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가는 세월을 걷잡을 수가 없다. 새해가 엊그제인 것 같은데 어느덧 이른 봄의 햇볕이 설레이고 있다. 코로나의 어두운 터널 속에도, 밝은 봄은 찾아온다. 만사에 모든 차례와 순환이 있듯이 우리 인생도 고공행진, 비행만 하던 세월이란 게 언젠가는 하강, 그리고 마지막 기차로 바꾸어 타야 될 때가 온다.
임마누엘 칸트가 ‘행복의 원칙’은 첫째, 어떤 일을 할 것, 둘째, 어떤 사람을 사랑할 것, 셋째 어떤 일에 희망을 가질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 ‘어떤’이란 단어에 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혼동을 느끼며 막막한 좌절감 속에 우울해졌다.
하나님을 믿는 믿음은 어디에 두었는지. 둘러 변명을 하자면 유명한 마틴 루터도, 미국의 링컨 대통령도, 영국의 윈스턴 처칠 수상도 우울증을 겪었다고 한다. 위에 세가지에 대하여 나름대로 묵상하며 정리해 보았다.
이제는 남을 섬기는 일에 포커스를 맞추어야 될 것같다. Bob Buford 가 저술한 ‘Half Time’ 에 우리 인생에 넘어야 하는 두 개의 산이 있다고 한다. 첫번째 산은 내 자신의 인생 성공을 위해서 열심히 뛰어 오른 산, 제 2의 산은 나머지 인생을 의미있게 넘어야 한다는 주제, ‘From Success to Significance’이다.
남을 위해서 일하고, 사랑받기 보다는 남을 더 사랑하고, 절망이 있는 다른 이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라 마무리 지었다. 프리드리히 니체가 말했다. “오늘은 단 한 사람을 위해서라도 좋으니 누군가 기뻐할 만한 일을 하고 싶다.” 근래 뉴욕에 사는 고등학교 동창 친구와 가끔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그 시절, 누구보다 영특하고 인물도 뛰어난 친구였다.
13년 전에 예기치 않은 사고로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난 후, 홀로 교회를 섬기며, 가족이라고는 멀리 떨어져 사는 외동 딸뿐이다. 오랜 세월 서로간에 소식이 없다가 작년 4월, 췌장암 말기 진단을 받았다는 소식을 접하고 부랴부랴 내가 연락을 했다. 그간 항암 치료를 14번이나 받고, 그 후유증으로 음식도 제대로 못 먹고, 체중도 40파운드가 줄었다고 했다.
내가 방문할까 했더니, 그냥 전화로 통화하고 기도만 열심히 해주는게 도와주는 길이라고 했다. 얼마나 힘들까 안타깝게 상상만 할 뿐이다. 간병사가 24시간 곁에 있다지만 방 하나의 좁은 공간에 불편함도 많은 것 같았다.
그런데 내가 친구를 위로한다고 가끔 전화 통화를 할 때마다 나는 거꾸로 그녀에게 위로를 받고 삶의 지혜와 힘을 얻으니 무슨 아이러니인지. 처음에 내가 통화를 했을 때에 그녀는 너무나 침착하게 마음이 평안하다고 했다.
주위에 얼마 남지 않은 소유물들도 다 처분하고 이제 완전히 홀몸으로 하나님이 부르실 때를 기다리며 하루 하루 감사하며 산다고 한다. 가진 게 없으니 스트레스도 받을 일도 없다고 한다.
그녀와 대화를 나누면서 문득 내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니, 아직도 많은 것을 움켜잡으려고 애쓰는 모습, 갈등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친구는 항암치료 때문에 속이 메슥거려 식사도 제대로 못하다가 얼마 전, 항암 치료를 잠시 멈춘 동안, 곁에 간병사에게 부탁하여 기적의 맥도날드 감자 프라이를 조금 먹었는데 어찌나 맛있게 하나 하나를 음미했던지, 그 감동을 전해주었다. 이 땅에 주어진 나머지, 하루 하루의 삶을 감사하며 살아가는 그녀는 나를 거꾸로 위로해주고 삶에 충전을 주고 있다.
허영자의 ‘노년’ 에 “큰 소리로 아니라고 말해도 당신은 결국 세상에서 제일 외로운 동물이 되고 말았습니다.”라는 외침이 마음에 꽂힌다. 반칠환 시인은 “당신은 모든 사람의 마지막입니다. 인터넷이 만인의 스승이 되더니 노년, 당신의 몫이 사라졌다고”라는 말에 미소가 지어진다.
그래도 오늘 인생의 목적과 의미를 되찾고 싶은 사람은 돌아봄의 기차를 타보면 어떨까. 루이스 E. 분 작가가 인생에서 가장 큰 슬픈 세 가지를 “할 수도 있었는데, 했어야 했는데, 해야만 했는데” 라고 했다. “껄껄”하다가 세월 허송하지 말아야 하겠다. 엔절린 밀러의 말처럼 우리는 인생을 단 번에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니다. 다행히도 한 번에 하루를 살면 된다고 했다. 후회 없는 삶, 오늘 하루, 당신은 지금 어떤 기차를 타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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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옥자 / 전 한미국가 조찬기도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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