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2021년도 단 한 주 밖에 남지 않았다. 팬데믹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가는지 모르겠다. 연말을 앞두고 한 해를 돌이켜 본다. 즉, 정산을 해 보는거다. 올 한 해는 아쉬운 일보다 감사한 일이 더 많았는지. 그리고 새해를 맞으며 다짐도 새롭게 해 본다.
올해 나에게 가장 큰 감사거리는 역시 두 아들 녀석들에 관한 일이다. 우선 큰 애가 드디어 결혼을 했다. 원래는 작년 여름에 하려고 계획했는데 하객들을 초청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1년을 연기했었다. 그리고 올해 초에 아직도 모든 것이 불확실하기에 아예 무기한 연기했다. 그러나 연기된 결혼식을 과연 언제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고 마냥 기다릴 수 만도 없다는 판단이 서자 큰 애는 그냥 아주 조촐하게 결혼식을 치르기로 했다.
결국 보스턴 교외의 살던 지역 시청 앞 뜰에서 하기로 했다. 주례는 시청직원이 담당했고 초청된 하객은 단 4명이었다. 신랑의 부모와 남동생 그리고 사진사 역할까지 맡아 주었던 신부의 친구 한 명이 전부였다. 신랑의 친할아버지와 외국에 살고 있는 신부의 부모는 온라인으로 결혼식을 지켜 보았다.
신랑의 외조부모도 온라인으로 볼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드렸으나 온라인 작동에 서툴러 그랬는지 결국 참석을 못했다. 이런 간소한 결혼식에 큰 애는 서운함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결혼식 준비 과정 중 크게 중요하지도 않는 일들을 놓고 들이는 시간, 노력, 비용, 갈등을 피할 수 있었다고 자위하는 듯했다.
또 다른 큰 감사거리는 둘째 애가 내가 사는 동부 쪽으로 이사온 것이다. 대학원을 마치고 첫 직장을 서부의 씨애틀 지역에서 구한 후 2년여 그 곳에서 살고 있었다. 이 후 직장을 옮기면서도 시애틀에 머물면서 재택근무를 하더니 올 여름에 동부로 이사 왔다. 내심으로는 내가 사는 버지니아 주에서 가까운 곳에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버지니아 주에 두어 달 머물다가 뉴욕으로 거처를 옮겼다. 그래도 시애틀보다 훨씬 가까우니 좀 더 자주 볼 수 있어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부모들이야 두 애들 모두 부모가 사는 지역에서 살았으면 하는 욕심은 있지만 그래도 같은 동부지역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 해야 한다. 애들이 좋아하든 말든 나는 가끔 뉴욕을 거쳐 보스턴을 찍고 다시 뉴욕을 들러 버지니아로 돌아오는 여행들을 머리 속으로 그려 본다.
아쉬운 점도 한 두어 가지 든다면 우선 고국 방문을 2년 째 미루었다는 것이다. 교육위원으로 있던 시절 여러 해 동안 나의 고국 방문은 사실상 업무의 연장이라고 보아도 다름 없었다. 한국에 도착해 하루 정도만 개인 시간을 갖고 나머지는 모두 페어팩스 카운티의 고위 교육자들을 한국을 소개하기 위해 내가 직접 안내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2019년 말로 교육위원회를 은퇴하고 작년 가을에 이제 편한 마음으로 혼자 고국 방문을 하기로 계획했었다. 여유를 갖고 친구들도 만나고 가고 싶은 곳들도 가 보며 먹고 싶은 것도 많이 먹어 보고 싶었다. 그런데 팬데믹으로 한 해를 연기했고 이윽고 그 연기한 계획 마저 취소하게 되었다. 내년 봄을 기대했지만 현재 상황으로는 그 것도 어렵지 않을까 생각된다.
또 다른 아쉬운 점은 올해도 체중 조절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중년의 과체중은 만병의 근원이라고 하는데 체중 조절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소식과 운동 생활에 실패한 것이다. 일부러 3개월에 한 번 씩 의사를 만나는 스케줄을 잡아 놓고 체중 조절을 다짐하지만 지난 번 방문에서 의사의 경고는 평소보다 근엄했다.
당 치수가 올라 갔고 처음으로 지방 치수도 안 좋은 수준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물론 혈압도 높고 말이다. 무조건 좀 더 열심히 잘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연말연시의 과식 유혹을 어떻게 잘 피해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물론 이 외에도 정산해 볼 일들은 많다. 올해의 마지막 남은 한 주 동안 찬찬히 되돌이켜 보아야겠다. 그리고 내년 정산 때는 올해보다 좀 더 나은 결과를 볼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독자 여러분들도 모두 연말정산표가 어떤 모습일지 챙겨보고, 건강하고 복된 새해를 맞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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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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