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일보에 보도된 한국의 재외동포 선거법을 처음으로 읽어보고 깜짝 놀랐다. 국내 선거법과 다소 차이점이 있으려니 짐작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엄청난 규제와 제한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리고 어떻게 이런 악법을 안고 선거를 치러 왔는지 우리 해외동포들의 방관이나 무관심한 태도 또한 탄식이 나온다. 따라서 해외동포의 새해 첫 과제로 ‘선거악법 철폐’ 운동을 권고하고자 한다. 그 근거인 ‘제20대 대통령 재외선거 관련 한국 선거법 안내’ 내용은 다음과 같다.
“투표 참여를 독려하면서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 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행위” 어떤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하지 말라니 아무도 비판하지 말고 평가하지 말고 깜깜이 투표를 하라는 얘기인가.
“선거운동(지지, 반대) 발언을 하면서 확성장치를 이용하는 행위”,“선거운동을 위한 집회를 개최하는 행위 및 야외집회에서 다수를 향해 선거운동 하는 행위” 이쯤 되면 가히 인간의 자유를 원천적으로 속박하는 유치한 규제법이 아닌가.
집회도 막고 대통령 후보를 후원하기 위한 결사의 자유도 안된다니 이 무슨 해괴망측한 행패인가.
도대체 한국 정치권은 해외 동포들의 존재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 건가. 미국 현지의 자유 분위기를 참작이라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법안 제정 과정을 누가 주도했는지, 동포들이 얼마나 참여를 했고 의사가 반영되었는지,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한 형국이다. 앞에 열거한 규제조항 이외에도 조목조목 ‘안 된다’와 ‘하지 말라’가 줄줄이 나열돼 있다. 도무지 이따위 내용을 선거법이랍시고 만들어 발표한 저의가 의심스럽다.
재미동포 숫자는 대략 275만명 그 중 유권자는 90여만 명으로 추산(국내 각 정당조사)한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가상이지만, 만일 90만 표가 총 단결하여 한 정당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경우 충분히 당락을 좌우할 수 있는 겁나는 사태가 야기될 수도 있다. 이런 경우의 예방책으로 재외동포 투표를 유명무실화하려는 음모가 내재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무지막지한 규제 내용에 말문이 막힐 뿐이다. 이럴 거면 재외동포들에게 참정권(투표권)은 왜 부여했는지 심히 혼란스럽다.
한국의 관계자들은 선거를 통해 동포사회의 분열과 불법, 금품거래 행위 등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 법이라고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는 전문이다.
오히려 동포사회의 분열보다는 단결을 더 우려하는 건 아닌지 묻고 싶다. 세계 자본주의의 총본산 미국에 사는 우리에게 선거 금품거래 방지 운운하는 것도 아이러니컬 하거니와 금품거래 행위를 어떻게 수사하고 적발하려는 것인지 속셈이 의아스럽다.
각 정당과 각 후보들을 지지하는 신문광고마저 아예 금지한다니 발상 자체가 가소롭다. 이스라엘과 일본 그리고 유럽 몇 개 국가에서는 오래 전부터 이중국적을 허용하여 해외동포를 통한 국가 영역을 확충해 가고 있다. 한국의 지금과 같은 선거규제, 악법 시행은 졸속 근시안적이며 해외동포의 자존심을 짓밟는 민족분열주의 처사라는 지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더 기가 막힌 일은 법을 어길 경우 영주권자들은 ‘여권 반납(압수)’하고 시민권자들의 경우 한국 ‘입국 금지 가능’을 적시해 놓고 있다. 이 조항은 한미 양국 간의 외교문제로까지 번질 여지도 있다. 더하여 현지 선거 관리관 파견은 수많은 동포들이 자칫하면 선거사범(범법자)이 될 판인데 선거관리관이 상주하고 있다 하니 위압감마저 느껴진다.
과거 군사독재 시절에도 중앙정보부 요원들이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동포 상대 공권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다.
이번 재외선거법은 해외동포들의 눈과 귀와 입을 막아버린 최악의 독재 수칙이다. 투표권은 국민의 가장 중요한 기본 인권이다.
동포사회 각 언론들은 물론 법조인들, 정계, 학계, 종교계, 각계각층의 지도자들, 나라를 사랑하는 재외동포들 모두 총 궐기하여 선거악법 철폐에 나서자고 주장한다.
우리 동포들은 국내 대통령 선거에 활발한 토론과 후보들의 정책, 비전 제시를 자유롭게 판단하고 지지할 권리가 있다.
악법을 철폐하라는 외침은 엄연한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존심과 자유를 지키자는 절규이다.
(571)326-6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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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용/ 전 한민신보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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