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김 / 파이오니아 부동산 대표
부동산업에 종사하다 보니 매일 많은 서류들과 씨름하게 된다. 셀러로부터 받게 되는 리스팅 계약서에서 부동산 구입을 위해 사용되는 구매 계약서까지 온통 서류 투성이다. 한국에서는 서류에 도장을 주로 사용하지만 이곳 미국에서는 서명으로 모든 서류에 자신이 읽고 확인했다는 것을 증명하게 된다. 어떤 서류에 서명을 했다는 것은 그 서류가 담고 있는 내용에 대해 본인이 이행하고 거기에 따른 책임도 지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명을 할 때 함께 자주 등장하는 용어가 공증(Notarization)이라는 말이 아닐까 싶다.
몇 년 전 한 분이 전화로 부동산 매매 건에 대해 질문을 한 일이 있다. 조그만 상업용 건물을 사고 파는데 부동산 에이전트 없이 본인들이 직접 간단한 계약서를 작성하고 서로 서명을 한 후 셀러와 바이어가 1부씩 서로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바이어는 셀러 소유의 건물에서 임대해 비즈니스를 하던 테넌트였다. 바이어인 테넌트는 매매계약시 렌트비가 2달 밀린 상태였다. 밀린 렌트비 문제도 있고 해서 셀러는 바이어가 매매 절차를 빠른 시일 내에 끝내기로 하였는데 바이어는 디파짓 중 일부만을 직접 셀러에게 건낸 뒤 나머지 구입 절차를 전혀 진행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계속 매매가 지연되자 셀러는 계약 위반을 들어 바이어에게 디파짓을 돌려줄 수 없다고 하자 바이어는 자신은 구입하는데 시간적 지연은 있었지만 본인은 계속 구매의사가 있어 건물 구입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는 사이에 주변이 재개발되면서 셀러의 소유 부동산 시세가 거의 두 배 가까이 올라버린 것이다. 셀러는 가격이 오른 자신의 건물을 바이어와 처음 계약한 금액으로 팔지 않으려고 것이고 바이어에게 계약 해지 통보와 함께 바이어가 렌트비를 안 낸 것을 이유로 퇴거절차까지 시작하게 되었다. 바이어로서는 자신이 사려던 건물 값이 거의 2배나 가까이 올랐음으로 사기만 하면 당장 100%의 이윤을 기대할 수 있어 어떻게 하든 꼭 구입을 해야 하는 입장이 되어버린 것이다.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바이어는 건물 계약 당시 계약금으로 넘겨준 디파짓에 대해 셀러부터 Cash Receipt만 받았을 뿐이다. 계약서에는 바이어가 60일 이내에 건물 구입을 완료한다는 말만 되어 있을 뿐 건물 계약금 디파짓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이 전혀 없었다. 셀러는 바이어가 넘겨준 디파짓이 건물 계약 건으로 받은 것이 아니라 그간 밀린 렌트비와 렌트비를 선불로 지급한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더 나아가 자신은 렌트에 대한 영수증(Cash Receipt)만을 주었을 뿐 계약서 자체에 서명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계약서에 있는 서명은 바이어가 위조한 자신의 가짜 서명이라는 주장을 폈다.
필자로서는 셀러가 실제로 서명을 했는지 안 했는지, 또 누구 말이 맞는지 알 도리가 없었다. 당사자들이 서류에 서명을 한 적이 없다고 우긴다면 참 난감한 일이다. 이러한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공증이다. 공증은 계약 당사자가 서류에 서명을 할 때 제3자인 공증인이 그 서명이 바로 본인이 한 것이라는 것을 증명해 주는 것이다. 중요한 계약서일수록 꼭 공증인 앞에 가서 서로 서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공증을 받은 서류는 추후에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릴 때 중요한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
위의 케이스는 현재 법원에서 소송 중이며 그 후 들은 소식으로는 서명 위조 여부를 가리기 위해 필적 전문가를 고용했다는 말을 들었다. 한인 간에 금전거래나 어떤 계약을 너무 쉽게 한인 특유의 믿는 감각(?)으로 서류 작성과 공증을 소홀히 하는 분들이 많다. 공증하는 것 자체가 마치 상대방을 못 믿어 하는 불신의 표현이라고 생각하는 유고적인 전통적 사고 방식 때문일 것이다. 중요한 서류일수록 번거롭더라도 꼭 공증을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공증하기 위해 소모하는 5~10분의 짧은 시간이 추후 서명의 진위 여부를 둘러싸고 문제가 생길 시 많은 시간과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문제를 의외로 쉽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철저히 서류 공증을 하는 습관을 익히는 것이 너무도 중요한 일임을 깨달아야 하겠다.
문의 (714) 726-2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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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김 / 파이오니아 부동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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