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지도자 손학규 씨가 지난 1월26일 대통령 후보직을 결국 내려 놓았다.
그는 한국 정치의 험악한 탁류속에서 한 줄기 청량한 명맥을 이어 온 소중한 존재였다. 뭔가 정치 무오류의 마지노선이 무너져 버린 것 같은 허탈감이 엄습해 온다.
한국의 정치 환경이 양지 바른 ‘정토’가 아니고 쓰레기 배설물 가득한 ‘예토’라고 했던가…. 맑은 영혼으로 흔들림없이 제 자리를 지켜오던 정치인 손학규의 도중하차가 새삼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 보게 만든다.
문득 고려말 충신 정몽주에게 그의 어머니 영천 이 씨가 들려 준 시 한 수가 떠오른다. “까마귀 싸우는 골에 백로야 가지마라. 성난 까마귀 흰빛을 새오나니 창파에 고히 씻은 몸 더럽힐까 하노라”
정치권 전체가 타락의 하한선을 훨씬 넘어 부조리가 노도처럼 발호하는 그곳에 뛰어들어 30여년을 버텨 온 손학규. 그의 용기와 신념이 존경스럽다. 그는 줄곧 중도진보 자유주의 노선을 지켜왔다. 극우정당에서의 이탈은 오히려 지조였고 정의였다.
그러나 정치판은 윈스턴 처칠이나 미 앨라바마 주지사 월레스의 3번 탈당 기록은 존경하면서도 일본 사무라이 의리를 들이대며 손학규의 탈당은 폄하했다.
천군만마 영웅이라며 그의 입당을 애걸하던 야당은 그를 영입하자마자 ‘경선’을 하자고 물어뜯기 시작했다.
이런 와중에도 손학규는 4선 국회의원, 제 1야당대표 3회, 보사부 장관, 경기도지사 경력을 쌓아 올렸다. 현재 손학규의 총재산은 전세 보증금 2억 9,000만원에 마이너스 통장 한 개 뿐이다. 지하철, 버스를 타고 다니는 자랑스러운 청빈 정치인이다.
그의 학력은 서울대, 영국 옥스퍼드대(박사), 서강대 교수였다. 그가 도지사직을 수행하는 동안 경기도 경제성장 지수는 7.4를 상회했으나 당시 이명박 시장의 서울시는 2.3이었다. 그의 업무수행 능력과 출중한 지도력을 한 눈에 보여줬던 업적이다. 경기도 파주시의 50만평 규모 LCD 공단도 그의 작품이다.
그가 대통령에 출마하겠다는 소식을 듣고 어느 재벌에서 거액의 정치자금을 현찰로 제시했으나 손학규는 “내가 이 자금을 받으면 다음에 너를 도와야 할텐데 그리되면 부정비리가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단호히 거절하여 의리까지 상했다는 일화는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그가 금도를 결단코 굽히지 않은 것은 정치인으로서의 자존심을 생명처럼 소중하게 생각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프란츠 슈베르트(Franz Schubert)의 ‘아베마리아’, ‘송어(Trout)', 보리수(Der Linden baum) 등을 격찬하는 음악가들은 “그의 물질을 초월한 영혼에서 이런 불후의 명곡이 나온 것”이라고 평가한다.
영혼이 맑은 정치인 손학규의 메시지는 ‘저녁이 있는 삶’이었다. 이 한 구절에 손학규의 국민사랑, 서민대중에 대한 철학이 짙게 배어있다. 그는 우리 정치사 최초로 100일 동안 민생탐방을 하였다. 수재, 화재, 재난민 구호 행사를 할 때마다 하도 열심히 실천하여 동료들이 진정성에 감탄했다.
그가 조지워싱턴대 연수시절 대학 사무처장(일본계 여성)이 한국에서 온 수강생들이 등록만 해 놓고 골프나 쇼핑 등으로 자주 결석을 하면 그들을 불러다 손학규 교수처럼 성실하게 출석하라고 충고했다는 모범사례가 지금까지도 전해지고 있다.
손학규 씨의 대선도전이 4번이라고 하지만 3번은 당 경선에서 좌절되었고 이번에는 무소속으로 나와 중도하차했다. 실제 정식 후보가 되어 국민들에게 정식으로 신임을 물은 기회는 사실상 한 번도 없었던 셈이다. 여류 소설가 박완서 씨도 그의 한 소설에서 꼴찌에게도 박수를 보내자고 격려한 적이 있다. 손학규 씨의 대선 중도하차에 격려를 보내야 한다.
우리 국민들이 손학규의 진면목을 발견하지 못하고 부조리 변칙에 취해 끝내 그를 잡아두지 못한 눈높이가 매우 아쉽다.
손학규 씨가 주요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북한 측이 핵실험, 연평도 포격 등 대형사건을 일으켜 번번히 관심을 가로채 갔던 우연의 일치(?)도 아쉬운 대목이다.
그가 대선 도중하차를 발표했지만 “정치를 끝낸다”라고 선언했는지는 확인하지 않았다.
손학규와 명운을 함께 해 왔던 송태호 씨(전 문체부 장관)를 비롯한 동지들께 심심한 존경과 위로를 표한다.
(571)326-6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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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용 / 전 한민신보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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