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국의 주택가격은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지난 1년반여간 ‘거침없이 하이킥’의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다. 팬데믹은 주택시장을 냉각시키지 않았고 오히려 주택가격의 폭등을 부추겼다. 부동산 정보업체 레드핀에 따르면 지난 9월말 미국의 평균 주택가격은 37만7,000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4%, 2019년 동기대비 30%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내년에도 이러한 가파른 상승세가 예상된다는 점이다.
월스트릿저널은 최근 전국 집값이 내년 연말까지 추가로 16% 더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주택가격이 올해 역대 최대 수준인 20%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내년에도 두 자리수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주택가격이 이렇게 폭등한 이유는 금리가 역사적으로 최저 수준을 유지한데다 팬데믹으로 인한 재택근무 증가로 주택수요가 엄청나게 늘어나면서 바이어들이 구입할 주택재고가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내년에 예상되는 연방준비제도(FRB·연준)의 기준 금리 인상으로 모기지 이자율이 인상될 경우 올해와 같은 주택 가격 상승세가 한풀 꺾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전히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주택 공급으로 인해 내년에도 계속 셀러스 마켓이 이어질 것으로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집값이 이렇게 폭등세를 거듭하다보니 사회에 진출한 첫 주택 바이어들의 내집 장만의 꿈은 요원하기만 하다. 최근 월스트릿저널은 집값이 급등하면서 밀레니얼 세대의 주택구매 공동구매가 크게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친구 또는 형제 등이 비용을 분담해 주택을 구입하는 트렌드가 새로운 풍속도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성이 다른 밀레니얼 세대가 주택을 공동으로 구매한 사례는 지난 2014~2021년 사이 77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이들이 낮은 모기지 이자율에 편승해 다운페이를 분담하려는 묘안을 짜낸 것이다.
특히 가주의 주택가격이 전국 수준에 비해 훨씬 높아 퍼스트 홈 바이어들이 집장만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주의 경우 지난 9월 기준, 중간 주택가는 무려 80만8,890달러에 달해 전국 중간가의 두 배가 넘는다. 2022년의 가주 중간주택가격은 83만4,400달러로 올해 연말 예상되는 가주중간주택가격 79만3,100달러에 비해 5.2%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20년에는 11.3% 상승률을 보였고 올해에는 20.3% 상승률이 예상되고 있으니 지난 2년간 가주의 중간 주택가격은 20만달러이상 오른 셈이다. 지난 10년간 거침없이 상승세를 거듭했던 가주의 주택가격으로 인해 이를 구입할 수 있는 능력이 되는 가구는 전체의 2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가주의 주택가격을 감당할 수 없는 바이어들의 가주탈출 현상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LA인근의 한 직장에 다니면서 주택을 장만하려고 계획했던 한 한인은 천정부지로 오른 남가주의 주택가격을 감당하기가 벅차 집값이 비교적 저렴한 애틀랜타로 최근 이주했다.
미 정부는 현재의 집값 상승은 주택비용과 주택시장 접근성에 대한 우려를 높이고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지만 집값 상승을 억제할 정책 도입 가능성을 시사하지 않고 있다. 현재의 상황이 가장 답답한 것은 퍼스트 홈 바이어들이다. 다운페이를 마련해놓고 집값이 떨어지길 학수고대하고 있는 바이어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자고 일어나면 미 전국적으로 집값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황이 계속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만고불변의 진리다. 언제까지나 부동산 가격이 상승세를 기록하긴 힘들다. 거창한 경제이론을 빌리지 않더라도 오를 때가 있으면 내릴 때가 있고 오른 만큼 낙폭도 크다는 사실을 우리는 지난 수 십년간의 경제순환을 통해 실생활에서 체득했다. 1990년대 중반 LA폭동과 노스리지 지진의 여파로 한파를 맞았던 남가주 지역의 부동산 시장은 1990년대 후반에야 회복세를 보였다. 또한 1997년부터 2006년 사이에 미국 주택가격은 124% 상승했지만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터진 경제위기로 다시 3~4년간 폭락하기도 했다.
“집은 쌀 때 사고 비쌀 때 팔라는 것”이 투자원칙이지만 이를 맞추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부동산 경기하락은 예상하기가 상당히 어렵고 다 맞는 것도 아니다.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답처럼 일반적인 이유나 금리인상 등 선제적 대응으로 오는 경우도 극히 드물다. 그만큼 인간이 현명하지 못하며 감정적으로 치우칠 수 밖에 없고 경기확장을 즐기는 데 급급한 욕망으로 가득 찬 존재이기 때문이다.
<
박흥률 특집기획국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총 2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주택시장도 진화하고 있다. 옛날 생각을 하면 절대집을 살수 없다. 집이 투기대상이 아닐때는 아무도 집을 사지 않았지만 이젠 미국주택시장은 투자제약이 없어진 동네 시장이다. 거기에 저금리와 인플레이션으로 돈이 갈곳은 미국의주식과 부동산 밖에 없고 이런 현상을 계속 될것이다. 미국 부동산 시장이 이젠 전세계 부동산 시장이기에 징ㄱ에 국한된 부동산이 아니다. 지금 집을 못사면 계속 못산다. 뭐든 살수 있을때 사야만 하는 때이다.
집은 투자의 대상이 아니며 나 가족은 편안을 안정 안락을 걱정을 덜어주는 복음자리지요. 가격이 싸고 비싸고를 기다린 다는건 어리석음인걸 알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