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세 관장(오른쪽)과 명예 9단증을 받은 샤샤 전 이란태권도협회장.
# 이란 태권도의 아버지
“그랜드 마스터 리, 당신은 이란 태권도의 아버지입니다.”
얼마 전 이운세 관장은 메릴랜드의 월드 태권도 아카데미에서 의미 있는 명예 9단 수여식을 가졌다. 주인공은 버지니아에 거주하는 이란 망명객 출신인 베루즈 샤샤(Behrooz Sarshar)였다. 그는 이란 경찰 고위 간부로 왕실 경호실의 오토바이 팀 대장을 지낸 인물이었다.
두 사람의 인연은 4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관장이 1976년 이란 정부 초청으로 현지로 날아가 육사와 공수특전단에서 태권도를 지도하면서 시작됐다.
“1978년이었죠. 육사 졸업식에 팔레비 왕이 참석한다 해서 6개월 전부터 생도 300명에게 태권도 시범 준비를 시켰습니다. 마침내 팔레비 국왕과 각군 참모총장, 중동국가들의 왕세자, 장성들이 참석한 가운데 시범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당시 중동에서 유명한 알자지라 TV에서 중동 전체에 중계방송을 할 정도였습니다.”
이 태권도 시범을 인상적으로 본 중동의 각국에서는 한국 정부에 태권도 사범 파견을 요청했다고 한다. 당시 만난 샤샤는 팔레비 왕가의 경호대장으로 총애를 받고 있던 인물이었다. 또 이란태권도협회장을 맡고 있었다.
“팔레비 왕의 전용기를 타고 다니면서 태권도 보급을 하기도 하고 이란태권도 대표팀 감독도 지냈어요. 지금 생각해도 큰 보람을 느낍니다.”
그가 1970년대에 불모지에서 씨앗을 뿌린 이란 태권도는 오늘날 한국 태권도가 전지훈련을 갈 정도로 세계 최강국으로 성장했다.
# 명예 9단 수여한 이유
샤샤는 그 후 종교혁명이 일어나면서 아랍에미리트로 피신했다가 다시 미국으로 망명해 버지니아에서 살고 있다.
“샤샤는 이란 태권도 발전에 큰 공을 세운 인물로 현지에선 영웅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김운용 세계태권도협회장을 많이 도와주기도 했지요. 미국에 와선 이준구 사범님과도 각별한 연을 맺었지요. 그래서 명예 9단을 수여한 겁니다.”
지난 9월 있던 수여식에서 샤샤는 오랜 친구 이운세 관장에게 헌사를 바쳤다. “당신이 가르친 제자들이 이젠 이란태권도협회장, 고단자 협회장은 물론 유럽 태권도 부회장도 있고 당신은 이란 태권도의 아버지입니다.”
# 사우디아라비아의 초청
올해 78세인 이운세 관장이 태권도에 입문한 건 1957년 서울의 창무관 성동 도장에 입관하면서부터다. 66년에는 한국 국가대표 선수를 지냈고 대한태권도협회 시범단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가 태권도 세계화의 주역으로 나선 건 1968년 베트남전이 한창일 때 주월 태권도 교관단으로 파견되면서다. 육군 공병 장교였던 그는 그 후 두 차례 교관단으로 월남 치안국과 육사, 공수특전단, 7사단에서 지도했다. 육사 재임 당시에는 베트콩의 습격을 받아 총에 맞은 경비원을 교전이란 위험한 상황에서도 미군부대 의무실로 데려가 태권도인의 기개를 떨치기도 했다.
그 후 이란을 거쳐 이 관장은 79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초청을 받아 무대를 옮긴다. 사우디 태권도 대표팀 감독을 지내고 공군사관학교와 스포츠아카데미에서 태권도를 지도하며 중동에 태권도 바람을 일으켰다.
“매일 열심히 지도하던 날 하루는 공군의 후세인 장군이 불러 갔더니 한국에서 사범 5명을 데려와 달랍니다. 공식 초청장을 만들어 주월 태권도 교관 단장으로 국기원 연수원 부원장이던 김봉식 대령에게 연락드렸더니 사범을 보내주셔서 사우디아라비아 전역에 취업시켰습니다. 제 평생 가장 기뻤던 일이었습니다.”
# 미국에 태권도 저변확대 앞장
이 관장은 1989년 다시 신천지로 향한다. 이번엔 세계를 리드하는 중심국가인 미국이었다. 이듬해 메릴랜드 온리에 ‘월드 태권도 아카데미’를 개관하면서 태권도 보급에 나섰다.
그리고 태권도의 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 모금활동, 각종 태권도 대회 개최, 워싱턴 DC 태권도의 날 제정 앞장, 제3회 세계태권도품세 대회 미 대표팀 총감독 등을 맡으며 태권도의 저변확대에 노력해왔다.
또 워싱턴한인태권도사범연맹 창설의 주역으로 네 차례나 회장을 지내며 태권도인들의 화합에 노력해왔다.
그간의 공로로 조지 부시 대통령 표창, 국기원 원장 표창, 문화관광부장관 감사패 등 여러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메릴랜드 성김안드레아 한인 성당에서 10년간 태권도를 무료 지도하고 지난 25년간 9차례 뇌수술을 받은 부인을 돌보며 헌신하는 태권도인 상을 보여주었다.
이운세 관장은 “태권도가 뭔지도 모르는 시절에 태권도를 전 세계에 알리느라 동분서주하던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며 “나뿐만 아니라 많은 개척자 같은 사범들의 노력으로 오늘날 태권도가 세계인의 스포츠로 우뚝 서게 돼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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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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