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부 대도시 임대료 1년 사이에 40%나 폭등
▶ 세입자 4명 중 1명 소득 절반 고스란히 임대료로
지난해 LA 지역 세입자 단체가 임대료 유예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는 모습. [로이터]
주택 임대료 급등에 생활비 부족을 호소하는 세입자가 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계없음. [준 최 객원기자]
치솟는 것은 집값뿐이 아니다. 최근 주택 임대료마저 무섭게 오르면서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된 세입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저소득층은 말할 것도 없고 고소득 세입자 역시 높은 임대료 부담에 허덕이고 있다. 높은 월급이 보장된 좋은 직장을 포기하고 타주로 이주하거나 아예 차량에서 지내며 유목민처럼 싼 임대료를 찾아 이동하는 세입자까지 등장했다. 워싱턴 포스트가 임대료 급등에 허덕이는 세입자들과 주택 임대 시장의 현실을 조명했다.
◇ 임대료 내면 남는 돈 없어
올해 32살로 1살, 8살 자녀를 키우는 키에라 에이지는 싱글 맘이다. 1년 전 네바다 헨더슨의 침실 2개짜리 아파트로 이사 왔는데 또 이사를 해야 할 사정에 처했다. 아파트 임대료가 불과 1년 만에 23%나 올라 앞으로 매달 꼬박 1,600달러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금액으로 보면 비싼 임대료는 아니지만 그녀의 월급과 비교하면 허리를 휘게 하기에 충분하다.
재택근무로 의료비 고지서 관리 업무를 하는 그녀가 받는 시급은 15달러. 월급의 절반을 차지하는 아파트 임대료를 내고 식료품 비 등을 제외하면 수중에 남는 돈은 하나도 없다. 매달 같은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1살짜리 아들을 어디에 맡기고 돈을 더 받을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지만 그저 꿈에 불과할 일이다.
◇ 세입자 가처분 소득 급감
최근 갑작스러운 임대료 급등에 주거비 부담이 치솟고 있다. 생활고에 시달리게 된 세입자는 전국적으로 수백만 명을 넘어섰다. 부동산 업체 레드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주택 임대료는 14%나 급등했다. 뉴욕, 오스틴, 마이애미 등과 같은 대도시는 임대 수요가 몰리면서 임대료가 1년 사이 40%나 폭등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올해도 임대료가 최소 10% 이상 오를 전망이다. 대부분 지역의 임대료 인상 유예, 강제 퇴거 유예 조치가 이미 종료돼 세입자들에게는 암울한 한 해가 예상된다. 데릴 페어웨더 레드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작년 하반기 이후 임대료 급등 현상이 시작됐다”라며 “경제 활동이 재개 뒤 인플레이션과 함께 임대료가 상승하면서 많은 세입자들의 가처분 소득이 줄어 어려움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 인플레이션에도 영향
거침없이 오르는 임대료가 향후 수개월간 인플레이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 소비자 물가 지수 중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분의 1이다. 주거비 대부분은 주택 임대료 시세를 기준으로 산출되고 임대료 시세가 인플레이션에 반영되는 시점은 9개월~12개윌 뒤다. 따라서 정부의 노력으로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으로 가라앉는다고 해도 현재 급등세인 주택 임대료를 감안하면 소비자들은 향후 1년간 인플레이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 한 번 오르면 쉽게 내려가지 않아
주택 임대료가 갑자기 치솟는 가장 이유는 바로 팬데믹이다. 팬데믹으로 인해 사회 곳곳에서 불균형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주택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주택 보유자들은 사상 최저 수준의 이자율과 집값 급등으로 혜택을 입고 있는 반면 세입자들은 내 집 마련은커녕 임대료 상승으로 인한 생활비 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식료품과 개솔린 가격 급등으로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가 많다. 그러나 단기간에도 가격 등락 현상을 보이는 일반 물가와 달리 주거비는 장기 계약 또는 (대출의 경우)장기 만기가 적용되기 때문에 한번 오르면 쉽게 내리지 않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장기간 소비자들의 가계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 세입자 4명 중 1명 소득 절반 임대료로
하버드대 공동 주택 연구 센터의 2018년 조사에 따르면 주택 세입자 4명 중 1명은 가구 소득의 절반 이상을 주택 임대료로 납부할 정도로 주거비 부담이 이미 상당히 높았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후 주택 임대료가 지속적으로 상승한 반면 가구 소득은 정체로 현재 소득 중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더욱 높아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택 정책 관련 싱크탱크 데니스 쉐아 디렉터는 “수많은 미국인들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주거비가 치솟은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며 “임대 및 매매용 매물 공급이 불균형적으로 이뤄진 것이 주원인으로 저소득층 가구의 피해가 가장 크다”라고 지적했다.
◇ 주택 공급 부족이 임대 수요 부추겨
매물 부족 현상이 가장 심각한 부문은 생애 첫 주택 구입 대상인 ‘진입 가격대’(Entry Level) 매물이다. 진입 가격대 매물은 1,400 평방피트 미만으로 규모가 작은 반면 가격대가 낮아 수요가 높은 젊은 층 구입자들이 가장 찾은 매물이다. 그런데 2020년 진입 가격대 매물의 공급량은 연간 6만 5,000채로 수요에 턱없이 부족했다. 1970년대에만 해도 연간 40만 채씩 쏟아져 나왔던 진입 가격대 매물이 급감하면서 주택 세입자 비율이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 건물주 횡포에 세입자 이중고
세입자 보호를 위한 임대료 유예 조치가 시행되고 있지만 관리비 등 기타 비용을 슬그머니 올리는 식으로 횡포를 부리는 건물주때문에 임대료 유예 조치가 큰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알렉세이 발렌틴과 남편도 건물주의 횡포에 못 이겨 최근 침실 1개짜리 아파트에서 임대료가 더 싼 스튜디오로 옮겨야 했다. 전에 살던 아파트 측에서 시설비 명목으로 매달 200달러씩 더 내라고 통보한 것도 모자라 쓰레기를 지정된 장소에 버리지 않으면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잦은 엄포를 높았기 때문이다. 부부는 결국 싼 임대료와 함께 세입자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지역으로 이사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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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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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1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회주의적인 요구를 하는것이 성공하겠는가? 어메리칸 드림을 안고 미국에 왔지만 능력이 있어야 생존이 가능한 자본주의의 중심 미국이 만만하지 않다. 랜트비가 모자르면 더 벌생각을 해야지 국가에 요구한다면 미국적인 방식과 사고로 볼때 이해가 안되는것이다. 그럴거면 미국에 이민을 오지 말고 자신의 나라에서 사는것이 훨씬 나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