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학교 다닐 때 많이 왜곡된 우리나라 역사를 배웠고, 그것도 주로 입시준비 위주의 암기식 교육을 받아 역사에서 많은 교훈을 얻지 못한 것 같아 회한이 든다. 늦게나마 조국의 역사를 제대로 알고 싶은 마음에 모국에 나갈 때마다 몇권씩 역사책을 사들고 와서 읽고 있다.
요사이는 최근에 출간된 박종인의 ‘매국노 고종’이란 책과, 박준호의 ‘풀어 쓴 징비록 류성룡 재구성’이라는 책을 읽으며 가슴에서 스멀거리는 분노의 감정을 참기 어려웠다. 이러한 감정은 아마도 작금의 한국의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더욱 증폭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조선 500년 역사에 가장 해악을 끼친 두 임금을 들라면 단연 선조와 고종을 들 수 있겠다. 이들은 지혜와 능력이 부족하여 해를 끼쳤다기보다, 선조는 나라와 백성들은 어찌 되든지간에 자신의 신변 안전만 도모하기에 급급했고, “이 나라는 내 것이니라”고 천명한 고종은 오직 황실의 권력, 재정, 특권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좀 더 자세히 이 두 임금의 저열한 모습을 들여다 보자. 청렴한 선비 류성룡이 임진왜란 후에 다시는 조선에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교훈을 주기 위해, 사실상 선조를 심판대 위에 올려놓은 징비록을 쓴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1592년 4월 조선에 쳐들어 온 왜구는 파죽지세로 2주 만에 서울에 당도했는데, 선조는 자신의 일신상의 안전을 도모하고자 급히 개성, 평양을 거쳐 조선의 땅 끝 의주까지 도망갔다. 그곳에서도 위협을 느낀 선조는 명나라의 요동으로 건너 갈 생각이 간절하였지만, 충신 류성룡을 비롯한 대신들이 이르기를 만일 임금님이 명 나라로 가면 조선은 망한다고 극구 말려서 그 계획은 겨우 좌절되었다. 서울을 버리고 일본군을 피해 북쪽으로 도망치는 선조에 격분한 백성들은 경복궁에 불을 질렀고, 류성룡은 어느 농부의 입을 빌려 “나라님께서 우리를 버리고 가시니 우리들은 어떻게 살라는 것입니까?”라고 한탄했다.
류성룡은 징비록 서문에서 조선에서 일본군을 몰아낼 수 있었던 원인이 세가지가 있다고 밝혔는데, 첫째, 하늘이 도운 것이요, 둘째, 백성들이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그치지 않았던 것이요(의병, 승병을 말하는 듯 함), 셋째, 명나라에서 구원병이 여러 차례 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늘이 도왔다는 것은 평양까지 점령한 일본군이 왠지 더이상 북상을 하지 않아서 명나라 구원병이 도착할 시간을 벌었다는 것과, 이순신 장군이 한산도에서 일본 수군을 궤멸시켜 일본군의 보급로를 끊은 사실을 들고 있다.
한편, 고종의 행적을 보면 가히 매국노라 부르지 않을 수 없는데 러시아, 일본, 영국, 미국 등 여러나라의 세력 각축장이 된 조선 땅에서 오직 자신의 신변 보호만을 위해 여러나라의 공사관에 무려 7번이나 피신 시도를 했고, 결국은 러시아 공사관에 숨어서 일년을 지냈다.
고종이 한 일이라고는 외국 군대를 끌어들여 많은 백성을 도륙하고, 온갖 명목의 세금으로 백성의 삶은 피폐한데 그 세금과 국가자원으로 황실의 부만 불렸으며, 수구(守舊)를 고집하여 혁신 개혁 세력을 탄압하고, 결국은 싸움 한 번 치르지 않고 나라를 송두리째 일본에 넘겨 준 일이다. 겉으로는 청나라 부럽지 않은 황제국이 되었다고 외쳤지만, 속으로는 거덜나서 고물이 된 나라를 버리기로 했으니, 가히 매국노라는 이름에 손색이 없다.
이 두 책을 읽으며 작금의 대한민국의 현실이 오버랩되며, 행여나 이런 수치스러운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조국 대한민국에 비슷한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을까 자못 염려된다. 논어에 공자의 제자 자공(子貢)이 스승에게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을 물어보니, 스승은 경제, 국방, 그리고 백성의 믿음이라고 대답했다.
자공이 이 셋 중에서 뺄 수 없는 가장 중요한 것을 물어보니 그것은 ‘백성의 믿음’이라고 대답하며, “예로부터 사람은 누구나 다 죽음이 있거니와, 신의가 없으면 설 수 없는 것이다”라고 대답했다 한다. 작금의 조국의 정치가들은 과연 이 셋 중에 어느 항목에 가장 무게를 두는지, 또한 그것들을 지킬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 스스로 자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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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효 / 약물학 박사,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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