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드미르 푸틴은 무엇을 원하는가? 워싱턴은 이 질문의 답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대의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미국인이 극히 드문 탓이다. 다행히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에 실린 드미트리 트레닌과 유진 초스보스키의 에세이는 푸틴의 속셈을 읽어낼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트레닌과 초스보스키에 따르면 푸틴이 1999년 이래 줄곧 러시아 최고지도자의 위치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모한 도박꾼처럼 행동하기보다 신중하고 합리적인 사고를 했기 때문이다.
트레닌이 지적하듯 푸틴은 권좌에 오른 이후 네 차례에 걸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확대재편 움직임을 지켜보았다. 그는 몇 차례 무력을 사용했지만 대부분 선제공격이 아니라 외부 사태에 대한 반응이었다. 예를 들어보자. 지난 2008년 그루지아가 사우스 오세티아의 자치주를 합병하기로 결정하자 그는 무력개입을 단행했다. 두 번째는 2014년 마이단에서 발생한 소요사태로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권좌에서 축출되었을 때였다. 러시아의 전통적인 핵심 안보세력권 외부에서 푸틴이 무력개입을 한 거의 유일한 사례는 시리아 단 한 곳에 불과하다. 하지만 시리아의 경우에도 푸틴은 공군력에 의존하는 등 군사행동의 범위를 제한했다.
앞서 언급한 2008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앞서 푸틴은 키예프가 나토가입의 전 단계인 유럽연합협정 체결을 거부하면 150억 달러의 차관을 제공하고 가스 공급가격을 인하해주겠다고 제안했다. 야누코비치는 푸틴의 제안을 받아들였지만 마이단에서 이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민봉기가 발생하자 해외로 도주했다. 그때서야 푸틴은 군사력을 동원해 크리미아를 합병했다.
최근 몇 년동안 그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상대로 러시아어 사용 인구가 밀집한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돈바스의 분리·독립을 끌어내기 위한 협상을 벌였다. 러시아 비정규군들 역시 이곳에서 내란을 부추겼다. 푸틴은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에 목을 맨 독일을 움직여 젤렌스키로 하여금 돈바스 분리독립에 관한 국민투표를 받아들이도록 압력을 가했다.
사실 극보수주의자인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에서 진보적 개혁가인 미하일 고르바초프에 이르기까지 러시아 지도자들은 우크라이나를 절대 떼어낼 수 없는 모스크바의 일부로 간주했다. 소련의 속박에서 벗어난 후 선출된 우크라이나의 1, 2대 대통령은 새로 얻은 독립국가의 지위를 기꺼워하면서도 모스크바와의 급격한 결별을 피하려 노력했다. 그도 그럴 것이 2001년 센서스가 보여주듯 우크라이나 전체 인구의 30%는 러시아어를 일상어로 사용한다.
푸틴의 딜레마는 우크라이나가 서서히 러시아의 세력권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우크라이나는 더욱 독립적이고 민주적인 친서방국가로 변모했다. 이에 보답하듯 서구 역시 키예프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렸다. 그러나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현지인들 사이에 영구적인 반 러시아 정서가 들어설 것이라 생각한다. 바로 이것이 그가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다. 따라서 그의 목표는 미국과 유럽으로 하여금 우크라이나의 나토가입은 절대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와 함께 그는 우크라이나인들이 키예프와 모스크바가 장기적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갖게 될 것임을 깨닫기 원한다.
서방의 입장에서 볼 때 우크라이나는 분명 지원할 가치가 있는 대상이긴 하지만 대전략(grand strategy)의 핵심은 아니다. 반면 푸틴에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핵심적 국가이익에 해당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이웃으로 키예프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한다. 필자가 만난 우크라이나인들은 나라 곳곳에 러시아 스파이들이 깔려있다고 말했다. 마음먹기에 따라 푸틴은 얼마든지 우크라이나의 팔다리를 자르고, 힘을 빼 국가기능 마비상태로 묶어둘 수 있다.
트레닌은 나토와의 협상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러시아는 분리주의자들이 우크라이나 동부의 도네츠크와 루한스크에 각각 선포한 ‘인민공화국’을 인정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이미 그루지아에서 이와 유사한 접근법을 사용한 바 있다. 러시아는 러시아인들이 주류를 차지한 사우스 오세티아와 아브하츠를 독립국가로 인정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푸틴은 왜 이렇게 행동하는 걸까? 푸틴은 나토가 키예프와 실질적인 동맹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믿는다. 그와 동시에 푸틴은 지금이야말로 러시아의 힘을 보여줄 순간이라고 확신한다. 지구촌의 에너지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러시아는 에너지 초강대국으로서의 위치를 굳혔다.
세계 전역에서 에너지 가격이 치솟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유럽의 상황이 심각하다. 유럽인들이 난방연료로 사용하는 천연가스 가격은 2021년에 무려 400%나 상승했다. 이를 대체할만한 재생에너지를 충분히 생산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 동안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가스 생산을 중단했다. 결과는 자명하다. 유럽 국가들은 온통 러시아 가스에 의존하고 있다.
한편 러시아 가스관의 자국 경유를 승인하는 대가로 연 25억 달러를 받아온 우크라이나는 제 3국을 거치지 않은 채 독일을 비롯한 일부 유럽 국가들에 러시아산 가스를 직접 공급하도록 고안된 노드스트림 2 파이프라인으로 수입이 격감할 위기에 처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에 대한 제재는 유럽전역에 1970년대의 오일쇼크와 맞먹는 에너지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이는 유럽연합이 가장 꺼려하는 시나리오다.
푸틴은 무모한 모험주의에 빠진 게 아니다. 그는 철저한 계산에 바탕해 위험을 감수한다. 그리고 지금의 상황은 그에게 유리하다.
예일대를 나와 하버드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파리드 자카리아 박사는 국제정치외교 전문가로 워싱턴포스트의 유명 칼럼니스트이자 CNN의 정치외교 분석 진행자다. 국제정세와 외교 부문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석가이자 석학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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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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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2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석학으로부터 배운다. 1)에너지무기로 유럽을 압박하고 친러시아 인구에 의존하여 우크라이나 동부를 독립시키는 것이 푸틴이 깔아놓은 판이다. 2)선제타격하지 않는 전통수법에 의하여, 이 판에 바이든이 미군 8,500명을 배치하면, 명분이 성립된다. 바이든은 푸틴의 덫에 걸려드는 셈이다. 3)그러나 에너지무기로 휘청거릴 유럽이 예상외로 미국과 찰떡으로 동맹을 과시하는 중이다. 뛰는 놈위에 나는 놈이 있다. 4)푸틴은 한번 더 생각해야 하겠다. 그 판이 유럽+미국의 찰떡으로 동맹하는 바람에 먹혀들지 않는다. 5)푸틴은 슬쩍 발을 빼라.
미쿡의 약화가 둘로 갈라진 민심이 여기저기 틈새를노리는 이들이 시와 푸 가아닌가 한다 제발 미쿡의 청개구리들이 이 나라를 말아먹는 구나를 생각할때 참말로 안타까운 쌩각뿐 입니다...ㅉㅉㅉㅉ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