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요즘 나의 일 외에 가장 열광하고 있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단연코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 (이하 스우파) 라고 대답하겠다. 지난달 말 끝을 내린 이 어마어마하게 재미있는 댄스 경연 프로그램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 댄스계에서 저명한 여러 여성 댄서들이 팀을 꾸려 나와 대결을 펼쳐 우승한 팀에게 상금을 주는 프로그램이었다. 정적인 활동을 주로 하는 나는 이 프로그램에 뒤늦게 빠져버렸고, 프로그램이 끝난 지 한 달 여가 되어가는 지금, 댄서들의 다양한 매력들에서 아직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 두어 달 간의 시간 동안 춤에 대한 큰 관심과 흥미 없이 방송을 보기 시작했던 나는 춤이란 것이 얼마나 매력적인 예술인지를 알게 되었다. 그들의 현란한 춤을 보며 처음에는 내가 가지지 못한 재능을 누군가가 구현해 내는 것을 눈앞에서 보는 즐거움과 카타르시스가 내가 느끼는 감정의 대부분이었다. ‘어떻게 저렇게 움직일 수가 있지?’가 내가 하는 대부분의 코멘트였으니까 말이다. 특히 직업상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정적인 활동을 주로 하는 나에게는, 거의 컬쳐 쇼크와도 비슷한 흥분감을 느끼기도 했다. 댄서들의 움직임 하나 하나에 숨을 죽이고 본 적도, 그리고 경이로움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순간들도 많았다. 다행히 그들이 각종 예능 프로그램 및 다양한 방송 활동을 이어 오고 있어 다행히 나의 ‘덕질’은 계속되어 피곤한 일상에 큰 행복을 가져다 주고 있는 중이다.
개인으로서 또 한 여성으로서 댄서들을 더 알게 된 지금은 조금 더 다른 의미에서 그들의 춤을 그리고 아티스트로서의 그녀들을 더 존경하게 되었다. 프라우드먼의 모니카 님이 어떻게 디자이너로서의 꿈을 버리고, 뒤늦게 춤을 직업으로 선택하게 되었는지를 들으며 남들과는 다른 새로운 도전을 시작해 나갈 때 이겨내야 할 것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홀리뱅의 허니 제이 님이 직업란을 적을 때마다 들었다고 하는 댄서가 직업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서는, 부정적인 시선과 차별의 순간들을 감내해야 하며 단단해져 가는 한 사람의 모습을 떠올렸다. 훅의 아이키 님이 어린 나이에 결혼과 출산을 경험하며 댄서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몸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느꼈던 감정들을 들으며,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이상적인 몸에 대한 잣대와 자기 검열에서 나를 포함해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자유롭지 못한가를 생각하게 되었다. 라치카의 가비님과 크루원들이 세상에서 ‘별종’이라 불리는 모든 이들을 위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었을 때, 춤은 테크닉만이 아닌 아티스트의 철학과 삶이 녹아있는 하나의 스토리텔링임을, 그리고 그 스토리텔링이 얼만큼의 큰 치유의 힘을 가질 수 있는지 알게 되었다. YGX의 리더인 리정님의 이야기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것에서 나오는 자신감과 그런 확신을 가지고 노력하는 일은 나이에 상관없이 아름다운 것이라 생각했다.
이렇듯 그들의 많은 이야기를 통해 나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본 것은, 비단 개개인이 겪어야 했던 하나의 순간들 만이 아니니라 생각한다. 경연 동안 그들이 대중에게 보여 준 것은 팀 내에서, 또 다른 여러 사람과 협업하면서 자기 자신과 남들의 다름을 존중하고 자기의 고유한 그 무엇을 지켜나가는 태도와 함께, 그리고 각기 다른 보이지 않는 치열한 싸움과 그것들에 수반되는 고통을 감내하고 이겨내는 노력의 과정들의 고귀함이었다. 그리고 이런 과정들에서 20대 30대 여성으로서 겪어야 했던 특수한 경험들과 감정적, 신체적, 정신적 노동의 다양한 모습을 보며 많은 여성들 역시 각자의 삶에서 해오고 있는 싸움을 떠올리며 큰 울림을 느꼈으리라. 이 여성 댄서들의 경험들과 이야기들이 그들만의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스우파 여성 댄서들을 비롯해 ‘댄서’라는 직업이 뒤늦게 받고 있는 스포트라이트가 한때의 관심이 아닌, 좀 더 많은 이들이 즐기고 지속적으로 지지하는 문화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그래서 한국의 대중문화가 더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더 자유롭게 담아낼 수 있는 포용성을 가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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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 휴스턴대학교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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