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는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The Sun Also Rises)에서 두 캐릭터를 통해 질문과 답을 매우 간결하게 투영했다. ‘어떻게 파산하게 되었나요?' 빌이 물었다. ‘점차 그리고 갑자기' (Gradually and then suddenly)라고 마이크는 말했다. 이제 2021년에 현재 국민의힘당이 이런 종류의 궤적을 따라 점차 그리고 곧 갑자기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가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몇 가지 지표를 살펴보겠다.
첫째는, 이념적 파산이다. 온건한 유권자들로 부터 당을 멀어지게 하는 자꾸 오른쪽으로 꾸준히 움직인다는 점이다. 보수의 3대 덕목인 전통·충성·청렴의 가치를 포기하고 정치적 노선만을 부추겨 분열을 조장하는데 동기를 부여해왔다는 점이다. 민주적 규범과 제도에 대한 무시, 그 과정에서 영속적인 적을 만들고 그에 대항할 수 있는 권력의 도구를 만드는데만 몰두해 왔다. 합리적 보수라면 개인의 자유와 함께 사회적 결속을 중요시하며, 너무 많은 개인주의, 너무 많은 분열, 세대와 집단간의 긴장이 근본적인 통합을 깨뜨릴 것이라는 사실을 우려해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보수주의에 대한 진정한 이해가 부족한 것은 보수층 자체이다.
둘째는, 그들이 추구하는 자유시장경제체제의 함정이 점차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낙수’경제학 이론이 비참한 실패임을 나타내는 데이터의 양이 여러 분야에서 증가하고 있다. 불평등과 사회 양극화가 이를 방증하고 있다. 또한 주택과 고용을 보장할 사회적 지원에 제공하려는 정책과 법률에 대한 그들의 의지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증가하는 신분 격차는 국민의힘 당에 가장 큰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셋째는, 잘못된 정보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보수는 우익 뉴스 미디어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려는 보수 유권자의 능력을 방해하는 것은 우익 미디어 메시지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보수 신문 조선일보는 반박하기 어려울 정도로 합리적인 어조로 조잡한 거짓말을 사실로 전달하는 재능이 있다. 그들의 메시지는 거짓말이 사실인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어 이성을 무너뜨린다. 확실한 것이 아닌 것을 신뢰하는 것은 광신이다. 언론에 대한 가장 심각한 위험은 지나친 비판이 아니라 오히려 과장된 왜곡 보도이다. 대다수의 시민들이 이 속임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식별할 수 있을 때까지 한국의 민주주의는 요원해 보인다.
넷째는, 부유층에게 제공하는 대규모 감세 정책이다. 중산층을 대표한다는 정당이 중산층에게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 감세 정책을 반복적으로 지지해 왔다. 보수주의는 단순히 일자리 창출 수를 강조하고 홍보하거나 증권거래소에서 숫자를 올리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가족·사회 공동체의 위대한 전통과 제도를 보존하는 생활 방식이다. 이것은 다양성·포용성 및 형평성 문제의 잘못된 편에 서있는 이기적 탐욕이다. 그들이 물질의 범주에 얼마나 깊이 엮여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중산층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더럽혔고 납세자 유권자를 배신했다. 부유층과 기업의 감세를 부채질하는 것은 그들에게 저주가 될 것이다.
다섯째는, 리더십 공백이다. 폭풍으로부터 배를 구출할 당내 지도자는 어디에도 없다. 유권자들은 궁극적으로 현실적인 정책과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는 합리적 리더를 원한다. 하지만 국민의힘 당은 이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 당내 자체 후보도 못 내는 수모를 겪으면서도 권력만을 위해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윤석열을 대선후보로 지명했다. 그는 공수처와 서울지방 검찰청으로부터 입건되어 기소 직전에 있는 인물이다. 이러한 당내 반민주적 정서는 수년 동안 형성되어 그들 스스로를 파괴하고 있다.
여섯째는, 도덕적 함정에 빠져 있다는 점이다. 더 이상 보수적 기준으로 굳게 고정되었던 전통적인 규범과 제도에 전념하지 않고 있다. 보수는 우리가 느낀 도덕, 정의로운 성품, 성실함을 상징하곤 했다, 이후 놀라운 것은 지금의 국민의힘 당에 이러한 것들이 사치스럽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것은 미학적 추함과 도덕적 붕괴를 의미한다. 보수와 어울리지 않는 부정·부패 패션쇼 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소선거구 제도와 게리맨더링을 통해 유권자들의 권리와 소수자들의 권리를 박탈했다. 그리고 권력을 독점하고 저항하는 반대 세력에게는 검찰 인사를 대거 당에 포진시켜 모든 정치적 이슈를 사법부로 끌고가 정치를 무력화 시켰다.
현재 국민의힘 당과 그 일탈적인 후손은 유권자가 생산하는 각성된 항체에 의해 극복되어져야 할 대상이다. 그것은 유권자의 몫이다. 불편한 보수와 진보의 수사학적 경계를 허물고 유권자는 유연성을 보여 주어야 한다. 정치가 반드시 보수적일 필요도 없고 진보적일 필요도 없다.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이 말했듯이 민주주의는 책임 있는 좌중·우중 정당 모두 필요하다. 불행하게도 양당은 모두 반대당의 구성원을 비인간적으로 비참하게 보고 있다. 편견·분노·증오에 휩싸여 서로에 대한 적대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지속적인 가치를 대표할 수 있는 전통적인 보수주의의 상실은 사회에 큰 해악을 남기고 있으며 나라가 버틸 수 있을까 우려스러울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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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국 정치 철학자,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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