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필하모닉심포니가 세계 정상의 오케스트라 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 하는 사실이다. 그리고 뉴욕의 카네기홀은 미국 뿐 아니라 세계에서 으뜸 가는 연주홀로 연주자는 누구나 카네기홀에서 연주 해 보는 것을 가장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
지난주에 나는 갑자기 비엔나필하모닉심포니가 카네기 홀에서 연속 삼일 동안 러시아 작곡자들로 짜여진 공연을 한다는 소식과 함께 입장권을 받게 되었다. 자리도 최고로 좋은 자리였다. 사실 지난 주말 꼭 완료해야 할 중요한 과제가 있어서 망설였지만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치기가 너무나 아쉬웠다.
비엔나필하모닉이 카네기 홀에서 공연 한 것을 가 본적도 몇 번 있었고 또 비엔나 현지에 가서 들은 적도 있지만 어쩐지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이번 카네기홀 공연은 비엔나필하모닉이 러시아음악의 대표적인 차이콥스키, 라흐마니노프, 드뷔시, 림스키 콜사코프가 공연되는데 러시아인 지휘자 바알러리 그르기에프(Valery Gergiev), 피아니스트 데니스 마츠에프(Denis Matsuev)가 와서 연주하게 되어 있었다.
연주 당일 오후에 뉴욕에 도착했을 때 갑자기 러시아에서 오기로 예정 되었던 지휘자와 피아니스트가 연주를 이틀 앞두고 오지 못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후에 안 일이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날이 2월 23일이었는데 예정된 공연 일은 2월 25일 이었고 연주 이틀을 앞두고 비엔나필하모닉은 예정된 러시아 지휘자와 피아니스트의 초청을 취소했던 것이다. 이 둘은 푸틴을 지지 해온 사람들로 서방 음악계에 알려져 있고 또한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의 침략에 대해서도 침묵하고 있었다.
러시아가 크림 반도를 침략 했을 때 푸틴을 적극적으로 지지 했던 사람들이라고 한다.
이번에 비엔나필하모닉은 예술인의 양심을 살려서 이렇게 큰 공연을 불과 이틀 앞두고 지휘자와 솔로이스트 피아니스트를 한꺼번에 취소하는 큰 용단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비엔나필하모닉을 지휘할 지휘자와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할 솔로 피아니스트를 이 마지막 순간에 대체 해야 한다는 긴박한 상황에 처한 것이다. 지휘자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로 있는 야닉 네제-세긴 (Yannick Nezet-Seguin)으로 결정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러나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할 연주자가 결정되었다는 발표는 연주 당일 아침이었는데 바로 조성진이었다. 물론 조성진은 2015년 쇼팽 경연대회에서 1등을 획득함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지만 주로 유럽에서 연주 활동을 많이 해 왔기 때문에 미국에는 그렇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에 비엔나필하모닉과 카네기 홀에서 협연을 하게 된 것은 또 하나의 획기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 더욱 기대가 컸었다.
조성진의 연주는 놀라웠다. 관중들은 열광했다. 앵콜에 답하는 연주도 했다. 올해 27세의 젊은 나이에 원숙하고 완전한 연주를 해 내었다.
뉴욕타임스에 의하면 조성진이 이 공연을 부탁 받은 것이 독일 베를린 시간으로 금요일 밤 12시였다고 한다. 7시간안에 비행기를 타고 뉴욕으로 날아 왔다. 비엔나필하모닉과 리허설을 처음 한 것이 금요일 6시였다. 공연시간은 그날 밤 8시였다. 조성진은 이 전에 비엔나필하모닉과 협연한 적이 없었다. 라흐미나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도 조성진이 2019년에 연주한 후로는 이번이 처음 이었다. 전곡을 연습 시간도 없이 암기로 연주했다. 사실 조성진에게는 이번 연주가 비엔나필하모닉과 카네기 홀에서 처음으로 협연하는 데뷔 연주였다.
뉴욕타임스는 조성진의 연주를 오히려 원래 예정되었던 러시아 연주자 보다 더 훌륭했을 뿐 아니라 그의 연주는 최상의 섬세함과 정확성을 보여주는 연주였고 조성진은 이 연주를 기적적으로 이루어 내었다고 극찬 했다.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순간이었다. 비엔나필하모닉은 사흘째 마지막 연주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희생된 사람들에 대한 묵념으로 그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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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찬 / 조지메이슨 대학교 종교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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