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롤드 파이온’은 해롤드 변(Harold Pyon)의 또 다른 미국명 발음이다.
오래전 한 행사장에서 동포언론 기자가 변 씨가 “해롤드 파이온 입니다”라고 하자 한국인 정서상 불편 했던지 “해롤드 파이온이 뭐야, 해롤드 변 이라고 하지”라며 들리지 않게 불평하던 것이 기억난다.
아마도 당시 대부분의 동포들이 가급적이면 빨리 미국 주류사회에 동화하기 위해 이질감이 있는 한국어 발음을 피하고자 했거나, 아니면 ‘변’이라는 어감 때문에 기피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후 해롤드의 이름을 기억하게 됐고 그의 됨됨이와 좋은 성품을 발견하며 근 40년 가까이 우정을 쌓아왔다.
사람들의 가장 큰 욕망 중 하나는 자기를 돋보이게 해서 명예와 권력을 쟁취하고,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하여 자기 흔적을 남기려 한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아는 해롤드 변은 명예를 의식하기 전에 주위 사람을 먼저 돕고 나아가 동포사회 단체가 추구하는 목적을 성공적으로 이루는데 자신의 유불리를 생각치 않는다. 더 나아가 자기가 먼저 체험한 주류사회의 조직과 운영에 관한 전반적인 상식을 한인사회에 알려주고 주요 정치인과의 연결 및 협력 관계를 형성하는데 효과적인 역할을 수십년간 묵묵히 해왔다.
그가 이제는 한인사회를 넘어 버지니아주 40지구를 대표하는 하원의원이 되겠다고 나섰다. 이는 나날이 커지는 동포사회의 자긍심과 이어질 차세대의 희망이 되는 계기가 되는 매우 적절한 시점이라고 본다.
해롤드 변이 한인사회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보여준 한 사례는 30년 가까이 지난 일인데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때는 1995년 여름, 광복 50주년 기념 제 8회 전미주한인체육대회가 워싱턴에서 개최됐다. 미주체전은 1981년 LA에서 창설, 개최되어 한인인구가 밀집된 대도시 즉 LA, 뉴욕, 시카고, 오렌지카운티, 샌프란시스코 등의 순으로 개최되어 왔다.
1993년 워싱턴이 타 도시와 경합 끝에 대회 유치권을 따왔다. 축하할 일이지만 그러나 그 당시 워싱턴 지역은 한인인구 수나 경제 여력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큰 행사였다.
매 2년마다 개최되는 미주체전은 조직위원회 구성을 시작으로 대회 개·폐회식, 각 종목별 경기장 확보, 20여개 주에서 참가하는 2,300여명의 선수와 임원단의 숙소및 식사 제공, 인원 수송 차량 확보, 자원봉사자 훈련 등 준비해야 할 일이 많았다.
조금씩 순조롭게 진행되던 체전 준비는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대회 개최 5개월여를 남기고 30만 달러의 예산 확보 등의 문제를 들어 ‘개최권 반납’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신문과 방송을 통해 보도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전체 체육인은 일심동체가 되어 더욱 움직이기 시작했고, 즉시 모금 준비위원회와 후원회가 조직됐다.
역시 정치 1번지답게 워싱턴은 민주평통을 필두로 한국의 정계는 물론 대기업과도 좋은 인연과 신뢰를 쌓고 있었던 터라, 필요한 예산 확보 지원을 받았다.
한편, 가장 중요한 경기장과 선수단 이동 및 식사문제는 페어팩스 카운티 정부에 협력을 요청하는 방안이 최선임을 알고 접촉을 시도했으나 당시로는 한인사회가 정부시설을 사용한 실례가 없었던 터라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당시 카운티 공원관리국 이사(보드멤버)였던 해롤드 변을 앞세워 당시 카운티 수퍼바이저회 의장인 케이트 헨리를 면담했고 각 해당 부처가 행사 성공을 위해 적극 협조하겠다는 확답을 얻어냈다.
먼저 카운티 공립학교 버스 20대를 체전 기간 대여해 주기로 했는데 당시 카운티 책임자 말에 따르면, 학교 버스를 외부에 빌려준 사례는 전무후무한 사실이라고 했다.
이후 경기장으로 쓸 학교 카페테리아의 장비 사용 허가 및 위생검열, 카운티내 각 경기장 시설 이용 허가를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극적으로 해결하게 됐는데, 여기에는 해롤드 변의 역할이 너무나 컸음을 부인할 수가 없다.
수개월에 걸친 준비과정에 함께하며 불평 한번 없이 헌신한 해롤드 변이 있었기에 제 8회 워싱턴 미주체전은 체전역사상 가장 우수한 대회로 기록되었으며 이후 체전을 개최하는 타 도시로부터 대회 준비자료를 요청을 받기도 했다.
미주체전 이야기는 내가 직접 해롤드 변을 가까이서 보고 느낀 것의 일부이지만, 그 동안 그가 한인사회를 위해 힘써온 여러 굵직한 일들은 훨씬 많을 것이다.
이제 우리의 곁에서 항상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해롤드 변이 드디어 한인들을 대표해 지역 정치인이 되고자 이번에 버지니아 주하원의원 선거에 나섰다.
우리와 우리 자손들이 살아갈 버지니아를 보다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지금도 치욕적인 아시안 차별 행위가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이 시기에, 우리의 목소리를 대변하려고 주류사회에 도전장을 내민 해롤드 변을 위해 이제 우리가 그를 지원하고 지지해야 할 때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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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홍 / 전 워싱턴미주체전 준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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