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에게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봉쇄 조치가 해제되면서 억눌렸던 수요가 늘어난 반면 물류와 공급망 위축으로 지난해 미국 물가는 7.0% 올랐다. 금리 인상, 물류 개선 등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올해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목표치 2%를 훌쩍 넘는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불가피하다.
특히 최근에는 국제 유가가 지난 7년 이래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휘발유 값이 오르고 주택 임대료와 임금 인상이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휘발유 가격은 201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은 일일 자동차 연료 소비량이 약 900만 배럴로 세계 최대 휘발유 소비국이다. 휘발유 가격 인상은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 실패로 낙인찍히게 될 것이다.
조만간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에너지협회에 따르면 전 세계 석유 수요는 대략 9,900만 배럴로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늘어났지만 공급은 100만 배럴 이상 부족하고 당분간 석유 생산이 늘어나기도 어렵다. 우크라이나 상황이 악화되면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가스 판매에 제동을 걸 테고 세계 에너지 시장은 요동칠 것이다.
2년 전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이후 각국의 봉쇄 조치로 생산과 소비활동이 급격하게 위축될 것이 확실해지면서 세계의 석유 메이저들은 생산량을 대폭 줄였다. 더구나 기후변화에 대한 파리협약,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세(CBAM) 부과 계획이 알려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석유 산업에 대한 투자가 위축됐고 생산 역량이 위축됐다.
이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 19개 회원국과 세계 주요 석유 생산국의 생산 실적에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수차례 증산 합의와 국제 유가 인상에도 석유 생산이 목표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쿼터가 적용되는 OPEC 플러스 국가의 석유 생산 부족량이 하루 65만 배럴인 것으로 발표했다.
과거에는 유가가 오르면 쿼터 약속을 무시하고 생산량을 늘리곤 했다. 하지만 이젠 석유 증산이 쉽지 않다. 중동 석유 부국인 쿠웨이트의 생산량은 지난 3년 동안 18%나 줄었다.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인 약 3,000억 배럴을 가진 베네수엘라는 시추 장비 투자가 부족해 하루 석유 생산량이 100만 배럴 미만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생산량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또한 나이지리아와 앙골라 등 아프리카 산유국들도 생산량이 과거보다 낮은 수준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상황이 더 어렵다. 2020년 미국은 일일 석유 생산을 100만 배럴 줄였으나 회복되지 않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2022년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증가하고 있지만 2019년 수준보다 하루 평균 50만 배럴 낮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휘발유 값이 급등하자 미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플러스 국가에 석유 생산량을 늘릴 것을 촉구했다. 지난해 11월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과 인도·한국·영국·중국 등에 비축 석유 공급 확대를 요청했고, 미국 전략비축석유(SPR) 공급을 5,000만 배럴 늘리도록 지시했다. SPR 석유 재고는 5억9,300만 배럴로 2002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추가 방출이 시장에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 시절 미국의 탈석유를 언급했고, 집권하자마자 석유 업계에 대한 보다 엄격한 규제를 도입해 석유 생산을 제한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집권당인 민주당의 친환경 정책으로 미 석유 산업계는 투자를 꺼리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방거래위원회(FTC)에 석유 기업의 반소비자적 행태와 불공정 행위를 조사하도록 지시했다. FTC 조사는 석유 생산을 늘리도록 압력을 행사한 것이지만 미 석유기업들은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을 수정해야 석유 산업에 대한 투자와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고유가는 2024년 미 대선에 결정적인 변수가 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출마가 기정사실화되고 있고, 친환경 정책을 비판해온 트럼프의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바이든 대통령을 만들었다면 고유가는 트럼프에게 백악관행 티켓을 안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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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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