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토요일 자 워싱턴 포스트 신문에 실린 사설 하나가 나의 관심을 끌었다. 버지니아 주 의회의 상원, 하원 그리고 연방 하원의원들의 선거구 조정에 관한 사설이었다.
10년 마다 한 번씩 인구조사 결과에 따라 선거구를 조정하는 데, 과거에는 이러한 결정이 주의회에 맡겨졌었다. 그리고 결국은 의회 다수당의 정치적 입맛에 맞추어 조정되었다. 항상 다수당이나 현역 정치인들의 이익을 최우선시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버지니아 주에서는 2020년에 주민투표를 실시해 선거구 조정 작업을 맡아서 할 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구성된 위원회가 주의회에 주 상하원 선거구 조정안을 10월 10일까지 제출해야 한다. 버지니아 주 내의 연방하원 선거구 조정안은 그 후 15일 이내에 마감이다.
이 위원회가 조정안을 제출하려면 위원회 구성원 16명 가운데 12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16명 가운데 8명이 주 의원들이고 민주, 공화 양당 의원이 각 4명씩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6명 이상의 주의원들이 찬성을 해야 하기에 결국은 양당의 합의 없이는 주의회에 제출해야 할 조정안을 도출해 낼 수 없는 구조이다.
만약에 정당 간의 합의 불발로 인해 조정안이 도출되지 못할 경우 결국은 주 대법원이 선거구를 조정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워싱턴 포스트 사설은 현재까지 진행된 과정을 볼 때 두 정당 간의 합의가 어렵지 않을까 보고 있는 듯하다. 왜냐하면 두 정당이 위원회의 일을 도와줄 변호사와 조정 작업의 기술적인 일을 맡아 해 줄 회사를 따로 선임했기 때문이다.
이것만 봐도 두 정당 간의 합의가 어려울 것이란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해당 사설은 선거구 조정이 과거처럼 정치인들의 개인적 밥그릇 지키기가 아니라 유권자들의 이익에 맞추어 정해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런 사설을 읽으면서 나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페어팩스 카운티 차원의 수퍼바이저위원회 선거구 조정 진행에도 같은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페어팩스 카운티도 선거구 조정을 위해 자문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리고 그 자문위원회가 이번 주 월요일로 주어진 임무를 마쳤다. 사실 수퍼바이저 위원회가 준 스케줄에 맞출 수 밖에 없기에 월요일로 위원회의 일을 종료했다고 하는 게 좀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사용 가능한 데이터가 자문위원회에 전달되기까지 많은 지연이 있었다.
그래서 자문위원회가 충분한 시간을 두고 자료를 분석, 토의하고 지역사회로부터 피드백을 구하기에는 턱도 없는 부족한 기간 내에 작업을 마쳐야 했다. 10년에 한 번 밖에 주어지지 않는 기회가 시간 부족으로 인해 졸속으로 진행되었다는 느낌을 주었다.
이제 자문위원회가 추천한 여러 안들이 수퍼바이저 위원회에 전달되고 수퍼바이저위원회가 결정을 내리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런데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수퍼바이저들은 이미 현재의 9개 지역구 숫자를 고수하는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한다. 거의 백인 일색인 현역 수퍼바이저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과 기득권 유지에 우선순위를 둘 것이라는 냉소적인 지적이 있다.
지역구 숫자가 8개에서 현재의 9개로 증가한 결정이 난 것은 1991년으로 30년 전 일이다. 그 사이에 카운티 주민들의 숫자는 82만명 미만에서 117만명 이상으로 증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구 숫자를 현 수준으로 고수하겠다는 것은 현역 수퍼바이저들이 자신의 권력 유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지역 기반의 변동과 수퍼바이저 숫자 증가가 가져다 줄 수 있는 자신들의 영향력 감소를 우려하는 이기적 발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소수계 주민들의 비율도 증가해 이제 절반이나 되는 페어팩스 카운티에서 소수계 출신들에게 좀 더 공평한 수퍼바이저위원회 진출 기회를 제공하려면 지역구 숫자를 늘려야 한다. 특히 아시안계 주민들이 제법 많이 거주하는 페어팩스 카운티의 북서부 지역에 말이다.
수퍼바이저위원회가 앞으로 진행하는 결정 과정에 우리 한인 동포 사회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 공청회에도 참여하고 한인 사회 단체가 목소리를 모아 전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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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 변호사,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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