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수고대하던 백신만 개발되면 곧 종식될 것처럼 보였던 코로나-19가 ‘델타’에 이은 ‘오미크론’ 등 새로운 변이의 출현으로 전 세계를 다시 공포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의 일환으로 미국 연방정부를 비롯한 일부 주정부는 백신 맨데이트(mandate)를 발표하고 공무원이나 정부와 거래하는 계약업체 등에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고 있다.
특히 빌 드블라지오(Bill DeBlasio) 뉴욕시장은 지난 12월 6일, 미국에서 처음으로 민간영역까지 그 적용범위를 확대하고 뉴욕시내에서 영업 중인 18만4,000여 개의 민간 사업장에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직원은 출근금지와 아울러 백신 의무화 명령을 위반하는 업주에게는 1,000달러의 벌금을 부과키로 했다.
의료계 역시 국민들이 백신을 맞아야 코로나-19에 걸리더라도 중증까지 가지 않고 병마를 이겨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사회적 집단면역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의 맨데이트 방침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백신의 부작용에 대한 걱정이나 각종 음모론, 정부의 강제성에 대한 반발심 등으로 백신 접종을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전국적으로 이에 대한 크고 작은 소송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연방대법원은 2022.1.7. 바이든 행정부의 백신 맨데이트에 대한 적법성을 심리할 예정이다.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미국에서 백신 의무화 명령에 따른 법정 싸움은 예전부터 있어왔다. 1902년, 천연두의 창궐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자 매사추세츠주는 의무적 예방접종법을 시행해 모든 주민에게 무료로 백신을 맞게 하고, 이를 거부한 사람에게는 5달러(현재 가치로 약 150달러)의 벌금을 물도록 했다.
지금처럼 연방 식품의약국(FDA, Food and Drug Administration)이나 질병통제예방센터(CDC, Center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등도 없어 백신의 안전성도 검증이 되지 않던 시절 얘기이다.
120년전 당시에도 앤티 백서(anti-vaxxer)들은 현재 미접종자들이 내세우는 똑 같은 이유를 대며 백신 접종을 거부했다. 특히 보스턴 인근 도시 케임브리지의 목사 헤닝 제이컵슨(Henning Jacobson)은 어렸을 때 그의 고향인 스웨덴에서 강제로 천연두 예방 접종을 받았는데 이로 인해 ‘평생 백신에 대한 공포’를 느끼게 되었다며 백신을 맞지 않았다.
주 정부가 벌금을 물리자 그는 수정헌법 제 14조에 보장된 백신을 맞지 않을 자신의 자유를 침해 당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은 1905년 대법관 7대2로 공공보건을 위해 개인의 자유는 어느 정도 제한할 수 있다고 선언하고 매사추세츠주의 손을 들어주었던 것이다.
이때 다수판결문 작성은 존 마셜 할런(John Marshall Harlan) 판사에게 맡겨졌다. 그는 켄터키 노예농장주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노예를 비롯한 인간의 존엄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할런 판사는 ‘구성원들의 안전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사회에서, 개인의 권리는 때때로 큰 위험으로부터 일반 대중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합리적인 규제를 받을 수 있다.
여러 사람이 모여 사는 사회에서 모든 사람의 완전한 자유는 존재할 수 없으며, 필수 예방접종이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합리적으로 요구되는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한 억압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
제이컵슨 사건은 이후 1922년,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시의 주크 대 킹(Zucht v. King)사건에서 예방 접종을 하지 않은 학생의 입학을 거부한 샌안토니오시 학구에 승소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었다. 아울러 이번 코로나-19 판국에서도 백신 맨데이트를 지지하는 여러 판결문에서 이 판례가 자주 인용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할 때 이번 백신 멘데이트는 종교적·의료적 예외를 허용하고 있는 데다 안전성 문제도 까다롭기 이를 데 없는 FDA와 CDC의 검사를 거쳤기 때문에 합헌 판결이 지속될 것으로 법조계는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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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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