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8세 노인 유권자, 부축 받고 와 한표행사
▶ 20대 학생 버클리서 대중교통 타고 와 투표
23일 SF 총영사관 재외투표장에서 한인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투표하기 전 본인 확인을 위한 신분증 검사후 투표용지를 배부 받고 있다.
“미국에 살아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꼭 한 표를 행사해야죠” 한국 제20대 대통령 선거 재외투표 첫 날인 23일 SF 총영사관에 마련된 재외 투표장에는 이른 아침부터 소중한 투표권을 행사하기 위한 기대에 부푼 한인들의 발걸음이 줄을 이었다. 이날 SF총영사관 재외선거 투표 현장에는 88세 고령의 할머니가 부축을 받고 와 투표를 마치는 등 많은 한인들이 재외선거권을 행사하려는 의지를 보였고, 전 세계 재외공관들에서도 5시간 이상을 차로 달려 투표를 하러 온 유권자 등 곳곳에서 재외투표 열기가 느껴졌다.<본보 24일자 A1면 보도 참조>
◎••• 지난 23일을 시작으로 제20대 한국 대통령을 선출하는 재외선거 투표가 SF를 비롯한 전 세계 115개국 177개 재외공관 219개 투표소에서 본격 시작된 가운데, 23일 하루 SF총영사관에서 선거에 참여한 재외 투표자는 총 161명이었다. 이날 투표소 개장 전인 오전 7시56분경 한인 김기오(44, SF)씨가 총영사관에 도착해 8시 개시 직후 첫 번째 투표를 마쳤다. 이를 시작으로 투표소가 문을 닫은 오후 5시까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한 한인들의 발걸음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 향후 5년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차기 대통령을 뽑는 기회인 만큼 다양한 연령대의 재외 유권자들이 투표소를 찾았다. 특히 2030 유권자들의 발길이 눈에 띄었는데, 취업난 등 청년층이 여러 사회적 어려움에 직면한 만큼 투표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반면 일부는 이번 대선 후보들의 공약과 비전에 대해서는 다소 만족스럽지 않다는 심정을 내비추기도 했다.
◎••• UC버클리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중이라는 고유진(20), 김지연(23)씨는 “대중교통을 타고 1시간 반을 걸려 왔다”며 “곧 한국으로 돌아갈 거라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반드시 선거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번이 첫 대선 투표 참여라는 고유진씨는 “대부분 후보자들의 공약이 구체적이지 않고 추상적이라 투표하기 매우 어려웠다”며 “일자리를 ‘어떻게’ 창출할 것인지 등 명확하고 마음에 와닿는 해답들이 없었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강백호(37, 버클리)씨는 해외 공관에 찾아와서 대한민국 국민의 권리를 행사한다는 것이 뜻깊다”는 소감을 밝혔고, 해외에 산지 7년만에 첫 재외선거에 참여했다는 정문경(33, 버클리)씨 역시 “엄청 마음에 드는 후보가 있지는 않았다”고 솔직한 의견을 냈다.
◎••• 불편한 몸을 이끌고 가족의 부축을 받아 투표하러 온 고령의 한인들도 있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남동생의 부축을 받으며 온 임영례(88)씨는 투표 후 벅찬 심정을 전하며 총영사관에 게양된 태극기 앞에서 환한 미소로 기념 사진을 찍었다. 한국에서 딸을 보기 위해 SF를 방문했다는 이보암(89)씨는 2주후 한국에 돌아간다며, 이번 대선을 놓치지 않고 투표하려고 알라메다에서 딸과 함께 왔다고 말했다.
◎••• 멀리 프레즈노에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총영사관을 찾은 가족도 있었다. 3시간을 운전해 왔다는 강제철(44), 이정애(38)씨 부부는 “시민권을 신청한 상태라 이번이 마지막 재외선거 투표가 될 것 같다”며 “해외 동포로서 다음 세대가 대한민국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여러 위기를 극복하고 국민 통합을 이룰 수 있는 지도자가 선출되길 바란다”고 기대와 소망을 공유했다.
◎••• 공관에 입장해 투표를 마치기까지의 절차는 체계적이고 순조롭게 진행됐다. 방문자들은 건물 입장 전 손 소독과 장갑 착용이 요구됐고, 직원들의 안내에 따라 한 사람 한 사람 거리를 유지하며 1층 리셉션홀에 마련된 투표소에 입장했다. 투표를 마친 한인들은 총영사관측이 마련한 투표 인증샷 포토존에서 기념사진을 찍었으며, 손등 도장을 사진찍어 SNS에 올리며 투표를 인증하는 한인들도 있었다.
◎••• 재외선거 첫 날 LA 총영사관 투표소 상황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됐지만, 영주권 원본을 지참하지 않거나 사전등록 없이 투표장을 찾았다가 투표를 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린 한인들도 일부 눈에 띄었다. 또 한 유권자는 투표를 마친 후 투표용지를 반송용 봉투에 넣어 봉하지 않고 그냥 투표함에 넣어버려 곤란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 멕시코시티의 한국대사관에 마련된 투표소에서는 재외선거를 위해 250마일 넘게 떨어진 산루이스포토에서 전날 차로 5시간을 운전하고 와 하루밤을 잔 뒤 투표에 나선 한인 부부도 있었다. 이날 멕시코 1호 투표자로 기록된 임융성·홍정숙(72)씨 부부는 “재외투표가 시작된 이후 한 번도 거르지 않았다”며 “좋은 대통령이 뽑혀야 외국에 사는 국민도 위상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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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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