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MF 글로벌 경제토론서 “공급망 개선 기대 안 해, 물가안정 필요한 일” 강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21일 0.5%p씩 연속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로이터]
월스트리트 리포트연방준비제도(Fed·연준) 제롬 파월 의장은 21일 국제통화기금(IMF)의 ‘글로벌 경제 토론’에 나와서 한 발언으로 5월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직접 재확인했다. 5월은 0.5%포인트로 완전히 정해졌다고 보면 될 듯하다. 새로운 부분은 0.5%포인트씩 3번에 대한 말에 부인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히 시장이 보는 거나 연준이 보는 거나 비슷하지 않겠느냐는 투로 얘기했다는 부분이 중요하다.
사실 5월 0.5%포인트는 이달 초 공개된 3월 회의록에서 확정된 부분이다. 지난주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5월 0.5%포인트 인상은 합리적”이라고도 했다.
정확히 따지면 이번엔 의장인 파월의 입으로 이를 확인한 데 의미가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연속으로 0.5%포인트씩 인상할 수 있다는 것을 듣게 됐다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파월 의장이 다음 달 회의에서 0.5%포인트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고 그 이후에도 비슷한 수준의 금리인상이 따라올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파월 의장의 발언 가운데 주목할 만한 것은 앞으로는 공급망 개선에 더 이상 기대지 않겠다고 밝혔다는 점이다. 파월 의장은 지금이 인플레이션 피크냐는 질문에 “우리는 지금이 인플레이션 피크일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왔고 올해 남은 기간 물가가 떨어지고 내년에는 더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해왔다”며 “하지만 이런 기대들은 과거에 실망스러운 결과를 낳았다”고 시인했다.
그는 또 “3월이 피크였을 수 있지만 우리는 실제로 그런지 모르며 그것에 의지하지 않겠다”며 “우리는 더 이상 공급망 개선에 의지하지도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동안 연준이 지적을 받던 것 중의 하나가 사전 대응에서 사후 데이터 검증 뒤 정책집행 방식으로 바꿨으면서 공급망과 인플레이션은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통화정책을 해왔다는 점이었다. 파월 의장은 이번에 처음으로 공급망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고 했다.
인플레이션 하락 예상치는 크게 연준의 긴축에 따른 수요감소에 따른 하락분에 공급망 회복에 따른 개선분이 더해진 것이다. 공급 개선을 생각하면 긴축을 덜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에 통화정책으로만 해보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좀 더 해석을 보태면 연준의 인플레 목표치를 채우기 위해 공급망에서 도움받지 못하는 부분을 수요 측면에서 채우겠다고 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월가의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공급망 부분은 제쳐두고 통화정책을 통해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보겠다는 말로 들린다”고 전했다.
추가로 파월 의장은 미국 경제가 “매우 강하다(very strong)”고 했다. 이 말을 들을 때는 현재 기준이라고 생각하는 게 좋다. 실제 파월 의장은 “연착륙이 쉽지 않으며 도전적”이라고 했다. 경제가 계속 강할 거라면 정책 실수로 금리를 좀 더 올리더라도 버틸 수 있어야한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공급망이 개선되면 연착륙에 상당히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을 할 정도다. 앞서 그가 공급망 개선에 기대하지 않겠다고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착륙 또한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알리안츠 선임고문은 이날 CNBC에 “연착륙을 하기 위해서는 기술과 시간, 행운이 필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파월 의장은 임금인상발 인플레이션을 상당히 우려하고 있기도 하다. 이번 회의에서도 이런 점들이 드러났다. 그는 후한 임금과 타이트한 노동시장을 두고 “지속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했다. 여기에 코로나19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코로나19 이전으로의 회귀는 불가능하며 앞으로는 더 높은 인플레이션과 낮은 생산성이 나타날 것을 걱정한 대목도 미국의 고인플레이션이 당분간 지속할 수 있으며 연준의 앞날이 순탄치 않음을 예상하게 하는 부분이다.
연장선에서 파월 의장이 앞부분에 금리인상을 많이 하는 쪽을 의식하는 발언을 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에 많이 해두면 나중에 천천히 하거나 멈출 수 있는 여유공간이 생기기 때문이다. 월가의 기대처럼 속도조절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파월 의장의 속내를 알 수 있는 게 하나 더 있다. WSJ에 따르면 이날 파월 의장은 IMF 행사 외에 별도의 컨퍼런스에서 1980년대 초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한 폴 볼커 전 연준 의장의 예를 들었다.
그는 “볼커 의장은 인플레이션 기대가 인플레이션이 지속성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음을 이해했다”며 “그는 두 가지와 싸워야 했다. 하나는 인플레이션이라는 용이며 다른 하나는 인플레가 지속적일 것이라는 사람들의 믿음”이라고 했다.
이 말의 의미가 파월이 예전처럼 두 자릿수 금리인상을 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인플레이션 기대가 상당히 중요하며 연준이 이것이 큰 신경을 쓰고 있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 파월 의장이 “3월이 피크였을 수도 있지만 실제로 그런지 잘 모른다. 공급망 기대없이 중립금리로 빨리 나가겠다”고 한 것도 물가상승이 일시적이라고 했다가 망신을 당한 뒤 시장의 신뢰를 잃은 연준이 피크론으로 또 한번 실수하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라고 보인다.
이와 관련해 그레이 블랙스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나의 걱정은 기업들이 이에 반응하면 임금인상과 함께 가격을 올릴 것이라는 점이며 인플레가 금방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이는 당분간 미국 경제가 탄탄하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물가상승과 연준의 긴축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지고 경기둔화나 침체에 빠질 수도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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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김영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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