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눈이 오면 어린 시절에 부르던 동요 하나를 생각한다.
”한겨울에 밀짚모자 꼬마 눈사람 / 눈썹이 우습구나 코도 삐뚤고 / 거울을 보여줄까 꼬마 눈사람”
여름에나 사용하는 밀짚모자를 한겨울에 쓰고 있는 것도 우스운데 눈썹도 코도 우습다. 그러니 그 우스운 모습을 스스로 볼 수 있게 거울을 가져다 눈사람이 자기 모습을 볼 수 있게 해줄까 하는 내용의 흥겨운 동요다.
1960년대에 눈사람의 눈과 코를 만들 때에는 숯을 사용하기도 했다. 하얀 바탕의 눈사람 얼굴에 까만 숯을 붙이면 아주 선명한 대비가 되기 때문인데, 숯을 구할 수 없으면 짙은 색깔의 작은 나무 막대기를 대신 사용했다. 눈과 코를 나타내기 위해 숯이나 작은 나무 막대기를 붙일 때 자로 재듯 정밀하게 간격을 재는 것이 아니기에 앞의 동요에서도 ‘코도 삐뚤고’라는 말이 있는 것이다.
지금은 고기 굽는 음식점 말고는, 그것도 압축탄이 아닌 진짜 숯을 사용하는 고기 굽는 음식점 말고는 숯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숯으로 눈사람의 눈과 코를 만드는 경우는 아예 볼 수 없다. 건강기능성 제품에서 숯을 사용하기는 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눈사람에게 그 비싼 숯을 붙이지는 않는다. 그 옛날에는 마당 풍로에서 하늘로 올라가던 빠알간 불꽃가루며 숯이 탈 때 나는 타닥 타닥 소리를 들었는데 모두 지난 얘기다.
연탄을 때던 시절에는 다 탄 연탄을 눈 위에 굴리는 것으로 눈사람 만들기를 시작했다. 손으로 눈뭉치를 뭉쳐서 시작하는 것보다는 연탄 크기의 분량만큼 손이 덜 가고 빨리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사람들도 눈 내리는 곳에 사는 사람들은 눈사람을 만든다. snowman.
그런데 그 모양이 우리와 조금 다르다. 우리는 머리 부분과 몸통 부분 이렇게 두 개의 눈덩이로 눈사람을 만든다. 그런데 미국은 세 개의 눈덩이로 눈사람을 만든다. 머리 부분, 상체 부분 그리고 하체 부분으로 만든다.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머리 부분이 가장 작고, 상체 부분이 조금 크고, 제일 밑에 위치한 하체 부분이 제일 크다.
인체에 대한 인식 차이가 이런 결과를 낳는 것 같다. 우리는 인체를 머리와 몸통 이렇게 둘로 인식하는 반면 미국은 인체를 머리, 상체, 하체 이렇게 세 부분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눈사람도 그렇게 만드는 것 같다. 어느 경우든 머리는 항상 따로 만든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미국 눈사람은 미국의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만들고 눈사람에 대한 이미지에서 그렇다는 것이고 모든 미국 사람이 다 그렇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즉 우리처럼 머리 부분과 하체 부분의 두 덩어리로 만드는 경우도 있다.
머리를 만들 때에도 우리 눈사람은 코를 그다지 강조하지 않기에 숯이나 나무 막대기를 붙이는 방법을 써서 평면적으로 처리한다.
그런데 미국 눈사람은 당근을 사용해서 코를 만들기 때문에 코가 뾰족해서 입체감이 있다. 미국은 사람 코도 뾰족하고 눈사람 코도 뾰족하다.
또 다른 점이 있는데, 우리와 달리 미국 눈사람은 몸에 단추를 달아준다. 진짜 단추를 달아준들 그게 눈에 뜨이는 것도 아닐 것이니 주로 단추 모양의 둥근 것을 붙여준다. 이렇게 미국 눈사람에게 단추를 적용하는 것은 옷차림새와 관련 있는 것 같다.
미국은 오래전부터 단추를 사용해서 옷을 입었지만 우리는 단추가 아니라 고름을 매는 옷을 입었다. 그러니 우리는 눈사람에게 단추를 달아줄 생각을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우리나 미국이나 눈사람에게 팔을 달아주는 경우가 있다. 나뭇가지를 꽂아서 팔로 하는 경우도 있고, 나뭇가지 대신 빗자루를 꽂아서 팔을 만들기도 한다. 앞의 동요에서 나왔듯이 우리 눈사람에게 모자를 구할 수 있으면 씌우고 그렇지 않으면 맨머리로 둔다. 미국 눈사람도 모자를 씌우거나 목도리를 해주는 경우가 많다.
어찌 되었거나 눈사람을 만드는데도 한국과 미국은 약간 차이가 있다. 미국 눈사람은 미국 만화나 카드 또는 장식품을 눈여겨보면 알 수 있다. 엘사와 안나가 나오는 만화영화 ‘겨울왕국’에 나오는 눈사람인 올라프를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우리 눈사람도 점차 미국 눈사람을 닮아간다. 각종 매체의 눈사람 그림을 보면 미국 눈사람처럼 세 덩어리로 이루어졌고 얼굴에 당근을 박은 눈사람이 자주 눈에 띈다. 눈사람까지 미국 문화를 따라간다는 게 조금은 서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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