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대학생 한국어 말하기대회’를 참관할 기회가 있었다. 워싱턴 DC 지역을 중심으로 11개 대학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25명의 학생들이 참가했다. 그 가운데 비 한인 학생들도 많았다. 그 만큼 한국어의 중요성이 비 한인들에게도 인식되고 있다는 증거이다. 대회는 수준별로 세 그룹으로 나누어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는데 학생들의 한국어 구사 능력과 발표 내용이 훌륭했다.
올해가 첫 대회라고 하는데 참가 학생들 뿐 아니라 후원을 해 준 여러 대학들과 기관에 감사드린다. 당일 학생들이 발표한 내용들을 모두 소개하고 싶지만 지면 제한으로 인해 그러지 못해 아쉽다. 그 중 고급 수준 그룹에서 금상과 은상을 받은 수상자들의 발표 내용을 학생들의 허락을 받아 일부 발췌해 소개한다.
금상 수상자는 전체 대상도 받았는데 아프리카 출신 부모를 둔 조지메이슨 대학의 ‘파티마 술탄’이라는 학생이었다. ‘외국어를 배울 때 정확성보다는 유창성이 중요하다’라는 제목의 발표에 아래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미국에 살면서 영어를 배우는 한인들도 귀담아 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외국어를 구사하는 사람도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이야기하면 충분할 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어휘와 문법까지 꼭 알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언어의 ‘정확도’와 ‘유창함’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어라는 외국어를 배우는 학습자로서 나는 정확도보다 유창함이 더 중요한 이유 두 가지를 나누고 싶다.
첫째,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신의 생각과 일상 생활 이야기를 표현하는 것이 궁극적인 외국어 학습의 목표이다. 꼭 완벽하고 정확할 필요는 없다. 나는 일상 생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것이 교과서적인 한국어 사용 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둘째, 정확하고 완벽한 언어 능력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면 외국어를 공부할 때 그 중압감에 압도 되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결국 그 언어 자체가 어렵다고 생각하고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도 생긴다.”
은상은 미국 태생의 버지니아 주립대학의 ‘류지원’ 한인 학생이 받았다. 대학 졸업 후 의대에 진학하고 싶다는 그 학생은 ‘하나의 생명을 살리는 고귀한 죽음’이라는 제목 하에 아래와 같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 아버지는 작년 1월에 간암이 재발했다. 서둘러 이식을 해야 한다고 했다. 다행히 내가 아버지와 조직이 맞아서 간이식 공여를 할 수 있었다. 친구들은 여행도 가고 신나게 보내는 여름 방학 동안에 나는 준비와 수술, 그리고 회복을 위해서 몇 달 동안 병원에 다니고 입원도 했다.
미국에서는 장기기증이 대부분 사후에 이루어지고 있다. 한 사람의 사후 기증이 8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고 한다. 우리 모두는 다른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랑하는 가족이 떠나는 마지막 순간에 장기 기증에 대한 대화를 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혹시 이 대화를 하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다고 생각하나? 아니다. 이 대화는 오늘부터 시작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우리의 마지막이 언제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피하지 말자. 그리고 미루지도 말자. 깊은 고민 후에 기증자가 되어 주기 바란다.”
위와 같은 높은 수준의 발표를 미국 태생의 학생들이 한국어로 할 수 있다는 게 놀랍고 자랑스러웠다. 그들을 가르친 교수들에게도 축하를 드린다. 그리고 이 날 또 다른 감동의 파장을 가져다 주었던 것은 초급 수준 그룹에서 금상 수상 학생이 자신의 롤모델로 고등학교 때의 한국어 과목 선생님을 지목했던 것이었다.
그 선생님은 20년간 한국어를 가르치고 올해 은퇴하는 고성자 선생님이다. 워싱턴 DC 지역의 한국어 교사들에게는 대선배이다. 나는 그에게 이 제자가 한 이야기를 수상 소식과 함께 바로 이메일로 전했다. 그 때 결혼식에 참석하고 있었던 선생님은 이메일을 받아 보고 눈물이 날 정도로 가슴이 뭉클했다고 했다. 그 학생에게 제대로 신경도 못 써 주었는데도 그렇게 얘기하니 죄송스럽다고 하는 겸손의 말씀도 덧붙였다. 고 선생님의 그 동안의 수고에 감사드린다. 그리고 후배 교사들에게 앞으로도 계속 도움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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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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