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오랫동안 1위 자리를 굳히고 있는 ‘오징어 게임’을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이 결국은 돈과 결부될 수밖에 없고 돈과 목숨을 맞바꿀 수 있다는 즉 돈을 향한 인간 본성의 밑바닥을 가감 없이 보여주었다.
인간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를 또 그 이면에는 인간이기에 갖게 되는 도덕성에 기반을 두고 살아가고 있다는 암시를 준 잔혹하지만 휴머니즘이 깃든 드라마라 할 수 있다.
우리 때는 게임이 아니라 놀이였다. 고무줄 치기, 공기놀이, 구슬치기, 작대기 놀이, 땅따먹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얼음 땡…. 너무도 많아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골목 놀이가 많았다. 더군다나 지역마다 다른 이름으로 아이들의 놀이 문화가 개발되고 널리 유행되었으니 우리가 모르는 놀이가 아마 수천 가지가 넘을 것이라 예상해본다. 우리의 놀이는 무궁무진했다.
좁쌀이나 마른 콩 같은 곡식을 낡은 천에 넣고 둥그렇게 말아 꿰매어 주면 그걸로 친구들과 편을 갈라 다른 편에 던지고 그 공을 맞은 상대가 선 밖으로 나가고 남아 있는 수가 많은 편이 이기는 오자미 놀이도 생각이 난다. 어린아이들이 맞으면 아플까 봐 엄마들은 머리를 써서 먹을게 귀했음에도 불구하고 곡식을 놀잇감으로 만들어 주신 지혜도 엿보인다.
고무줄놀이 또한, 기다란 검정 고무줄 하나로 3명에서부터 여럿이 즐길 수 있는 단체게임이 가능한 놀이다. 양옆으로 두 명이 서서 호흡을 맞추어 돌리는 줄에 폴짝폴짝 뛰다 고무줄에 닿으면 아웃인 너무도 단순한 게임이지만 키가 크는 운동으로는 최고이자 단체로 뛰며 놀기에 이만한 운동게임이 또 있나 싶을 만큼 시간과 공간과 비용 대비 최고의 골목 놀이라 할 수 있다.
돌멩이 하나로 노는 게임도 살펴보자. 일단 돌멩이로 땅바닥에 직사각형을 크게 작게 그린다. 1부터 10까지 숫자를 순서대로 그려 넣고 그 숫자에 한 명씩 돌멩이를 던져 외발로 건너며 던져진 숫자를 건너 뛰기해서 맨 끝에 있는 숫자까지 선을 밟지 않고 가게 되면 이기는 게임이다. 이것 또한 어릴 때부터 숫자 개념을 익히며 몸의 균형 감각을 익힐 수 있는 운동과 숫자를 겸비한 놀이라고 볼 수 있다.
오징어 게임의 주인공인 ‘오징어’는 바다에서 사는 작은 생물이지만, 오징어처럼 우리에게 다양한 음식을 제공하는 먹거리는 없을 것이다. 막 잡아 올린 오징어는 그 자리에서 회로 먹고, 무를 숭덩 썰어 넣으면 국물이 시원한 찌개가 되고, 오징어순대처럼 모양 그대로 살려 보기에도 좋은 멋진 음식이 되기도 하고, 매운 덮밥으로도 변신이 가능하며,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먹을 수 있는 게 바로 오징어다.
또한, 오징어는 우리가 가난했던 시절부터 먹었던 서민 음식 중의 하나다. 그만큼 저렴하게 먹는 음식이기에 아이들에게도 친숙해서 놀이에까지 적용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미국에서는 싫어하는 생물 중의 하나다. 오징어 요리를 거의 본 적이 없는데 기껏 한치를 잘라 튀김으로 만든 깔라마리(Calamari) 정도다. 그나마도 멕시칸이나 중국 음식점에 있는 메뉴다.
이렇게 소극적이었던 오징어가 새로운 시각으로 미국에서 받아들여지고 누구나 직접 따라 해보고 싶은 게임이 되었다니 한 나라의 문화가 주는 파급효과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만 못하다는 말을 다시한번 깨닫게 해주었다. 오징어 게임이 이제는 단순한 놀이를 떠나 문화 콘텐츠로서의 역활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런 문화의 역할로 첫 번째 피부로 와 닿는 게 있다.
우리 아이가 변했다. 빵보다는 밥을 좋아했지만, 혹시나 동양 아이가 음식으로 학교에서 튈까 염려스러워 밥 도시락이 절대 금기였었다. 이제는 조그맣고 납작한 도시락통에 하얀 밥을 먼저 넣고 그 위에 계란 프라이 두 개와 햄을 튀겨 올린다.
여기에 도시락 김이나 작은 참치 캔을 넣어주면 점심 한 끼로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는 셈이다. 학교에서 나오는 차가운 피자나 샌드위치에 비할 수 없는 우리 한국식 도시락이 이제는 부러움으로 가득한 영양 만점인 밥으로 변모하고 있다.
물론 오징어를 먹거리가 아닌 무서운 한국의 게임 중의 하나이고 문화 콘텐츠가 되어버려 BTS라는 아이돌 그룹이나 영화 ‘기생충’ 같은 하나의 단어로써 기억되고 그렇게 쓰일 공산이 큰데 이왕이면 이번 기회에 한국의 오징어 요리가 대중화되어 널리 알려지기를 기대해본다.
앞으로 얼마나 더 다양한 한국의 문화가 나오게 될지 이제는 믿어 의심치 않고 오히려 다음엔 어떠한 콘텐츠로 놀라게 할지 세계인들은 듣고 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 듯하다. 고맙고 자랑스럽다. 오징어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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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나 / 엘리콧시티,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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