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미국 대통령 인기도 조사에 의하면 시대 변함없이 단연 인기 1위의 대통령은 에이브러햄 링컨(1809~1865)이다.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노예제도를 종식시킨 불멸의 업적 외에도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민주주의의 기본문법을 완성한 그의 게티즈버그 명연설은 인류가 멸망할 때까지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다.
링컨은 1836년 27살에 변호사가 된 후 제16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던 1861년까지 무려 25년간 변호사 생활을 했다. 이는 지금까지 총 45명의 미국 대통령 중 27명이나 되는 변호사 출신 대통령들 중에서도 독보적인 기록이다.
일리노이 주의 수도 스프링필드에 있던 링컨변호사 사무실의 주 업무는 약속어음 사건 해결이었다. 교통수단이 변변치 않아 현금이 제때 돌지 않다보니 대부분의 경제활동이 약속어음으로 이뤄지던 시대였다. 기록에 따르면 링컨은 개업 6년차 되던 1842년에는 한 해 219건의 사건 중 80%인 175건의 어음사건을 처리했으며, 이렇게 처리한 어음사건이 25년간 총 2,000여 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나있다.
물론 링컨의 변호 업무가 따분한 어음사건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예를 들면 1년에 3개월 정도는 순회판사를 따라다니며 일리노이 주 14개 카운티에서 상법·형사법 사건 등도 수임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미국은 각 지역마다 법원 청사나 전담판사를 둘 여력이 되지 않아 한 명의 판사가 봄과 가을에 각 카운티를 돌며 재판업무를 수행했다.
다양한 사건 중에서도 살인사건 재판은 지역 주민들에게 최고의 관심거리였는데 링컨은 총 25건의 살인사건을 변호했다. 그중 11건은 유죄, 14건은 무죄판결을 이끌어낸 것으로 집계됐다. 링컨의 가장 유명한 무죄사건 재판 하나를 소개한다.
1857년 8월 어느 무더운 저녁, 동네 선술집에서 제임스 메츠커는 윌리엄 암스트롱과 언쟁 끝에 한바탕 싸움질을 하고, 귀갓길에 제임스 노리스와 또 싸움이 붙어 결국 죽고 말았다. 부검결과 메츠커의 사인은 두개골 앞과 뒤의 함몰로 확인되었다. 재판은 두 번째로 싸웠던 노리스부터 먼저 진행되었는데 노리스가 메츠커를 뒤에서 흉기로 내려친 것으로 밝혀져 살인죄 판결이 내려졌다.
그러나 두개골 앞부분 함몰에 대한 책임소재를 가리기 위해 첫 번째 싸움자 윌리엄도 같이 기소되었다. 이에 다급해진 윌리엄의 모친 해나는 사별한 남편의 절친이었던 링컨을 찾아와 아들의 변론을 부탁했다. 재판에서 윌리엄은 “메츠커가 채찍을 가져와 자기를 협박하기에 정당방위 차원에서 주먹으로 메츠커의 얼굴을 한번 때렸을 뿐이고, 메츠커의 죽음은 전적으로 노리스와의 두 번째 싸움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 찰스 앨런은 “윌리엄이 밧줄에다 쇠뭉치를 매단 흉기 슬렁샷으로 메츠커의 얼굴을 내려치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라고 증언했다.
링컨은 증인 반대심문에서 사건 당일 날씨와 현장의 조명 상황에 대해 질문했는데 찰스는 “보름달이 머리 위에 떠있어 윌리엄의 일거수일투족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고 진술했다. 링컨은 당일 날씨를 알아본 후 청원경찰에게 날씨를 기록한 달력을 가지고 와줄 것을 주문했다. 배심원석 앞에서 펼쳐진 달력에 그날은 보름달이 아닌 달빛이 없는 초승달이었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찰스의 증언이 허위로 밝혀지면서 윌리엄은 살인누명에서 벗어나는 순간이었다.
아들의 재판이 끝난 후 가난한 과부 해나가 감사의 눈물을 흘리며 링컨에게 수임료에 대해 묻자 링컨은 “해나, 나는 당신으로부터 페니 하나도 절대로 받을 수 없소”라며 고사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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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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