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물결'이란 뜻의 프랑스어, ‘누벨 바그’ (La Nouvelle Vague)는 1960년대부터 프랑스 영화계에서 일어난 새로운 풍조를 지칭한다. 이후로 프랑스 영화의 주류가 되었고, 세계 영화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
누벨 바그의 대표적인 감독중 하나인, 루이 말(Louis Malle)이 감독한 영화 ‘파리의 도둑’(Le Voleur, 1967)은 스릴있고 박진감 넘치는 전개로 재미와 볼거리가 풍성하다. 영화를 통해 당시 사회의 어두운면을 비판의 메시지로 담았다. 작년에 88세로 별세한 장 폴 벨몽도(Jean Paul Belmond, 1933-2021)의 친근하고, 익살스런 유머와 신랄한 풍자가 오랫동안 마음에 여운처럼 남는다.
거부였던 부모가 일찍 별세하자, 유복자 조르주는 욕심많은 삼촌에 의해 양육되었다. 100만 프랑이 족히 넘을 유산도 고스란히 삼촌의 검은 손아귀에 놓이게 되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군 복무까지 마치고 14년 만에 돌아온 조르주, 정작 그의 몫으로 남은 유산은 한푼도 없었다. 유럽 은행의 파산으로 60만 프랑을 잃게 되었고, 남은 30만 프랑 역시 파나마에 투자했다가 휴지 조각이 돼 버렸다는 무심한 통보였다. 삼촌에게 책임을 지우지 않겠다는 각서에 억지 사인을 해야했던 조르주에게 ‘억울하면 언제든지 고소하시던지…’ 어린 조카의 유산과 미래를 송두리채 뺏어버린 삼촌의 얼굴엔 탐욕스런 미소가 번진다.
자신을 파멸시킨 삼촌에 대한 보복으로 시작한 도둑질, 가슴 졸이는 도둑질이 점점 능숙해 지면서 조르주는 희열을 느꼈고, 부자들의 비밀스런 금고가 탈탈 털려 절망하는 모습을 보며 삶의 존재 의미를 가졌던 그다. 임종을 앞둔 삼촌의 유언장을 기가 막히게 위조하여, 철저히 보복하고 잃었던 모든 재산을 다시 찾으며 결말을 맺는 블랙 코미디 영화다.
살을 에이는 겨울 추위가 엄습했던 얼마전 화요일 버지니아 셜링턴의 라티노 일일 노동자들이 모이는 곳에서 거리 미션을 진행했다. 무료 급식과 함께 두툼한 방한용 양말 120 켤레를 구입하여 찾아갔던 길이다. 그곳엔 새벽 찬 바람에 거리로 나와 일거리를 찾는 40여명의 라티노들이 서성이고 있다.
겨울 나그네들을 위해 준비한 따뜻한 음식과 과일들로 배식한 후 양말을 나누려던 참인데, 배식하는 틈에 누군가 송두리째 양말을 가져간 것이다. ‘라드롱 데 깔세띠네스’ (Ladron de Calcetines) ‘누가 양말을 통째로 가져갔느냐’ 자수하여 광명 찾아라, 발이 꽁꽁 얼어서 가져 온 것을 무심하기도 하지, 어찌 손을 댔단 말이냐… 호통을 치면서 당장 가져다 놓으라고 악을 썼지만 모두가 묵묵부답이다.
동료 라티노들이 도둑 용의선상에 떠올린 인물은 엘살바도르 출신의 레예 세고비아(55세)씨다. 셜링턴 노동 시장에서 ‘뚱보 도둑’ 이란 별명으로 불리는 그는, 비둔한 외모와 달리 눈빛보다 빠른 손 솜씨로 라티노들의 모찔라(Mochila, 등 가방)를 기막히게 털었고, 발각되면 장난 좀 친것 가지고 뭐 그리 소동이냐며 소탈한 척 하는 아트 도둑질의 달인이다. 그에겐 실제 심각한 도둑질 전과가 있었다.
‘빤 아메리까나’ (Pan Americana) 볼리비아 식당에서 주방일을 하며 안정적인 직장을 잡는 듯 했지만, 천성이 게으르고, 주방 용품과 식재료들을 몰래 빼돌리는 생계형 좀도둑질이 반복되면서 발각되었고, 다시는 얼씬도 말라는 협박성 면박을 당하고 쫓겨났다. 죄책감은 커녕 뻔뻔스럽게 웃으며 장난으로 치부하는 그의 태도에 웃어야 할지, 혼내야 할지 난감하다.
팬데믹이 몇년째 지속되면서, 경제 환경이 급격히 어려워졌고, 물가가 폭등하자 한인 사회 주변에 생계형 범죄와 도둑질이 속출하고 있어 걱정이다. ‘엘 라드론 데 아구하 예가 아 쎄르 라드론 데 바까’ (El Ladron de aguja llega a ser ladron de vaca,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는 말은, 어려운 때에 마음을 지켜야 할 중요한 금언이다. (703) 622-2559
<
김재억 / 목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