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이 다른 사람끼리 결혼하는 것을 그냥 결혼이라고 말하지 않고 국제결혼이라고 말한다. 용어에서 편견의 뉴앙스가 풍긴다. 단일 유교문화권에서 배타적으로 성장해온 한국인의 정신세계에서 외국인과의 결혼에 대한 편견과 배타성이 묻어있는 것 같다.
그러나, 많은 한국인들이 외국인과 결혼을 통한 다문화 가족(Multicultural Family) 확산 등으로 인해 국제결혼에 대한 기존의 인식과 편견은 점차 감소하고 달라졌다. 세계화(Globalization)가 진행되면서 교육 수준이 높은 한국 여성들이 자신과 비슷한 지위의 외국인 남성과 결혼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미주 지역에서는 신세대 한인들이 타인종과 결혼하는 비율이 증가하면서 국제결혼에 대한 거부감과 편파적 인식도 많이 변했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몇 달 전이다. 카페 가게에서 점심 장사 준비로 정신 없이 바쁜 시간인데 집사람에게 카톡이 들어온다. 평소처럼 한가한 시간대가 아닌 바쁜 시간에 갑작스런 딸의 카톡이어서 바쁜 와중인데도 한편 걱정스런 마음으로 만사 제쳐 놓고 내용을 얼핏 훑어 본다. 그리고 하는 말이 딸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한다. 주전자에서 끓는 물이 넘치듯 혼기가 꽉차 넘친 딸에게 생전 처음 남자 친구가 생겼다는 긴급 뉴스 발표에 궁금증 화산 대폭발!
점심 장사 허둥지둥 마친 후 집사람이 딸에게 전화하여 남자 친구 프로필을 수사관처럼 취조 심문한다. NYU에서 Full Scholarship 받고 유학와서 MBA 취득후 딸이 거주하는 맨해튼에서 직장생활하는 독일 청년이라고 소개한다. 한국 총각이 아니고 독일 총각이라? 한국 남자만 생각하지 말고 외국 남자도 좋으니 폭 넓게 잘 생각해보라는 엄마의 평소 학습효과가 제대로 나타났나? 엄마 소망대로 외국 남자 골랐다나. 집안 가문에 효녀 심청이 났구만.
엄마의 심도있는 심문 결과 일단 마음속으로 합격점은 나왔다. 딸의 나이를 감안하여 튕길 여유도 없고 여력도 없다. 솔직히 구세주가 나타난 것 같았다. 노심초사 조금 맘이 놓이자 만나보고 싶은 호기심이 발동한다. 한인 엄마들의 자랑인 고학력 전문직의 똑똑한 딸들 중에 적정 혼기 넘은 미혼의 딸이 주변에 많은 현실에서 딸이 보낸 긴급뉴스는 하늘이 내려준 선물이고 로또에 당첨된 기분이었다.
일이 순조롭게 일사천리로 잘 진행되어 성당에 가서 혼배성사도 마치고 지난 4월에 신랑 고향 독일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결혼 날짜 결정하여 청첩장까지 발송하였다. 그런데 웬걸?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청첩장 발송하고 며칠 되지 않아 코로나19 때문에 여행금지령이 발표되었다.
결혼식 날짜 결정한 후 코로나19가 점점 더 확산 유행하기 시작하자 불안 불안했는데 드디어 가장 안좋은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결국 청첩장 보냈던 분들께 죄송한 마음으로 팬데믹 때문에 결혼식 취소를 통보해 드렸다. 예비 신랑 신부 머릿속은 백지장(白紙張)이 돼버렸다.
6개월 정도 기약없는 시간을 보내다가 마침내 2021년 11월 초순 독일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다시 결정했다. 독일 남자와 혼인을 시키려고 하니 여러모로 좋다. 양가 저울질 하지 않고, 족보 필요 없고, 사주팔자 묻지 않고, 밀고 당기는 일 없고, 재산 유무(有無) 상관 없고, 함진아비(함재비)와 티격 태격 할 일 없고, 부모 학력 직업 불문하고, 출신 고향 편견없고, 이것 저것 눈치 볼 일 없고, 단점보다 장점이 훨씬 많다는 것을 피부로 경험했다. 이러한 장점이 확대 생산되어 입에서 입으로 퍼지면 혼기 찬 남녀나 자녀 둔 부모는 국제결혼에 대한 인식을 바꿔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 같다.
팬데믹 상황에서 결혼식 일자가 결정되자 신랑 신부는 물론 온 식구가 결혼식 준비에 올인 하여 하루하루가 바쁜 나날이다. 좋은 직장 집어 치우고 자녀 교육을 위해 이민까지 와서 건강하게 잘 키운 딸 하나 인수인계(?)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 새삼 느껴진다.
결혼(結婚)이 서로 몰랐던 몸이 한 몸이 되는 의식이니 얼마나 중요한가. 그래서 옛날부터 혼인(婚因)을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라고 말했는가보다. 인륜(人倫)은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일이고, 천륜(天倫)은 하늘에서 주어지는 운명이다.
사람들끼리 행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 결혼이라고 했다. 또한, 인륜 중 출생만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결혼이라고 했다. 한 가정의 행복과 흥망성쇠를 좌우할 인륜대사를 결코 경솔히 결정하거나 가볍게 진행할 일이 아니다.
아무튼 내 딸의 결혼이 대견하고 사랑스럽다. 딸이 태어나서 지금까지 자라 온 모습들이 주마간산(走馬看山)처럼 지나간다. 행복하고 다복한 결혼생활을 할 것으로 굳게 믿는다. 사랑하는 딸, 결혼 진심으로 축하한다.
<
정성모 / 워싱턴산악인협회>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