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정러시아의 마지막 로마노프제국 황제 니콜라스 2세의 내무상 표틀 스톨리핀(Potrero Stolypin)은 “러시아에서는 약점을 보이는 것보다 더 위험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영국의 역사학자인 시몬 S. 몬티휘올(Simon Sebag Montefiore)은 300년이 넘는 로마노프 제정러시아의 통치하에는 “권력은 단순히 통치의 도구가 아니라 생존의 수단이었다”라고 평가하였다. 그는 불란서의 작가 마담 드 스탈(Madame de Stael)의 경구를 인용하여 “러시아에서 정부는 국민의 목을 졸라맴을 적절히 조정하는 독재폭정”이라고 악평하였다.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이 바로 이러한 러시아의 편집증적 과대망상의 심성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다. 그는 이러한 심성을 2018년 3월 1일 호전적인 연설에서 나타내었다. 그는 신세대의 무적 핵추진 탄도탄과 초고속도로 빠른 수뢰(torpedo)를 러시아가 개발하였다고 날렵한 순항탄도탄의 영상물도 보여주며 자랑하였다.
그러나 미국 군사전문가들은 푸틴의 자랑이 별개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왜냐하면 미국은 푸틴이 자랑하는 무기체제에 대적할 신무기체제를 이미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푸틴의 연설 속내에는 1990년 소련연방의 붕괴 후 굴욕의 원한이 서려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푸틴의 상처난 고개를 어깨에 떨구고 있는 모습에서 그의 연설이 왜 나왔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푸틴의 속내는 소련연방 붕괴 후 여러 해 동안 허약한 상태에서 무시를 당해왔으나, 지금은 미국과 핵무기 균형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대우를 받을만하다고 믿었다. 푸틴은 그가 집권하기 전 러시아의 군사장비가 노후화되어 있었고, 군사력은 초라한 상태라고 회고하였다. 그는 소련연방 붕괴 후 영토의 23.8%, 인구의 48.5%와 군사력의 44.6%를 잃었음을 통감하였지만, 아무도 핵무기 균형에 관한 핵심적인 문제에 관하여는 논의하려 하지 않으며 아무도 우리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고 탄식하였다.
푸틴은 성격이 난폭한 사람으로 행동을 예견할 수 있었다. 그는 2000년에 대통령이 되었을 때부터 러시아의 잃어버린 영광을 되찾겠다는 욕망을 드러내었다. 2014년 크레미아 지방의 합방이 우크라이나 침공의 첫발이었다. 그 이전에 1994년 12월 부다페스트 각서가 미국, 영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등이 회동하여 우크라이나의 핵폐기를 골자로, 핵탄두 1,700여 발, 핵미사일 170여 기 등의 핵폐기가 1995년까지 단행되고, 그 대가로 미국 등이 경제원조와 안전보장을 해준다는 핵과 평화의 교환을 약속하였으며, 만일 안보의 위협 시에는 서명당사국들이 협의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말하자면 우크레이나는 세계 3위였던 핵 보유국에서 비핵국가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우크라이나 국방개혁연구소의 소장 올랙싼들 단일육(Oleksandre Danylyuk)은 이미 2016년 그가 쓴 한 논문에서 우크라이나는 이미 푸틴의 실험실이 되었다고 하면서 “러시아는 이를 위해 정보작전뿐만 아니라 비밀 특수 작전을 준비하고 우크라이나 침공을 위한 계획을 10여년 이상 세워놓고 있었다”고 서술하고 있다.
러시아가 지금 우크라이나와 힘겨운 싸움을 거의 한 달째 하면서 1만4,000여명의 사상자와 탱크, 트럭 등의 손실이 푸틴의 계획과는 거리가 멀게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중국에게 손을 벌려 군사적 경제적 도움까지 요구하는 러시아의 자존심을 손상하고 있다.
과연 중국이 서구라파와의 깊은 상호의존 관계(무역 및 금융)를 무시하면서까지 러시아의 편을 들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러시아는 중국과 대만 관계로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고 중국과 동병상련의 관계를 내비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의 필사적인 반격과 러시아 침공에 대한 전세계적인 반러시아의 여론은 중국의 대만 침공이 더 어렵게 되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하면서까지 우크라이나를 합방할지는 의문이다. 가공할 파괴력을 가진 핵무기는 우크라이나를 초토화할 수 있으나, 그 지역을 러시아군이 점령하여 진주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러시아가 아니 푸틴이 아무런 명목도 없이 전쟁을 끝내지는 않을 것 같다. 러시아의 생화학 무기 사용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1979년에 시작되어 1989년 2월에 종식된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으로 인한 막대한 전비 소모가 소련 연방체제의 붕괴를 가져왔다. 1989년 소련 경제는 중국의 두 배였지만 현재 러시아의 경제 규모는 중국의 7분지 1이다. 이번에 우크라이나 침공은 이러한 러시아의 경제력의 배경에서 보면 너무도 무리한 수를 둔 것이다. 이미 미국을 포함한 서방국가들의 러시아에 대한 무자비한 경제제재가 러시아의 경제를 휘청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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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열 / 국제정치학 박사,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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