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위 단독처리’ 민주, 본회의까지 ‘속전속결’ 태세…정의당과 연대 기대감도
▶ 국힘 “일방 독주” 규탄…안건조정위 구성 요구, 본회의 필리버스터 예고
‘키맨’인 박병석 국회의장 역할 주목
(서울=연합뉴스) 박광온 법사위원장이 26일 저녁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2.4.26 [공동취재]
더불어민주당이 26일(이하 한국시간)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 밀어붙이기'에 나서면서 정국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직후 민주당의 "일방 독주"를 규탄하며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반대에도 4월 임시국회에서 검수완박 입법전을 마무리하겠다는 태세여서 여야가 정면 충돌로 치닫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법사위 소위를 통과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늦어도 오는 29일까지 본회의에서 반드시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법사위 안건조정위 구성을 요구했으며,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 카드로 결사항전에 돌입할 태세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협치' 기대감은 일순 사그라진 모양새다. 여야 간 극한 대립 속에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윤석열 정부 초대 내각에 대한 인사청문회까지 줄줄이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당초 전날부터 이틀간 실시가 예정됐던 한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의 경우 자료제출 부실을 이유로 한 민주당과 정의당의 불참으로 초반부터 파행을 겪다가 가까스로 내주로 재조정한 일정을 합의한 상태다. 이대로 검수완박을 둘러싼 대치가 지속되면 청문회도 파행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수완박 입법은 앞서 여야가 지난주 양당 원내지도부가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안한 중재안을 수용하며 한때 합의점에 도달하는 듯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중재안에 대해 우려를 공개적으로 드러낸 이후 국민의힘이 '재협상'으로 방침을 정하면서 합의는 사실상 백지화됐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 전망이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이 이날 법사위 처리 강행에 나서며 여야 관계는 파국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모습이다.
(서울=연합뉴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6일 저녁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의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 시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여야는 이날 종일 검수완박 문제를 놓고 정면충돌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긴급의원총회를 열고 '중재안'에 대한 재협상 추진을 공식화했다.
앞서 여야 원내대표가 서명한 '중재안'은 기존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수사권 가운데 부패 경제만 한시적으로 남기고 나머지 수사권을 삭제하는 게 골자였다.
국민의힘은 기존 중재안이 검찰 수사 대상에 정치인(선거범죄)을 제외했다는 점을 두고 '정치 야합', '셀프방탄법'이라는 비판 여론이 높다는 점을 근거로 앞세워 여론전에 주력했다.
중재안을 수용한 협상 당사자였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의총을 마친 뒤 "국민이 가장 비판하는 선거·공직자 범죄가 포함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합의 처리할 수 없다는 것이 저희 당 입장"이라며 재협상 방침을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후 심야에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장으로 집결해 항의를 이어갔다.
권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우리는 110석밖에 안 되는 소수당이지만 국회법이 정한 절차 수단을 총동원해 법안 통과를 저지하겠다"며 민주당을 향해 '최후통첩'을 던졌다.
이준석 대표도 참석해 "민주당의 '180석 근육 자랑'"이라며 "가장 위험하고 국민이 바라지 않는 형태의 정치"라고 거들었다.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안건조정위원회 소집을 요구한 상태다. 본회의 처리 강행 시에는 필리버스터에 돌입할 것을 예고하고 있어서 여야 간 강 대 강 대치 국면은 불가피해 보인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끝내 합의하지 않더라도 입법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의원총회와 '국민의힘 규탄 대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여야가 의원총회를 통해 추인한 뒤 서명까지 했기에 제가 '의장의 중재안이 아닌 합의 사안'이라고 명명백백 성격을 규정을 해드렸다"며 "합의 사안에 대한 변경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박 원내대표는 "기존에 합의했던 두 개(방위사업범죄·대형참사)에 더해 공직자범죄까지는 현행 합의사항대로 4개월 이후 직접 수사권을 폐지하고, 부패범죄·경제범죄에 선거범죄까지 셋은 유예하되 부칙에 1년 6개월 후 폐지한다는 내용을 조문으로 담자고 요구했다"며, 국민의힘과의 물밑 협상에서 한 걸음 더 양보한 안을 제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국민의힘의 재논의 요구를 합의 파기로 간주하면서도 요구 사항을 일부 받아들여 선거범죄까지 유예하는 안을 제안한 점을 부각, 법안 처리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심산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이 정의당과 연대할 가능성도 커진 상황이다.
민주당은 법사위 소위에서 의결한 개정안에서 경찰로 떼어내기로 한 4개 범죄(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중 선거범죄의 경우 올해 12월 31일까지는 검찰에 남겨두기로 했다. 이는 애초 합의안에는 없던 정의당의 제안을 수용한 것이다.
172석의 민주당으로서는 본회의에서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하기 위해 정의당(6석)을 우군으로 확보할 기반이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여기에 검수완박에 찬성 입장을 표명한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과 여당 성향의 무소속 의원 등의 의석을 더한다면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할 180석 확보가 가시권에 들어올 수 있다.
민주당은 기세등등하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처리를 밀어붙이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이날 법사위 소위를 재개한 지 5시간여 만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상황에서 개정안들을 단독 의결했다.
밤이 길어지더라도 이날 전체회의까지 처리하겠다는 게 민주당의 목표다.
법안이 이날 전체회의를 통과하면 공은 다시 박병석 의장에게로 넘어가게 된다.
민주당의 뜻대로 본회의를 열고 법안을 상정할지 결정해야 한다.
앞서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제 국회의장도 좌고우면하지 않길 바란다"며 본회의 개최를 촉구했다.
그러나 이대로 본회의를 개최했다가는 여야의 극한 대치가 불가피한 만큼,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박 의장이 양측의 마찰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선택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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