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가주 한인사회의 역사적 구심점인 SF한인회관이 증개축되면 새로운 역사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1988년 8월 동포들의 모금으로 약 45만달러에 구입한 SF한인회관이 그동안 노후화돼 안타까운 상황이었으나 지난해 12월말 김진덕정경식재단이 100만달러 약정 기부를 하면서 증개축 공사 플랜이 본격화됐다.

◆임기연장안 찬반의견 갈려

이석찬 전 미주총연 서남부연합회장은 “최근 공사업체 입찰 마무리로 한인회관 증개축 공사가 첫발을 내딛은 시점에서 회장단이 교체되면 절차상으로나 재정적으로나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면서 “임기 연장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물론 임기 연장 과정에서 동포사회와의 소통 노력이 미흡한 부분도 있었으나 “증개축 기금을 약정한 단체들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공사의 초석을 다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근배 전 SF한인회장은 “한두번도 아니고 3번째 임기 연장을 하는 것은 명분이 서질 않는다”면서 “원리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희 SF노인회장은 “증개축 공사와 관련해 SF한인회에서 (노인회와) 상의한 것은 없다”면서 “(임기 연장과 관련해) 몇 사람이 자기 맘대로 하는 것이라 바꿔지는 것도 아니고,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내가 무슨 말을 하면 오해하기 쉬워 할말이 없다”면서 “보는 눈들이 많으니 잘 할 것이다”라고 말을 아꼈다.

이모씨는 “곽 회장이 선거에 나와서 당선돼 연임하면 될 일을 왜 무리하게 3번째 임기 연장을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노인회의 인심을 얻지 못한 곽 회장이 선거에 나오면 불리해질 것을 우려해 그러는 것이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임기 연장안 적법한 절차로 진행됐나

박병호 SF한인회 이사장은 지난 9월 23일 이사회에서 참석이사 8명(박병호, 곽정연, 김영일, 김풍진, 김관희, 고영웅, 박광자, 심효섭), 위임이사 6명(김완회, 박경수, 이창용, 문덕영, 마이클박, 사라 이)의 만장일치로 회장 임기 연장안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그린장 SF한인회 수석부회장은 “올해말 SF한인회장 선거에 출마할 계획이었는데, 9월 중순 내가 한국에 다녀온 사이 자기들끼리 긴급 이사회를 열어 6개월 임기를 더 연장했다”라며 “공청회를 통해 한인들의 목소리도 듣지 않고 정식 기자회견도 없이 통보하듯 3번째 임기를 연장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분개했다. 이어 “한인회관 건축공사는 한인회장 선거와는 별개의 문제”라며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의 명분 없는 접근 방식을 더이상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SF한인회측은 선거관리위원회가 별도의 시행세칙을 만들고 이사회 동의를 얻어 시행(정관 21조 3항)한 임기연장안이 적법하다는 입장이다. 박병호 이사장이 2021년 3월에 만들었다고 밝힌 선거관리시행세칙 1장 1조에 따르면 한인회 이사회에서 선거관리위원장을 선출한다고 돼 있다. 그런데 2번째 임기연장 때도, 3번째 임기연장 때도 김관희 이사가 선거관리위원장을 맡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병호 이사장과 이석찬 전 SF한인회장은 한인회 이사가 선관위원장을 맡을 수 있다면서 한인회 이사가 선관위원장을 맡는다고 해서 중립적이지 않다는 이유가 어디 있느냐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이정순 전 SF한인회장은 “선관위원장을 이사가 맡은 적은 없었다”면서 “선관위원장은 예전에도 이사회에서 중립적 인사를 선출했다”고 밝혔다.

◆정관 불명확해 편의대로 할 수 있어

한인회 정관에는 이사가 선관위원장을 할 수 있는지는 명시돼 있지 않다. 관리위원장 1명과 수명의 관리위원을 둘 수 있다(20조 1항). 선거위원장은 현임원의 임기만료 60일 이전에 이사회에서 선출한다(20조 2항). 선거관리위원장은 필요에 따라 위원을 임명 또는 위촉할 수 있다(20조 3항)로만 선관위 구성과 선출을 명시해놓고 있어 정관 적합성 여부를 따질 수가 없게 돼 있다. 선거 시행세칙도 선관위가 시기마다 정하는 것이라 정관에 명시돼 있지도 않아 이사회가 정하기 나름인 것이다. 정관 자체가 불명확하고 허점이 많아 얼마든지 이사회가 편의에 따라 잣대를 들이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사회는 지난 7월 22일 32대 회장 선거관리위원장에 김관희 한인회 이사를, 선거관리위원에 이석찬, 강승구(이상 전 SF한인회장), 고영웅(이사), 김영일(이사)씨를 선임해 선거 시행세칙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연장 공고문만 내고 한인들에게 동의과정 생략

SF한인회는 임기연장 공고문을 일부 언론에만 광고하고 아무런 공개 설명이나 기자회견을 갖지 않았다. 한인들에게 동의를 구하는 과정을 생략한 채 통보만 한 것이다.

25일 한국의날 축제 관련 이사회 회의 후 곽정연 회장은 “한국 방문 때문에 예외적으로 늦어진 거고 신문을 통해 (연장안) 공고를 했는데 왜 기자회견을 안했다고 말들이 많은지 모르겠다”며 “모든 일에 기자회견을 해야 하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또 곽 회장은 “한인회 이사들이 동포를 대표하는 사람들”이라며 “그 이사들이 (임기연장안에 대해) 민주적으로 결정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김영일 이사는 “정관에 의해 진행했기 때문에 회장 임기 연장을 논란삼는 것은 여기 앉아있는 이사들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계속>

<신영주,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