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영세·김기현·김한길·박용만·박주선·한덕수 등 후보군 거론
▶ “논공행상 없다” 고강도 검증 예고…주진우팀, 제3의 장소에 사무실 마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새 정부 초대 국무총리 후보군에 대한 보고를 받고 본격적인 압축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인사팀 자료를 토대로 총리 후보를 5배수 가량으로 압축해 윤 당선인에게 보고하고, 그중 일부 명단을 검증팀에 넘겨 본격적인 인사 검증에 들어갈 예정이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27일(한국시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국회 인사청문 절차 일정을 고려하면 늦어도 이번 주 초에는 총리 후보 검증을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사청문요청안 국회 송부, 인사청문특위 구성, 이틀간의 인사청문회와 청문보고서 채택, 본회의 표결 등을 거치는 데 약 35일이 걸린다.
이에 앞서 인사검증 자료 조회와 검토에 일주일가량 걸리는 만큼 대통령 취임일인 5월 10일부터 역산하면 이번 주에는 검증에 돌입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총리 인준과 관련해) 역순으로 계산하면 35일 정도 걸리니까 지금 진행돼야 할 부분이 있지 않나. 당선인께 저희들이 생각하는 분들을 보고할 거고, 이런 분들께 연락해서 검증에 응하겠냐고 할 것"이라며 "검증자료가 오면 그것에 대해 최종적으로 당선인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증 기간이 상당히 필요하다. 당사자가 그 직을 수락할지도 여쭤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총리 후보로는 각 분야 원로 내지 중량급 인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먼저 윤 당선인이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민생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경제 전문가를 내세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 당선인은 전날 인수위 워크숍에서도 "가장 중시해야 하는 것은 실용주의이고 국민의 이익"이라며 "제일 중요한 것이 경제"라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그런 맥락에서 한덕수 전 총리가 유력 후보군의 하나로 거론된다.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를 거치면서 두루 중용된 통상 전문가로, 전북 전주 출신이다. 다만 올해로 73세라는 점이 부담으로 지적된다.
일각에서는 박용만 전 두산 회장도 후보군으로 꼽는다. 산업 현장에서 40여 년 활동한 기업인으로 민주당 인사들과도 친분이 깊다. 재벌 출신 총리에 대한 국민 여론이 관건이다.
임종룡 전 금융위원회 위원장,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등 역대 정부 관료 출신들도 이름이 오르내린다.
국민통합위원장을 맡은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와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을 맡은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은 국민통합에 방점을 찍은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역시 국회부의장을 지낸 민주당 출신 호남 인사인 주승용 전 의원 등의 이름도 일부 나온다.
김 전 대표와 박 전 부의장은 윤 당선인의 국정 철학에 대한 이해도가 누구보다 높은 점 등이 장점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김 전 대표는 건강 문제가, 박 전 부의장은 윤 당선인과 같은 특수부 검사 출신이라는 점이 장애물로 꼽힌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의 경우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이 마무리되면 당권에 도전하는 쪽으로 기울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5년 뒤 대권을 노린 행보로 해석된다.
안 위원장은 최근 총리직에 대한 질문이 나오면 "지금 현재 제가 맡은 일에 집중하자는 생각 밖엔 머릿속에 들어있지 않다", "어디 한눈팔고 다른 생각 할 여유가 전혀 없다"고 답해왔다.
다만 국민의당과 합당을 추진 중인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이날 MBN '시사스페셜'에 출연해 안 위원장의 '총리 입각설'과 관련, "충분히 자질을 갖춘 분"이라며 "윤석열 당선인과 여러 번 교류했지만, 안 위원장에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고 있어서 (후보군에서) 배제하는 건 맞지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병준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도 최근 공직자가 아닌 학자로서 국가에 기여하겠다는 뜻을 주변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윤 당선인이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이나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 등 정치인을 내세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두 사람 모두 원만한 캐릭터의 4선 중진이다.
거대 야당의 십자포화가 예상되는 만큼 초대 총리 후보로는 국회 인사청문 절차를 무난히 통과할 만한 인물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깔렸다.
학계에선 박근혜 정부에서 국토교통부 장관을 지낸 이력이 있는 서승환 연세대 총장,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 등도 물망에 오른다.
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대한민국 총리감은 다 검토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당선인에게 누구를 보고할지는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여소야대 국회의 인사청문 정국에 대비, 윤 당선인 측은 역대 어느 정부와 비교해도 가장 강도 높은 인사 검증을 예고하고 있다.
주진우 전 부장검사가 이끄는 10여 명의 검증팀이 보안을 위해 삼청동과 통의동이 아닌 제3의 장소에 사무실을 열고 본격적인 검증을 준비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처럼 '7대 인사 원칙'을 제시한 뒤 이를 철저히 준수하지 못한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국민 눈높이'를 최우선에 둔 혹독한 검증 기준을 마련 중이라고 한다.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논공행상 없이 실력 위주로 유능한 사람을 뽑을 것"이라며 "넓게 인재를 구해 강력하게 검증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국민께서 보시기에 빈틈없는 국정 운영이 되도록 총리 인선 작업을 진행하게 될 것"이라며 "당선인 취임 이후 유능한 정부로 일할 수 있느냐에 후보 물색과 검증 절차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저희가 총리 후보를 알아보고 검토하고 검증작업에 들어가는 것 또한 이제 막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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