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세기동안, 미국은 납세자들의 세금으로 미래에 투자했다. 이리호 운하에서 주간고속도로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공공기금을 대거 투입해 물리적 인프라를 구축했다. 기반시설뿐 아니라 인적자본에도 막대한 공공기금이 사용됐다. 미국은 일찌감치 보편교육을 도입했고, 현대적 공립 중등교육제도를 창안했다. 이같은 공공지출은 국가번영의 기초를 놓았고, 미국을 경제 초강대국으로 밀어 올리는데 기여했다.
그러나 우파의 득세와 함께 미국은 대형 공공투자에 등을 돌렸다. 우파는 부유층에 제공된 세제혜택의 낙수효과가 모든 경제문제의 해결책이 될 것으로 여겼다. 도널드 트럼프의 ‘인프라 주간’ 정기모임은 기반시설 투자라기보다 정실자본주의에 가까운 제안을 내놓으면서 ‘국민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트럼프는 대규모 신규지출에 반대하는 보수주의자들을 제어하지 않았다.
지금 바이든은 미래지향적인 공공지출의 전통을 되살리려 시도하고 있다. 지난주 하원을 통과한 그의 ‘더 나은 재건계획’은 순수한 투자계획이 아니다. 이 법안은 상당한 규모의 헬스케어 지출을 포함한다. 이는 먼 미래에 대한 투자라기보다 단기적으로 미국인들 돕는데 방점이 찍힌 조치이다. 그러나 전체 지출의 2/3가 미래의 수익을 전제한다는 점에서 투자로 보아 마땅하다. 더 나은 재건계획을 이미 법제화된 기반시설예산안과 연결시키면 전체의 2/3이 투자지출에 관한 것임을 금방 알게 된다.
여기서 바이든 프로그램의 현주소를 정리해보자. 먼저 두 플랜의 전체 지출규모는 향후 10년간 2조3,000억 달러다. 이 가운데 다음의 세 가지 부문에 각기 5,000억 달러와 6,000억 달러가 사용된다. 첫째가 전통적 의미의 기반시설, 두 번째가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경제 재구조화, 세 번째가 취학 전 아동교육 및 탁아서비스인데 이 마지막 대목에 아동빈곤을 축소하기 위한 세액공제 조항이 담겨있다.
이들 세 가지 유형의 지출이 높은 사회적 이윤을 낸다고 믿을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물류대란을 불러온 공급망 교란은 우리 모두에게 전통적 의미의 물리적 인프라가 대단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재차 일깨워주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물질세계에서 수요가 있는 곳으로 물품을 공급하기 위해선 관련 인프라가 필수적인데, 이를 구축하려면 민간투자와 함께 공공투자가 요구된다.
기후변화 투자가 필요한 이유 또한 자명하다. 기온상승으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는 너무도 분명하다. 가뭄, 산불과 극단적 기상상황은 앞으로 닥칠 재앙의 앞머리 부분에 불과하다. 더 나은 재건계획에 따른 투자는 기후변화의 위기를 끝내기엔 턱없이 부족하지만, 심각성의 정도를 완화해 우리를 끔찍한 재앙으로부터 부분적으로 보호하고, 보다 포괄적인 해결책을 향한 미국의 주도적 노력을 다소 수월하게 만드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이 정도면 아깝지 않은 지출이다.
마지막으로, 아동부양가정 지원이 국가의 미래를 위한 고수익 투자임을 입증하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 적절한 지원을 받는 가정의 아동들이 건강하고 생산적인 성인으로 성장한다는 것은 의심이 여지가 없는 정설이다.
그렇다면 바이든의 계획 중 탐탁지 않은 대목은 무엇인가? 인플레이션을 불러온다는 지적이 무성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이건 필자의 개인적 견해가 아니다. 신용평가기관들도 같은 생각이다. 이미 의회를 통과한 기반시설예산안의 지출규모는 의회예산국(CBO)이 향후 10년간 288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 국내총생산(GDP)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게다가 신설될 세금을 통해 대부분의 재원을 마련하기 때문에 인플레 충격은 크지 않다.
바이든 플랜에 소요되는 경비조달방법을 둘러싸고 일부에서 의문이 제기되는 것 역시 사실이다. 전통적인 기반시설법안에 늘 꼬리표처럼 따라오는 우려다. 사실 대규모 지출로 인해 향후 수년에 걸쳐 연방적자가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GDP에서 늘어난 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작은데다, 낮은 수준의 금리를 감안하면 부채상환비용은 거의 늘어나지 않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공공투자 수익이 적자를 줄이고도 남을 것이다.
공화당은 여전히 바이든 아젠다를 사회주의라 비난한다. 그들의 기준에서 보면 미국은 역사적으로 사회주의자들이 움직이는 국가였다. 이리호 운하를 건설한 뉴욕 주지사 디위트 클린턴, 수십 년 후의 보편적 기본교육을 염두에 두고 보통학교 운동을 주도한 호레이스 맨은 공화당의 시각에서 보면 분명 사회주의자다. 막대한 정부투자와 91%의 최고세율을 밀어붙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역시 마찬가지다.
장담컨대 바이든 플랜은 경제적 불균형을 해소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더 나은 재건계획이 의회의 승인을 얻을 경우 덜 가진 자들을 위한 베네핏이 대폭 확대되고, 강력한 누진세가 도입되기 때문이다. 사실 공공투자처럼 불평등을 축소하는 정부 정책은 미국의 국가적 전통에 부합한다. 기본적으로 미국은 누진과세제를 고안했고, 경제학자인 클로디아 골딘의 지적대로 ‘평등주의에 뿌리를 둔’ 중등학교 운동을 시작했다.
그러니 바이든의 투자계획이 대단히 무책임하고 급진적이라는 정치인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선 안 된다. 그의 계획은 지극히 책임 있는 정책일 뿐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창조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미국적 아이디어를 회생시키려는 시도이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은 현재 뉴욕 시립대 교수로 재직중이며 미국내 최고의 거시경제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예일대학을 졸업하고 MIT에서 3년 만에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뉴욕타임스 경제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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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 뉴욕 시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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