 출석하는 신앙생활도 중요하지만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책임 있는 신앙의 주체가 돼야 한다.
-바른 신앙생활이란 무엇인가?
▲사탄은 두려움과 욕망으로 우리에게 접근한다고 한다. 불확실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두려움을 주고 채워지지 않는 욕망에 사로잡혀 벗어날 수 없는 존재로 만든다. 자본주의 경쟁사회의 현실은 그렇게 우리를 예수의 길에서 멀어지게 할 뿐이다.
결코 채워질 수 없는 욕망의 쳇바퀴를 돌다보면 불만만 쌓여갈 뿐이다. 우리는 이미 누리고 있는 것만으로도 제법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때문에 오늘날 감사는 매우 급진적인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성경은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뿐만 아니라 추수할 밭의 한 귀퉁이를 과부나 고아를 위해 남겨두라고 당부하며 ‘너희도 거룩하라’고 말한다. 타인을 귀하게 여겨야 한다.
-남들과 비교될 수밖에 없는 경쟁사회에서 감사와 만족은 더 이상 미덕이 아니라고 한다.
▲어린 자녀들도 이미 치열한 경쟁에 익숙해져있다. 감사하고 만족하다가는 경쟁에서 도태될까 두려워한다. 그러나 경쟁 못지않게 스스로 평화로운 존재가 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남겨두어야 한다.
경쟁에서 성공한 탁월함이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많은 문제는 그 탁월함 때문에 발생한다. 나의 존재는 더 큰 세계의 일부라는 자기 동기화, 탁월함만으로는 불가능한 일들이 많다는 자각이 필요하다. 그렇게 감사하며 거룩한 삶을 체험하길 바란다.
-교회 간증의 대부분은 역경을 딛고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결국 교회도 세상과 마찬가지로 성공을 원하는 것 아닌가?
▲심각한 병을 앓았으나 기도로 새 생명을 얻고, 사업실패로 낙담하던 가운데 굳건한 믿음으로 재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간증은 그다지 좋은 믿음의 사례가 아니다. 이는 오히려 병을 앓고 있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에게 자책감을 주기도 한다. 나는 믿음이 부족해서 또는 기도가 부족해서 고통 받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아프고 힘들더라도 이는 믿음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교회에서의 간증은 기적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다’라고 말할 수 있는 자유로움을 전해주어야 한다. 교회까지 자극적인 소재를 찾아다닐 필요는 없다.
-정치성향 또는 서로의 차이로 반목하는 사람들이 많고 교회에서도 분란의 원인이 되곤 한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모이다보면 갈등도 겪게 되지만 우린 다른 이들과 더불어 살 수밖에 없다. 서로 공유하는 90%의 가치에도 불구하고 불과 10%의 차이 때문에 갈라선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함께 할 수 있는 많은 부분에도 불구하고 소모적인 논쟁으로 서로에게 상처를 줄 필요는 없다.
교회에서 정치적인 주제를 다루는 것이 조심스럽기도 하지만 교회는 불의의 현장을 보고 침묵해서는 안 되며 약자의 고통을 외면해서도 안 된다.
때로는 교회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또는 담임목사가 싫어 교회를 떠나는 사람들도 있다. ‘탕자의 비유’에서 아버지는 떠나는 아들을 붙잡지 않았다. 떠나야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여유와 여백이 필요하다.
-한인교회 목회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한인교회를 방문해 보면 한국에서는 거의 사라진 커뮤니티의 모습을 확인하게 된다. 교회는 서로를 연결하는 통로가 되고 소수계로 살아가는 한인들은 서로 의지하고 교제한다. 이로 인해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개별화되고 서로의 연결고리가 사라진 한국과 달리 친밀한 신앙공동체의 모습은 한인교회의 장점이다.
때로는 스스로의 한계에 부딪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좌절감에 실망하기도 하지만 작은 반딧불도 여럿이 모이면 밝은 빛과 함께 꿈을 꾸게 해준다. 우리는 서로의 반딧불이 돼 함께 하고 있다. 당신은 결코 혼자 외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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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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