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돈에 관련된 한국 드라마가 전 세계적으로 큰 흥행을 하였다. 인류 역사에 있어서 불의 발견 못지않게 획기적인 사건은 돈, 즉 화폐의 창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화폐에 의해서 기존의 물물교환경제(Barter economy)가 화폐경제(Monetary economy)로 바뀌고 인류의 경제생활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불교경제학(Buddhist economics)은 영국 경제학자 슈마허(Schumacher)의 책 ‘ 작은 것이 아름답다. Small Is Beautiful ‘를 통해 널리 알려진 개념이다. 불교는 간소와 비폭력을 기본으로 최소 자원으로 최대 행복을 얻는 것을 목표로 하며 자리이타(自利利他)를 추구한다. 이에 비해 현대 경제학은 물자의 소비량을 행복의 지표로 하여 자신에게 이익을 주는 일의 추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기에 정반대의 위치에 있다.
불교는 이러한 경제문제에 대해 주체가 수행자 또는 재가자(일반인)인가에 아주 다른 견해를 밝히고 있다. 수행자에게는 금지하였지만, 재가자에게는 적극적인 경제활동을 권장하였는데, 그것을 수행자에게 맞춰진 것만 보고 “돈은 부질없는 것이니 멀리하고, 욕망을 비워낸 자리에 무소유의 행복을 누리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일반인들에게는 벌들이 꿀을 모으는 것처럼, ‘부지런히 돈을 많이 벌어 부(富)를 축적하라.’라고 장려했다.
인류 역사상 돈은 항상 강력한 힘을 가졌지만, 지금처럼 위력을 발휘한 적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갈수록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더욱 깊어지며, 소수에게 자본이 편중되어 있다.
부처님은 생로병사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출가했다. 그렇다면 삶의 고통 중 가장 큰 고통은 무엇일까? 그것은 “죽음의 고통보다 가난으로 인한 고통이 더 크다.”라고 했다. 이것은 삶에서 돈 문제로 인한 고통이 정말 가장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해결책은 무소유나 자발적 가난이 아니다. 가난으로 세상살이는 고통스럽고 여러 가지 죄를 짓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그것을 벗어나 부를 축적해 안락한 삶을 살라고 했다. 부자를 가리켜 축복받은 사람이라 했다.
인간과 자연, 자신과 타인의 상호의존성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에서 불교 경제 논의는 일찍부터 연기(緣起, Interdependence)라는 불교적 가르침에 주목해왔다. 그런데 이러한 연기적 관계를 인식하는 데에는 또 하나의 핵심적 가르침인 중도(中道, Middle way)가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재가자의 경제생활과 관련하여 자신의 이익을 성취하기 위한 욕망의 추구 그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나친 이기심에서 비롯하는 욕망, 이른바 탐욕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경계한다. 그 대신 타인에게 나누고 베푸는 삶의 방식을 권장했다.
부를 기준으로 빈곤층, 중산층, 부유층으로 나눈다면 빈곤층은 가난의 대물림을 끊기 위해서라도 부지런히 기술을 배우고 돈에 대해 가장 많이 공부해야 한다. 중산층은 ‘자칫하다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 있으니 관리를 잘하고 좀 더 소박하고 균형된 삶을 살아야 한다.’ 그리고 부유층은 ‘자신이 부자가 된 것은 보이지 않는 수많은 인연의 희생 그리고 고통이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러므로 자발적인 사회 기여와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통해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을 발휘해야 한다.’라며 사회적 책임을 중요시했다.
불교는 물질적 부를 무조건 배척하지 않는다. 물질적 부가 우리를 가난으로부터 구해주며 타인에 대해 관대함을 베풀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물질적 부에 대한 지나친 집착 즉 탐욕에 대해서 끊임없이 경계하였다. 진정한 행복은 물질적 번영이나 감각적인 쾌락이 아니라 마음의 평화와 평정심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재가자의 경제생활과 관련하여 욕망의 추구 그 자체를 부정하지 않았지만 절제되지 않은 욕망과 탐욕에서 벗어날 것을 계속 강조한다.
모든 종교적 가르침은 결국 자기중심적인 이기심을 내려놓고 평화로운 공존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탐욕은 너그러움으로 성냄은 자비로움으로 무지는 지혜로 전환하게 된다. 오늘도 많은 이들이 부지런히 무엇인가 하고 있다. 당신의 삶이 가난하지 않고 풍요롭고 편안하며 존경받는 사람이 되길 빈다.
성향 스님<뉴저지 원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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