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1960년대에 아이들끼리 주고받는 퀴즈 중에 그런 것이 있었다. 그 시절에는 미국의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이 답이었다. 1931년에 지어졌고, 1972년에 미국의 세계 무역 센터가 완공되기 전까지는 세계 1위를 유지했었다. 그 후로 세계 무역 센터보다 더 높은 건물들이 세계 곳곳에 들어섰지만.
어린 시절의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세상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라는 등식은 오랫동안 뇌리에 각인되어 있었다. 그러다 미국에 와 살면서 뉴욕 주의 자동차 번호판에서 엠파이어 스테이트(Empire State)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엥? 엠파이어 스테이트? 그때서야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이 한 단어가 아니라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Empire State Building)이라는 세 단어로 이루어졌다는 것이 생각났다.
그리고 의문이 이어졌다. 뉴욕 주 자동차 번호판에 왜 엠파이어 스테이트라고 적어 놓은 것이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한 때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음을 잊지 말자’는 것일까?
사실은 뉴욕 주의 별명이 엠파이어 스테이트이고 그 별명을 건물 이름에 갖다 붙인 게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뉴욕만 그런 것이 아니라 미국의 각 주는 별명이 있다는 것과 그 별명을 자동차 번호판에 적어 놓은 주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참에 주의 별명 몇 개를 알아본다.
뉴욕 주는 엠파이어 스테이트(Empire State)이다. 뉴욕 주의 부유함과 다양한 자원을 뜻한다고 한다. 결국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뉴욕 빌딩’이 된다.
그 옆의 뉴저지 주는 가든 스테이트(Garden State)이다. 2004년에 이런 이름의 미국 영화가 있었다. 당연히 뉴저지 주가 배경인 영화이다.
일리노이 주는 미시시피강 주변 드넓은 대초원의 이름인 프레리를 그대로 가져와 프레리 주(The Prairie State)라고 불린다.
1980년대 문화방송 TV에서 방영되었던 ‘초원의 집’이라는 연속 드라마가 있었다. 마이클 랜든이 아빠로 나오고 멜리사 길버트가 둘째 딸로 출연했던 그 미국 작품의 원제목은 프레리의 작은 집(Little House on the Praire)였다.
그리고 일리노이 주 자동차 번호판에 The Land of Lincoln라고 적혀 있는 것은 많은 미국인으로부터 많은 존경을 받는 링컨 대통령이 백악관에 들어가기 전까지 정치활동을 했던 곳이기 때문이다. 그의 묘소도 일리노이 주 스프링필드에 있다. 이 스프링필드는 북버지니아에도 같은 지명이 있다.
미네소타 주의 비공식 별명이 호수가 1만 개인 곳(Land of 10,000 Lakes)이다. 호수가 많기 때문인데 거의 만 이천 개에 달하는 호수가 있다고 하니 그럴 만도 하다. 자동차 번호판에도 ‘10,000 Lakes’라고 적혀 있다.
델라웨어 주는 더 퍼스트 스테이트(The First State)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미국은 많은 주(state)로 연합한 국가인데 델라웨어 주가 미국 독립 당시 13개 주 중에서 ‘첫 번째’로 연방헌법을 비준했기 때문이다.
조지아 주는 특산물이 복숭아라서 피치 스테이트(Peach State)이다.
플로리다 주는 선샤인 스테이트(Sunshine State)이다. 남쪽 지방의 그 햇살이 눈앞에 펼쳐진다.
알래스카 주는 아직도 개발될 곳이 많아서 자동차 번호판에 라스트 프런티어(Last Frontier, 마지막 개척지)라고 적혀 있다.
하와이 주는 그곳의 인사말인 알로하를 넣은 알로하 스테이트(Aloha State)이다.
캘리포니아 주는 골든 스테이트(Golden State)인데 여러 의견이 있는데 그 중에는 금을 찾아서 캘리포니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왔던 골드러시에서 기인한다는 의견도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골든 게이트 브리지(Golden Gate Bridge, 금문교)에도 ‘골든’이라는 단어가 들어있다.
텍사스 주는 론 스타 스테이트(Lone Star State)인데 텍사스 주의 기에 별 하나가 그려져 있다. 텍사스 사람들의 그 엄청난 자부심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커다란 별 하나만 그려져 있다면 텍사스를 뜻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미식축구팀 댈러스 카우보이 헬멧에도 커다란 별 하나만 그려져 있다.
미주리 주는 쇼미 스테이트(Show-Me State)라는 독특한 별명이 있는데 여러 설이 있지만 1800년대 후반 정치인(Willard Vandiver, Rep.)의 “I am from Missouri, You have got to show me!”라는 말에서 나왔다는 것이 유력하다.
끝으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관련된 이야기 한 가지만 더 한다. 1960년대에는 사용했지만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초고층건물’을 지칭하는 말이 있다. 마천루(摩天樓)라는 단어이다. 이것은 영어 skyscraper를 번역한 것이다. 하늘(sky/天)을 긁는(scrape/摩) 건물(er/樓)이라는 뜻이다. 건물이 하도 높아서 하늘에 닿을 정도라는 뜻인데, 지금은 ‘마천루’라는 단어를 아는 사람이 있기나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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