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과학입니다.” 정치 컨설턴트의 아버지로 불리는 조지프 나폴리탄의 말이다.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기 때문에 예측하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과거·현재·미래 등을 종합해 과학적으로 분석하면 선거 결과를 점칠 수 있다. 현재 안갯속 판세인 20대 대선의 결론은 정권 교체일까, 정권 재창출일까. 과거 대선을 복기해보면 길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2002년 11월5일 코리아리서치가 실시한 대선 여론조사에서 이회창 후보는 36.0%의 지지율을 얻어 선두였다. 정몽준 후보(22.4%), 노무현 후보(16.8%)가 그 뒤를 이었다. 12월19일 개표 결과 3위였던 노 후보가 이 후보를 2.3%포인트 차로 눌렀다. 노무현·정몽준 단일화의 시너지 효과가 엄청났다. 1997년 15대 대선에선 김대중 후보가 이회창 후보를 1.6%포인트 차로 제치고 승리했다. 제3섹터 이인제 후보의 득표율은 19.2%에 이르렀다. 당시 김 후보는 김종필 자민련 총재와의 ‘DJP연대’를 성사시켰다. 반면 이회창 후보는 같은 당 소속이었던 이인제 후보의 독자 출마와 아들의 병역 의혹으로 타격을 받았다.
‘이회창 학습효과’란 말이 나왔다. 연대 세력을 좁히는 ‘뺄셈 정치’는 ‘덧셈 정치’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후보는 가족 의혹 등의 악재도 겹쳤다. 전문가들은 대결 구도를 결정하는 ‘연대’가 선거의 최대 변수라고 지적한다. 역대 대선을 보면 ‘뭉치면 이기고 흩어지면 진다’는 얘기가 빈말이 아니다. 보수 세력은 대분열을 겪지 않으면 필승했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의 승리가 대표적 사례다.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인 2017년 5월 대선에선 보수·중도 후보의 분열로 문재인 후보가 어부지리로 당선됐다. 당시에도 홍준표·안철수·유승민 후보의 득표율을 합치면 52.2%에 이르렀다.
요즘 대선 후보들 간에 희비쌍곡선이 그려지고 있다. 한때 1위를 달리던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지지율이 급락한 반면 ‘대장동 늪’에 빠졌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선두로 올라섰다. 3위인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지지율은 12.9%(한국갤럽 조사)까지 기록하는 등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양자 대결에서 안 후보가 이 후보를 앞서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앞으로 두 달 동안 승부를 가르는 5대 변수는 후보 단일화, TV 토론, 북풍, 박근혜 전 대통령, 비전·정책 등이다. 이 가운데 대선 불판을 확 바꿀 수 있는 단일화가 가장 결정적이다. 만일 이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단일화를 시도하더라도 상승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윤석열·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즉 ‘철석 연대’ 또는 ‘윤안 연대’ 성사 여부가 승부를 가르는 키다. 지금 당장 단일화를 거론하면 양측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윤 후보가 단일화 논의에 대해 “캠페인을 서로 벌이고 있는데 정치 도의상 맞지 않는 일”이라며 일단 선을 그은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안 후보도 “단일화의 ‘ㄷ’자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면서 여야 양측의 러브콜에 손사래를 치고 있다. 그는 필자와의 통화에서 “낮은 자세로 뚜벅뚜벅 나아가겠다”면서 “더 좋은 한국을 만드는 정권 교체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 좋은’이란 수식어를 붙였지만 ‘정권 교체’에 방점을 찍고 있어서 막판에 윤 후보와의 단일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결국 여론의 힘에 의해 단일화 경쟁의 링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벌써 범야권 일부에선 “두 후보가 ‘국민 정부’ 구성과 모두 함께 잘사는 선진강국 건설 비전에 합의하고 손을 잡아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래야 문재인 정부에 등을 돌린 중도층과 2030세대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윤 후보의 선대위 해체로 단일화의 걸림돌이었던 김종인·이준석의 입김도 약화됐다.
대선 승패는 유권자의 10%가량인 ‘스윙보터’ 선택에 달렸다. 전문가들은 “아름다운 후보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집토끼 외에도 들토끼를 잡을 수 있지만 연대가 불발되면 부동층을 놓치게 된다”고 분석했다. 3·9 대선 때 어느 쪽이 봄을 알리는 매화꽃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을 수 있을까. 내달 설 전후에는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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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덕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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