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1일 연방법원 버지니아 동부지원의 힐튼 판사는 토마스 제퍼슨 과학고등학교(이하 ‘TJ 과학고’)의 입학사정 재판에 관련된 또 하나의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은 그보다 두 주전인 2월 25일에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회가 2020년 말에 개정한 입학사정 정책의 효력을 금지시킨 같은 판사의 다른 판결(이하 ‘본안판결’)에 이어 두번째다. 힐튼 판사는3월 11일의 판결에서 교육위원회가 제기한 ‘본안판결 효력 임시중지’ 요청을 거부했다.
사실 이 두번째 판결은 예견된 일이었다. 본안판결 이후 그 사이에 교육위원회가 새로운 입학사정 정책 수립 준비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그 것이야 말로 오히려 직무유기라고 감히 단정하고 싶다.
교육위원회는 힐튼 판사에게 ‘본안판결 효력 임시중지’ 요청을 하면서, 지금부터 새로운 입학사정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며 입시가 지연되면 교사 확보, 학생들의 학과목 선정, 교과과정 준비 등에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힐튼 판사는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교육위원회를 질책했다. 이미 작년 9월에 판사가 교육위원회 변호인에게 재판 결과가 어떻게 나올 지 모르니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새로운 정책도 준비해 두어야 한다고 경고했기 때문이다.
또한 2020년에 입학사정 정책 개정을 교육위원회가 속전속결 식으로 처리했던 것을 상기하면 시간이 부족해 할 수 없다는 것은 어불성설로 볼 수 밖에 없다.
또한 작년의 경우 입학원서 심의 개시와 합격자 발표 시점도 늦었던 것을 기억하면 교육위윈회가 제기한 교사확보, 학과목 선정, 교과과정 준비 등에 지장이 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다.
특히 교육위원회 변호인이 주장하는 교육청의 행정적 부담은 아시안 학생들이 개정된 입학사정 정책으로 인해 입는 피해인 ‘헌법적 권리 손상’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헌법에 보장된 권리를 훼손하는 일은 단 한 명에게 있는 경우라도 허용될 수 없다.
교육위원회는 이미 힐튼 판사의 판결에 불복해 고등법원인 제 4 연방순회법원에 항소하겠다는 통지서를 법원에 접수했다. 그러나 항소심 판결이 나오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TJ 과학고의 내년도 신입생 선정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항소심이 다 끝날 때까지 그냥 손 놓고 기다릴 수는 없다.
만약에 교육위원들이 정치적 이유나 자존심 때문에 신입생 선정을 포기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그것은 또한 또 다른 소송을 불러 일으킬 뿐 아니라 수 많은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가 될 것이다. 더군다나 내년에 있을 교육위원 선거를 앞두고 그렇게 하는 것은 사실상 정치적 자살행위이기도 하다.
2020년 개정 입학사정 정책에서 큰 쟁점이 되었던 것이 ‘시험 폐지’였다. 시험 준비에 매달릴 수 없는 이들에게 불리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주장이 그동안 입학사정에 사용되었던 교사 추천서 폐지와 더불어 학생의 경제형편, 출신 중학교, 장애여부, 영어의 모국어 여부에 따라 가산점 부여 등으로 이어진 것은, 신입생들의 인종적 균형을 맞추기 위한 위헌적 무리수라는 것이 어렵지 않게 드러난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새 정책 수립에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본안판결이 나온 후 나는 교육감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 때 나는 31페이지에 달하는 본안판결문을 읽어 보았느냐고 물었다.
그리고 읽어 보았다면 교육청의 법률고문과 외부 로펌 변호인들이 교육위원들에게 법률 조언을 잘못한 것에 동의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그리고 패소의 경우에 대비하지 않았다면 그 것은 교육위원들의 실책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Hope for the best, but prepare for the worst’ 라는 격언이 있다. 즉, 최선을 희망하지만 최악에 대비하라는 말이다.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회는 그렇게 하지 않은 것 같다. 교육위원회는 매일 밤을 새워서라도 힐튼판사의 판결 내용에 반하지 않는 새로운 입학사정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것을 현명하다고 보지 않지만 학생들이 받을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대안을 준비하는 것은 그 것과는 별개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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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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