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준, 2년간의 ‘제로금리’ 종료…ECB도 연내 금리인상 예고
16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에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이 뉴욕증권거래소 입회장 화면에 비치고 있다. 연준은 이날 3년 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는 것으로 본격적인 금리 인상의 시작을 알렸다. [로이터=사진제공]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코로나19발 경기침체에 대응한 2년간의 '제로(0) 기준금리' 정책에 종지부를 찍음으로써 통화긴축 정책으로 확연히 돌아섰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연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 사실상 '이지 머니'(자금 조달이 쉬운 상태) 시대가 끝났다.
◇ 연준, 2년간 최대 11회 인상 예고…금융위기 이후 긴축보다 더 공격적
연준은 15∼16일 통화정책 회의를 마친 후 현재 0.00∼0.25%인 기준금리를 0.25∼0.50%로 0.2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2020년 3월부터 2년간 유지한 제로 금리 정책의 종료를 선언한 셈이다.
특히 연준은 점도표(dot plot)를 통해 기준금리가 올해 말에는 1.9%, 내년 말에는 2.8%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점도표는 연준 위원들 각자의 향후 기준금리 전망치를 한데 모아 둔 표이다.
올해 말 기준금리가 1.9%가 된다는 것은 올해 남은 6번의 FOMC 회의 때 매번 0.25%포인트 인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연내 7회 인상으로, 금융시장 이코노미스트들의 전망 가운데 가장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인 입장에 해당한다.
여기에 더해 내년 말 기준금리가 2.8%로 오르려면 금리 인상이 3∼4회 더 있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2년간 10∼11회 인상한다는 것으로, 연준이 상당히 공격적으로 유동성 조이기에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20일 외신에 따르면, 이런 시나리오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직후 도입한 제로 금리에서 벗어나 2015년 12월∼2016년 12월까지 긴축에 들어갔던 시기보다 더 매파적인 것이다. 당시 연준은 3년에 걸쳐 기준금리를 9차례 인상했다.
인플레이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2004년 6월∼2006년 6월 2년간 단행한 17차례 인상과 맞먹는 긴축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다.
회계법인 그랜트손턴의 다이앤 스웡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은 지금 인플레이션과 전쟁에 나섰다"며 "연준은 수십년 만에 가장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인플레이션을 낮추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준이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에 기대서 금리 인상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일례로 연준은 내년 실업률 전망치를 올해 전망치와 같은 3.5%로 제시했다. 기준금리를 그렇게 올리는데도 고용시장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가정한 것이다.
미국 실업률이 코로나19로 경기침체에 빠졌던 2020년 4월에 14.7%까지 급등했다가 작년 12월 3.9%로 4%대 미만으로 내려오자 미국 노동시장이 '완전고용'에 근접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3.5%는 그보다 더 낮은 실업률이다.
도이체방크증권의 매슈 루제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언젠가는 연준은 실업률을 더 높이든지, 더 높은 인플레이션을 수용할지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최근 주간 전망 보고서에서 앞으로 상황에 대한 예상에 불확실성이 커 점도표의 내년 이후 전망을 믿을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2013∼2014년에 점도표와 실제 금리 인상 움직임이 서로 달랐음을 지적했다.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내년에도 이어질 수 있을지 미지수라 하더라도 시중 금리가 이미 오르기 시작하면서 '이지 머니'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씨티그룹, 웰스파고,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월가 주요 은행들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기가 무섭게 일제히 대출 기존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 ECB, 채권매입 조기 종료로 연내 인상 시사
최근 ECB도 매파로 '깜짝 변신'했다.
ECB는 지난 10일 통화정책 회의 후 기존 자산매입프로그램(APP)을 통한 채권 순매입의 종료 시기를 3분기로 앞당기기로 했다.
중기 인플레이션 전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이는 10월부터 AAP를 통한 채권 순매입 규모를 종전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한 지난달의 입장에서 크게 선회한 것이다.
ECB는 아울러 AAP를 통한 채권 순매입을 종료한 후 '얼마간'(some time) 있다가 기준금리를 올리겠다고 밝혀 시장에서는 ECB가 연내 인상을 사실상 예고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ECB는 그동안 기준금리의 연내 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해오다가 지난달 올해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highly unlikely)라는 언급을 하지 않음으로써 연내 인상 가능성을 열어 뒀다.
금융시장도 재빨리 이에 반응했다. 금융시장은 ECB의 통화정책 회의 결과 발표 후 ECB가 기준금리의 한 종류인 예금금리를 연말까지 0.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연준이 공격적인 금리 인상 계획을 내놓자 ECB도 이에 동참할 것이란 시장의 기대가 커졌다.
ECB의 매파 위원으로 알려진 클라스 크노트 네덜란드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 17일 "저로서는 4분기 한 차례 인상이 현실적인 기대"라면서도 인플레이션 전망치가 다시 오른다면 두 차례 인상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연내 금리 인상에 대한 시장의 과도한 기대를 경계하는 입장이다.
그는 17일 채권 매입을 중단하고 통화정책 정상화를 향한 다음 단계를 밟기 전에 '여분의 시간'(extra space)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주일 전 'some time'이라는 표현과 비교하면 한층 더 여유를 갖고 금리 인상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에 앞서 라가르드 총재는 지난달에도 "통화정책의 어떤 조정도 점진적일 것"이라고 재차 강조하며 연내 기준금리 인상 논란의 확산을 잠재우려고 노력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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