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11일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회는 미국 내 최우수 고등학교 중 하나로 알려진 토마스 제퍼슨 과학고(TJ)의 체육관을 내 이름을 따 ‘문일룡 체육관’으로 명명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나에게는 참 과분한 영광이다.
나의 20년 이상의 교육위원으로서의 활동과 학생들의 체육 분야에 대한 관심을 인정해서라고 하지만 여전히 쑥스럽다. 특히 운동을 잘 못하는 나로서 내 이름이 다른 곳도 아닌 체육관에 연결된다고 하니 더욱 그렇다.
나는 자라면서 정말 운동을 잘 못 했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TJ 체육관 이름에 대한 결의안이 통과될 때 나에게 발언의 기회가 주어졌었다. 나는 이민을 와서 고등학교에 입학하며 나의 한국에서의 중학교 3학년 학점과 성적을 인정 받았을 때 다른 과목은 모두 A였으나 체육 성적은 B였다고 얘기했다. 당시에 한국에서는 힘이 세고 빠르지 않으면 체육에서 A를 받을 수 없었는데 나는 세지도 빠르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참석자들이 웃음으로 화답했다.
그 후 우연한 기회로 나는 미국에서의 나의 고등학교 시절 학사파일을 나의 고등학교가 위치한 지역의 교육청으로부터 받아 보았다.
그리고 자세히 살펴보니 나의 9학년 때 체육 성적은 B보다도 낮은 C였음을 발견했다. 그동안 내가 왜 B라고 생각했었는지 모르겠다. C는 너무 낮아 창피하다는 의식이 잠재하고 있어 왔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제 알았으니 C였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 해야겠다.
또 하나 잊을 수 없는 것은 한국에서 고등학교 입시 때 체력장에서 고전했던 것이다. 당시 고입 시험 전체가 200점 만점이었는데 그 가운데 체력 시험이 20점을 차지했다. 그리고 20점 만점의 특급부터 시작해 한 급당 2점씩 차등을 두어 점수가 매겨졌다. 특급 점수는 당시에 우리 반에서 절반 이상의 학생들이 받는 정도였다. 그러나 나는 학교에서 연습할 때 특급과 1급 사이를 오갔다. 그런데 정작 시험 보는 날은 확실하게 1급이었다. 덕분에 2점이 감점 되어 18점을 받았고 그 감점은 치열했던 당시의 고등학교 입시 경쟁 상황에서는 치명적으로 간주되었다.
미국에 와서 나의 체력의 한계는 고등학교 축구 팀 가입 신청을 했을 때 여실히 드러났다. 미국에서 첫 해인 1974년에 조지워싱턴 주니어 고등학교에서 10학년으로 시작했다. 당시에 내가 살던 알렉산드리아 시에서는 9학년과 10학년만 다니던 학교를 주니어 고등학교라고 부르면서 따로 두었다. 그 해에 그 학교에서 축구 팀이 처음으로 창설 되었다. 그 때 나는 운 좋게 단지 볼 다루는 발 재간 하나로 팀에 가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첫 게임에서 발목을 다쳐 축구 시즌을 접고 말았다.
그런데 11학년에 올라가자 학교를 11학년과 12학년만 다니던 TC 윌리엄스 시니어 고등학교로 옮기게 되었다. 그리고 축구 시즌이 시작되자 겁 없이 팀 가입에 도전했다. 물론 테스트를 통과해야 했다. 그런데 코치가 일단 달리기부터 시켰다. 코치는 단거리를 빠르게 뛸 수 있는 속도와 오랫동안 뛸 수 있는 지구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겼다.
아쉽게도 나는 그 두 부분에서 최하위의 실력을 보여 주었고 그 테스트를 끝으로 나는 축구에 대한 꿈을 버렸다.
그러나 운동을 이렇게 못 하는 나였지만 보는 것은 누구 못지 않게 좋아했다. 그리고 20년 이상 교육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학교대항 경기가 열릴 때마다 거리에 상관 없이 어느 교육위원 보다도 더 많이 경기장을 찾았다. 또한 열심히 관전하고 응원했다. 시상식 참여 기회가 있을 때는 거절하지 않았다.
그래서 어쩌면 꼭 운동을 잘 한 사람만 체육관에 명명되는 것은 아니라는 선례를 내가 남기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TJ처럼 아시안 학생들의 비율이 높은 학교에서 아시안 이름, 특히 한국식 이름을 체육관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보게 되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내가 이번에 나의 과거 교육위원으로서의 활동에 대해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 그동안 내가 활동할 수 있도록 성원해 준 여러분들의 도움 때문이다. 이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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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 변호사,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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