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 면제 가능성 이야기에도 감개무량이다”
한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백신 접종을 완료한 해외 입국자에 대한 자가격리 의무를 면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 한 한인 여행사 대표가 한 말이다. 그만큼 자가격리 의무 면제 조치에 대한 기대감에 목말라 있는 한인 여행업계의 현실이 진하게 녹아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항공 여행이 급격하게 줄면서 어려움에 처한 한인 여행업계에 한국의 해외 입국자에 대한 자가격리 의무 제도는 LA와 인천 사이의 하늘길을 꽁꽁 닫게 만든 이중 자물쇠와 같다.
사실상 한국행 여행길이 막히면서 한인 여행업계는 ‘개점 휴업’ 상태에 직면했다. 지난해 메모리얼데이를 기점으로 로컬 여행 수요가 늘면서 노동절 연휴에는 여행 특수를 톡톡히 누렸지만 거기까지였다. 한인 여행업계에 따르면 현재 한인 여행업체들의 매출 규모는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에 50%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인 여행업체들의 최대 수입원은 한국에서 LA로 들어 오는 ‘인바운드’ 수요와 한국으로 나가는 ‘아웃바운드’ 수요다. 최대 수입원이 막힌 한인 여행업계는 로컬 여행 수요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지만 한계는 분명했다.
한인 여행업체들이 개점 휴업 상태가 장기화되면서 여행 가이드들은 직장을 떠나야 했다. 여행업계의 불황 여파로 직장 복귀가 저조해지자 장기화된 실업상태에 놓여 있는 가이드들은 생활고로 이직도 늘었다. 지난해 ‘반짝 특수’ 시기에 15~20%까지 가이드 복귀율을 보였지만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현재는 10% 수준의 복귀율에 그치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지난해까지 LA 한인 여행업계에 소속된 가이드는 대략 120명 수준. 이중 20% 정도만 현업에 복귀한 상황으로 80%의 가이드들은 복귀를 기다리거나 이직을 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인 여행업계는 한국의 자가격리 의무 면제 조치의 발표와 해제 시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생존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자가격리 면제에 대한 발표 시기는 대체로 1~2주 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1일부터 시범 운영 중인 ‘검역정보 사전입력시스템’(Q-CODE)의 시스템 검증 기간이 오는 11일까지다. Q-CODE는 입국 전 개인의 건강상태와 여권정보, 백신 접종 여부, PCR 검사 확인서 등을 입력해 QR코드로 발급받아 공항 도착 후 신속하게 검역 절차를 밟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현재 미국과 일본 등에서 출발하는 일부 항공편 이용 승객들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 중이다. 11일까지 모니터링을 거쳐 전체 한국 입국자에게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해외 입국자에 대한 개인 위험도를 파악하기 위해 마련된 시스템인 만큼 자가격리를 면제하더라도 안정적인 방역 관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자가격리 면제 시기와 대상도 이를 기점으로 결정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여기에 한국 대선 시기도 고려 대상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3차 접종자에 대상으로 유연하고 스마트한 방역으로 전환할 필요성을 언급했으며, 국민의 힘 윤석렬 후보도 PCR 검사로 음성 확인을 받은 해외 입국자의 자가격리 면제를 폐지해 여행의 자유를 되찾겠다고 말해 대선 이후 자가격리 면제 조치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상반기에 자가격리 의무 면제 조치가 실시된다고 해도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한국 여행 수요가 회복되기까지는 좀더 시간이 걸릴 것 같다는 게 한인 여행업계의 전망이다.
한인 여행업계에게 한국 여행길 재개는 단순히 업계의 경기 회복이라는 경제적인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업계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고 여행 가이드들의 생존과도 직결된 문제다.
“개업을 앞두고 메뉴를 개발하는 식당 주인의 마음‘과 같다”는 한 한인 여행업체 업주의 말과 “생활고로 힘든 상황에서 새로운 일을 찾고 또 찾아야 하는 아픈 마음”이라고 말한 한 여행 가이드의 말에서 한국의 해외 입국자에 대한 자가격리 의무 면제를 바라는 절실함이 느껴진다.
그래서 이들에게 ‘자가격리 의무 면제’는 생존이고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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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욱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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