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체의 종은 영원한 것이 아니라 변할 수도 있다는 점에 처음 착안한 사람은 기원전 6세기 밀레투스의 그리스 철학자 아낙시만데르였다. 그는 갓난아기가 오랫동안 부모의 보살핌 없이는 생존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착안, 아주 옛날 아기는 다른 모습이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첫번째 인간으로 태어난 아기는 보살필 부모가 없었을 것이고 그런 아기는 생존하지 못했을 것이며 따라서 그 아이의 후손도 없었을 것이란 논리였다.
그리고는 인간의 조상을 바다에 사는 물고기라 주장했다. 물고기는 알에서 태어나자마자 혼자서 헤엄쳐 독자 생존을 하기 때문에 돌봐줄 부모가 필요 없다는 이유였다. 그의 주장은 막연한 추측에 불과했지만 신기하게도 생물학자들은 최초의 생명체가 바다에서 태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양에서는 오랫동안 신이 모든 생명체를 창조했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창세기에 신이 종대로 창조했다고 적혀있고 상식적으로도 소는 송아지, 말은 망아지, 개는 강아지를 낳는 것이 너무나 분명했기 때문이다.
근대에 접어들면서 서로 달라 보이는 생명체가 사실은 공통의 조상을 갖고 있을 수도 있다는 주장이 여러 사람들을 통해 나오기 시작했으며 그중의 하나가 의사이자 생물학자였던 에라스무스 다윈이다. 그는 ‘조노미아’란 책에서 모든 온혈동물은 한 가닥의 생명체에서 나왔으며 모든 개체는 성욕과 식욕, 자기 보존욕을 갖고 있고 가장 강하고 활동적인 개체가 자손을 퍼뜨릴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런 그의 주장을 이어받아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종의 기원’이란 책에서 본격적인 진화론을 펼친 사람이 바로 그의 손자 찰스 다윈이다. 탐사선 비글호를 타고 5년 동안 세계를 일주한 그는 갈라파고스 섬에서 새와 거북이를 비롯한 다양한 동물들이 자기가 살고 있는 환경에 최적화된 모습을 하고 있는데 착안해 이들은 공통의 조상을 갖고 있었으나 환경에 잘 적응한 후손은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후손을 멸종돼 결국 각 섬마다 그 특성에 맞는 개체가 살게 됐다는 가설을 세웠다.
다윈 이론의 핵심 포인트는 부모와 그 자손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조금씩 다르다(descent with modification)는 점이다.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서로 다른 유전자를 물려받는 자손은 물론이고 자기 복제를 거듭하는 박테리아 등 미생물도 복제 오류로 시간이 가면 갈수록 조상과 후손의 차이는 커지고 다양해진다.
그리고 이런 차이가 크면 클수록 그 생명체가 살아남을 가능성은 커진다. 주위 환경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이다. 추위에만 강하거나 더위에만 강한 후손을 남기는 종은 기후가 변덕을 부리면 멸종하지만 다양한 특성을 가진 후손을 남기는 종은 살아남는 것이 한 예다. 많은 생명체가 간단한 자기 복제 방식을 버리고 복잡한 성적 결합을 통한 후손 생산을 택한 것도 그것이 다양성을 늘리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다윈은 목축업자들이 교배를 통해 불과 몇 세대 만에 자신들이 원하는 특징을 가진 개체를 얻어내는 것을 보고 자연 상태에서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 개체간의 차이가 변종으로 바뀌고 변종이 다른 종으로 변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다윈의 진화론은 지난 150여년 동안 수많은 창조론자들의 공격을 받았지만 대다수 생물학자들은 이것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종의 다양성을 설명하는 가장 합리적인 이론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2년 전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한 코로나 바이러스 2(SARS-CoV-2)는 끊임없이 변종을 만들어내며 인간을 괴롭히고 있다. 그러나 이 바이러스의 등장은 생명은 창조되는 것이 아니라 진화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고 있다. 모든 생명체가 창조되는 것이라면 어째서 전지전능하고 선한 신이 계속 새로운 변종을 만들어 무고한 인간을 죽게 하는지 설명하기 힘들다.
반면 모든 생명체가 진화하는 것이라면 변종의 탄생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모든 후손은 조상과 조금씩 다르며 주어진 환경에 잘 적응하고 빠르게 번식하는 개체만이 결국은 살아남기 때문이다. 원 코로나바이러스 2의 변종인 델타가 주종으로 자리잡고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발견된 오미크론이 급속히 퍼지고 있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오미크론 변이가 델타보다 전파력이 3배까지 빨라 결국 이것이 주종이 되겠지만 지금까지 이로 인한 사망자는 없다며 이것이 감기 정도의 치사율을 가질 경우 오히려 코로나 사태 종식을 앞당길 수 있다는 조심스런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다른 편에서는 아직까지 오미크론의 특성 중 확인된 것은 별로 없다며 앞으로의 추세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어느 쪽 말이 맞는지는 모르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생명체의 진화는 오늘도 내일도 중단되지 않을 것이며 새로운 변종과 새로운 바이러스는 끝없이 나올 것이란 점이다. 바이러스를 비롯한 병원체와의 전쟁은 인간이 살아가는 한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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