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연달아 발생한 토네이도로 켄터키 주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켄터키의 지도자들은 연방정부에 지원을 요청했고, 중앙정부는 신속히 이에 화답했다. 곤경에 처한 주민들과 커뮤니티를 돕는 것이 국가의 책무이니 그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랜드 폴 상원의원을 비롯, 이번에 연방지원을 요청한 켄터키 정치인들 가운데 일부는 과거 재해를 당한 다른 피해지역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원에 번번이 반기를 들었다. 이런 위선적 행동을 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지역별 연방예산 배분내역을 살펴보면 자립을 강조하는 보수성향의 주들이 북동부지역을 중심으로 한 진보성향 주들로부터 막대한 재정보조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록펠러재단은 정기적으로 각 주의 재정수지를 추산해 발표한다. 특정 주에서 연방정부가 거둬들인 세수와 지출 사이의 차액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기 위해서이다. 버지니아와 메릴랜드의 경우 연방지출은 대부분 공무원에게 지급되는 봉급으로 채워진다. 그러나 그 이외 지역에서는 소셜시큐리티 연금,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 및 군사비 등이 주요 연방지출항목으로 꼽힌다.
전국 50개 주 가운데 연방세 납부액보다 훨씬 많은 액수를 각종 연방보조금 형식으로 되돌려받는 최대 수혜 주는 단연 켄터키 주다. 켄터키 주민들이 워싱턴으로부터 받는 연방 보조금은 주민 1인당 세금 납부액보다 평균 1만4,000달러가 많다. 예컨대 2019년 한 해 동안 켄터키 주로 흘러들어간 순 연방기금은 그해 주 전체 GDP의 30%에 해당하는 630억 달러였다.
경제지리학자들은 종종 ‘기본승수 예측모델’(base-multiplier model)을 이용해 지역 경제를 해석한다. 다시 말해 지역경제를 움직이는 것은 해당 지역이 타 지역에 판매하는 재화, 즉 ‘이출기반’(export base)이라는 설명이다. 이처럼 이출기반에서 발생하는 소득이 헬스케어에서 요식업소에 이르기까지 지역경제 서비스 부문의 일자리를 지원한다. 예를 들어 뉴욕시의 경제를 움직이는 동력은 금융업이다. 금융업을 통해 벌어들인 수입이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뉴욕시의 다른 일자리를 지원한다.
그렇다면 켄터키의 이출기반은 무엇인가? 켄터키 주민 수는 400여만 명이지만 이들 중 석탄 채굴 광부는 6,000명 미만이다. 공정하게 말해 양조업은 성장하고 있지만 이 업종 종사자는 5,000명에 불과하다. 다른 한편으로 25만 명은 의료분야와 사회복지에 의존해 생활한다. 이들에게 임금을 지불하는 최대 고용주가 누구일까? 바로 연방정부다. 그러니 현실적으로 켄터키의 경제는 연방 달러에 업혀 돌아가는 셈이다.
그건 탓할 게 없다. 켄터키가 연방세 납부액보다 훨씬 정부 지원금을 수령하는 최대 수혜주인 주된 이유는 주의 재정형편이 상대적으로 열악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 생산활동과 여기서 발생하는 부는 고학력 인력이 집중된 대도시에 몰려있는데, 켄터키는 이들과 관계없는 경제적 소외지역이다. 저소득 주이기에 켄터키는 메디케어와 같은 연방프로그램의 혜택을 온전히 누리지만 연방정부에 납부하는 소득세와 근로세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문다. 이 때문에 켄터키 주민들은 연방정부에 내는 것보다 연방정부로부터 받는 것이 많은 재정수지 패턴을 이어간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사회안전망의 정상적인 작동방식이다. 우리는 어떤 이유에서건 재정적으로 상처를 입은 개인들이 보다 부유한 사람들로부터 지원을 받기 원한다. 이는 결국 뉴저지와 같은 부유한 주로부터 켄터키와 같은 빈곤한 주로 연방세수의 이동이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누진세와 사회안전망의 최대 수혜자인 주들이 자립을 외치며 큰 정부의 해악을 성토하는 것이다. 그들을 대신해 비용을 지불하는 대도시들을 상대로 도덕적 우월성을 주장하는 것은 더더욱 가관이다.
예를 들어 몬태나의 정치인들이 대도시 거주자들을 상대로 도시탈출을 강권하며 장황설을 늘어놓는 광경을 떠올려보라. 그들은 소도시와 지방을 ‘진정한 미국’인 양 치켜세우고 농업과 광업 등 지방산업의 중요성을 침이 마르도록 늘어놓는다. 물론 더 많은 뉴요커들이 몬태나에서의 생활이 어떤지 감을 잡는 것은 좋은 일일 수 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국가라는 동일체의 구성원으로 보아야 한다. 켄터키와 같은 여러 지역의 주민들이 이 같은 사실을 받아들이고, 국가라는 커다란 전체의 한 부분으로서 얻는 혜택이 얼마나 큰지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은 현재 뉴욕 시립대 교수로 재직중이며 미국내 최고의 거시경제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예일대학을 졸업하고 MIT에서 3년 만에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뉴욕타임스 경제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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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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