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버지니아 주 의원 선거에 한인동포 3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이 세 후보의 출마는 우리 동포 사회에 역동성을 축적하는 이벤트이다. 동시에 후보들이 당선돼야 하는 도덕적 그리고 정신적 책임감을 우리가 맞닥뜨린 셈이 됐다.
이번 선거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해롤드 변(53년생 서울 태생, 한국명 변희용)의 성공적 의회 진출 여부다. 해롤드 변 후보는 서울에서 휘문고교 재학 중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 왔다. 명문 버지니아 대학교(UVA) 화학공학과와 VA 커먼웰스대 두 곳을 졸업했다. 미군에 입대, 병역을 마친 후 미 연방정부 특허청(Patent Office)에서 30여 년간 근무하는 동안 국장급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세 후보 중 마크 김(Mark Kim, 55세 민주당) 후보는 이미 버지니아 주에서만 6선을 지낸 중진이 됐고 아이린 신(Irene Shin, 33세 민주당) 후보는 미 부통령 해리스 카멀라 캠프에서의 활동을 인정받아 출마하게 된 인물이다.
아이린 신 후보는 그의 선거구인 헌던 지역이 워낙 민주당 강세여서 언론들이 신 후보의 당선을 낙관하고 있다. 마크 김도 지지기반이 탄탄하고 선거구 비엔나가 민주당 강세 지역이어서 당선이 확정적이다.
해롤드 변 후보의 출마가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그가 한국 태생으로 한국에서 청소년기를 보냈고 그 이후 미국에 와서 대학교육과 청장년기를 보내면서 완벽한 미국 시민으로서의 경력을 쌓았다는 점이다.
해롤드 변은 가끔 우리 한글로 워싱턴 한국일보에 글(단편)을 발표하기도 한다. 그는 한국어와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 따라서 그가 우리 한인사회와 미국사회의 교량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해롤드 변의 출마는 VA 지역 한인 역사가 오래 되고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각 분야에 대한 사회적 요구사항이 다양해짐에 따라 의회 진출까지 실현되고 있으니 한껏 감개무량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1900년대 초반부터 외세 침탈, 가난 등으로 지독한 디아스포라(Diaspora)의 쓰라린 고난을 맛봐왔던 우리가 아니던가. 지금 우리 눈앞에 선거운동에 열을 올리고 있는 후보 당사자들을 보면 그 자체가 대견스럽고 감격으로 다가온다. 특별한 감동과 감회가 양미간을 자극해 오는 것이 나 한 사람만이 아닐 것이다.
병석에 누운 공자가 하루는 제자들을 불러 모았다. “내가 어젯밤에 두 기둥 사이로 들어가는 꿈을 꾸었다”라는 유언을 남겼다. 공자의 고향 노나라는 두 기둥을 세워놓고 제사를 지내는 풍속이 있었다. 공자도 타국에서 운명하면서 고국을 잊지 못했던 것이다. 석가도 예수도 타국을 떠돌며 포교, 선교를 하면서 늘 자기의 고국을 애모하였다.
우리가 미국 시민으로 살지언정 원점과 혈통이 다 같은 한국인임을 잊어서는 안 되고 또한 잊을 수도 없을 것이다. 이스라엘 민족을 보라. 그들은 디아스포라 이후 근 2000년을 타국으로 흩어져 살면서도 어디서나 총 단결하여 맹위를 떨치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의 경제, 정치, 언론, 문화 예술 분야가 거의 유태인(이스라엘)들이 막강한 영향력을 틀어쥐고 있다. 우리도 그들의 정신을 본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 해롤드 변, 아이린 신, 마크 김 세 후보들 앞에 자기 소속 정당을 놓고 지지를 망설이는 교포가 있다면 그런 소심한 편견을 버리라고 권하고 싶다.
견월망지(見月忘指)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지 말고 달을 보라는 그런 뜻이다. 같은 한인동포 후보라는 사실만 보고 정당 따위에 연연하여 지지를 거부하는 옹졸한 사례는 없어야 되겠다는 것이다.
어차피 미국은 정당 간 상호교차 투표승인(Cross·Voting) 정신을 바탕으로 하는 민주주의 국가이다. 소속 정당이 다르더라도 인물이나 법안 내용이 다른 정당의 것이 더 훌륭하다고 판단될 때 지지표를 던지는 것이 용인된다. 따라서 자기 소속 정당이 다르다며 공화당 해롤드 변이나 민주당 아이린 신, 마크 김에게 투표하지 않는 허튼 행위는 없어야 되겠다.
해롤드 변 출마 선거구(센터빌 지역)는 지난번 선거에서 불과 1,456표 차이로 민주당이 이겼다. 이 지역의 한인 유권자는 3,000명이다(한국일보 추산). 한인 모두가 변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면 당선을 확신할 수 있는 판세다. 해롤드 변 아버지, 영문학자 변만식(93세) 선생은 우리가 잘 아는 존경받는 교포사회 지도자다.
한인 후보들의 의회 진출은 미국 내에서 한인 파워의 기반을 구축하는 한 과정이다. 모든 한인들, 단체들 총 단결하자.
(571)326-6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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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용 / 전 한민신보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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