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공격적 긴축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하락했다.
21일(동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01.94포인트(0.58%) 하락한 34,552.99로 장을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1.94포인트(0.04%) 떨어진 4,461.18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55.38포인트(0.40%) 밀린 13,838.46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주 3대 지수가 2020년 11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주가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주초 투자자들의 경계감이 커졌다.
투자자들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연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상황을 주목했다.
파월 의장은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콘퍼런스에서 높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연준이 "신속하게" 움직여야 한다면서 필요할 경우 한 번이나 여러 회의에서 50bp로도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연방기금금리를 한 번의 회의나 여러 회의에서 25bp보다 더 많이 인상함으로써 더 공격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한다면, 우리는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주 연준이 2018년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한 이후 나왔다.
파월 의장의 발언에 10년물 국채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증시 낙폭이 크게 확대됐으나 장 마감 직전 낙폭의 일부를 만회했다.
파월 의장은 중립 금리 수준 이상으로도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그는 "중립이라는 일반적인 조치를 넘어서, 그리고 더 제약적인(restrictive) 수준까지 긴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면 우리는 또한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약적인 수준은 중립 금리 이상으로 통화 정책을 긴축하는 것을 말한다.
대다수 연준 당국자들은 인플레이션을 2%로 가정할 때 중립 금리 수준이 2.5%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다"고 지적했으며, 장기간의 높은 인플레이션이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높일 위험이 있다며 이는 위원회가 "신속히 움직일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에 앞서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같은 콘퍼런스에 출석해 다소 비둘기파적(통화완화 선호)인 발언을 내놨다.
보스틱 총재는 상황이 빠르게 바뀌고 있어, 미국의 경제 전망이 불투명하다며, 따라서 "극단적으로 공격적인 금리 인상 경로"가 적절한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스틱 총재는 당초 올해 3회 금리 인상을 예상했으나 이를 6회로 올렸다며, 내년에는 2회가량 추가 인상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 이후 다음 회의인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연준이 50bp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50%를 밑돌던 수준에서 50%를 웃도는 수준까지 상승했다.
10년물 국채금리는 17bp가량 오른 2.32%까지 올랐다. 이는 2019년 5월 이후 최고치다. 2년물과 10년물 국채금리 스프레드(차이)는 18bp(=0.18%포인트) 수준까지 좁혀졌다. 금리 스프레드가 좁혀져 역전될 경우 시장은 이를 경기침체의 전조로 해석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와의 평화 협상은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고, 러시아군의 군사작전이 계속되면서 위험회피 심리를 강화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4주째 계속되는 가운데 전날 러시아군은 남부 요충지 마리우폴을 포위하고, 이 지역 우크라이나군에 항복하라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측은 결사 항전하겠다며 이를 거부한 상황이다.
뉴욕유가는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소식에 7% 이상 올라 배럴당 110달러를 돌파했다.
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 우려를 부추기며, 경기 악화 우려를 높인다.
이날 열린 EU 외무장관 회담에서는 합의를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산 원유 금수를 찬성하는 EU 국가들이 늘고 있다.
유가 상승에 옥시덴털 페트롤리엄과 마라톤 오일의 주가가 모두 8% 이상 올랐다.
보잉의 주가는 132명이 탑승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 동방항공 소속 여객기가 중국 남부에서 추락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3% 이상 하락했다.
해당 여객기는 보잉의 737~800기종으로 알려졌다. 뉴욕에 상장된 중국동방항공의 주가는 6% 이상 하락했다.
버크셔 해서웨이가 미국 보험사 앨러게니를 116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앨러게니의 주가가 24% 이상 올랐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가는 2% 이상 올랐다.
컨설팅업체 닐슨의 주가는 회사가 90억 달러 규모의 인수 제안을 거부했다는 소식에 6% 이상 하락했다.
애플의 주가는 미국 일부 지역에서 앱스토어와 애플뮤직, 아이클라우드 등의 서비스가 일시 중단됐다는 소식에도 0.8% 올랐다.
S&P500지수내 에너지 관련주가 3% 이상 올라 가장 크게 상승했다. 반면 임의소비재, 통신, 부동산, 기술, 금융 관련주는 하락했고, 자재(소재), 유틸리티, 산업 관련주는 올랐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지난주 주가가 크게 오른 여파로 이번 주에는 숨 고르기 흐름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윌슨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약세장의 랠리들은 가장 공격적이다. 지난주 증시 랠리는 역대 가장 가파른 것 중의 하나였다. 약간 더 올라갈 수도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약세장에 있으며, 이번 강세를 더 방어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데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스턴 프라이빗의 새넌 사코시아 수석 투자책임자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주식시장) 투자자들은 파월의 투명성(발언)을 '단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라고 말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라며 "반면 채권시장은 '아니야. 그는 적어도 최소 7번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말하는 거야, 그런데 너는 이를 듣고 있지 않아'라고 말하는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 반영된 연준이 5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할 가능성은 40.6%를 기록했다. 50bp 인상 가능성은 59.4%를 기록했다. 전날에는 각각 56.1%, 43.9%였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전장보다 0.34포인트(1.42%) 하락한 23.53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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